#8 새해 다짐

작심삼일을 백번 하면 내년이 또 오겠지

by 투스리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서 텃밭은 없어졌고...(새로 들어온 지역에 도시 텃밭을 알아보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다)

월급을 받기 시작했고...(경제적 독립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가져오더라)

기숙사에 1년 있다가 다시 자취를 시작했으며...(방향을 똑바로 못봐서 북향집에 사는 중이다)

화분 식물을 절반정도 죽여버렸고...(변명하자면 너무 바빴다)

주말에도 못쉬고, 명절에 집에도 못가고, 일만 하다가...

드디어 아랫년차에 2명을 받게 되어 3월부터 그나마 여유가 생길 예정이다.

물론 박사과정 한학기는 아무것도 못하고 흘러버렸고, 쓰던 논문도 지지부진하게 진행이 안되는 중이지만,

시간은 흘렀으니 괜찮다고 자기 최면을 거는 중이다. 사실 괜찮지 않다.

필라테스도 1년 하고 1년 더 끊었는데 한달간 못가다가 결국 한달을 정지시켜놨다. 2월부터는 다시 해야지.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지금 쓰는 논문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해서 투고하고 얼른 메인 논문 줄기로 올라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벽 생활을 청산하고 일찍 자야한다. 그래야 아침에 멀쩡한 정신으로 일하고 점심에도 짬을 내고 저녁에 야근하면서도 논문을 쓸 수 있겠지.


또 운동을 열심히 해서 튼튼한 몸뚱아리를 갖고 싶다. 조금 더 유연해지고, 조금 더 올바른 자세를 갖고 싶다. 항상 사진에 찍힐 때마다 느껴지는 거북이의 향기는 충격적이다. 성인이 되었는데도 시력이 점점 나빠지는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직업병이라지만 어깨도 너무 아프고, 손목도 아프고, 안아픈 곳이 없다.


생활의 멋진 루틴을 갖고 싶다. 머리를 감으면 바로 말리는 것 - 미용실에서 한번 혼난 뒤로 잘 지키는 중이다. 아침밥을 먹고 산책 한바퀴를 해야겠다. 자기 전에 삼십분 정도는 책을 읽어야하지 않을까? 책을 안읽은 지 오래되었다.


휴대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이건 아주 어려운 것이다. 그래도 인스타그램을 휴대폰에서 삭제했다. 탭에 남겨두긴 했지만 자주 쓰는 편은 아니라 잘 피하고 있는 중이다. 대신에 유투브 시청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차라리 그 시간에 글을 썼으면 훨씬 나았을 텐데.


에세이 쓰기,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조잘거리던 중에 동생이 에세이를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했다. 안그래도 나이를 먹으면서 상상력이 떨어져가고 이야기가 구성이 잘 안되는 중이었다. 꿈도 잘 안꾼다. 맨날 일만 하니까 일터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많은데, 약간 각색이 필요하긴 하겠다. 솔직하게 공개했다가는 정체가 탄로날수 있으니! 어렸을 적 생생하던 기억들도 이제 하나 둘씩 스러져가는 것이 느껴진다. 더 많이 잊기 전에 생각나는 것들은 조금씩 모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동생처럼 일기를 썼어야 했는데, 나는 워낙에 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놓는다'는 행위 자체에 반감이 있었고, 그렇다보니 표면적인 일기로는 - 오늘은 뭘 먹었고 어쨌고 하는 - 도저히 3일 이상 지속할 힘이 나지 않았다. 변명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으로, 완벽주의자는 그만 하고, 일단은 완성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야겠다. 그동안 무언가 프로젝트를 할 때 기-승-전-결로 나눈다면 나는 늘 기, 까지 하고 퇴고를 네다섯번 하다가 승을 콕 찍어보고 추진력을 잃었다. 이건 큰 문제다. 평소에도 이러니까 논문을 투고를 못하는 게 아닌가! 퇴고는 다 하고 나서. 올해 마음속에 담아두어야 할 말이다. 작심 삼일을 백 번 할 수 있는 용기가 있기를 바래. 추진력! 내게 없는 것! 이제 꼭 필요한 것! 지금 한살이라도 어릴 때 버릇을 들여놓아야지 안그러면 평생 이렇게 살겠다는 생각이 덜컥 겁이 들게 만든다.


어렸을 때는 이 나이쯤 되면 세계를 바탕으로 꿈을 이뤄가는 멋진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막막해져간다.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다보면 언젠가 오늘을 돌이켜보며 내 젊은 시절은 빛났지, 하고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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