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식별

by 계단실

영단어 두개

숫자 하나를

치열하게 되뇌이는 새벽엔

당직병도 꾸벅꾸벅 졸고

교관도 선글라스를 벗는다


미등에 기댄 사유의 밤이 아닌

비상등에 기댄 생존의 밤

졸립지만 깨어있어 좋다던 나의 말에

그건 영감을 짜내는 거라던

동기의 비평이 더욱 따갑게 와닿는


치매 걸린 할머니처럼

애써 영감을 찾다가도

유아적으로 회귀해

떠나간 인연이나 그때 못다 삼킨 술을 그리면서

언젠간 당신도 나의 아픔을 생각하길


잠들지 못하는 밤이 아니라

깨어나 돌아가야할 이른 아침을 맞으며

내가 견뎌온 마음들을 짊어지길

넓은 창문과 다른 세상에 부딪혀

두번째도 없이 무너지길


---------------------------------------

2023. 03.

진주에서

매거진의 이전글이런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