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추억하게 되는 날이 올거야..”
2015.6.18 경희.
헌책방이 닫기를 수 분 앞두고 책장에서 우연하게 집어 든 시집의 어느 우연한 페이지에는 경희 씨가 그 책의 전 주인에게 써 주었을 편지가 적혀 있었다. 초판 인쇄가 1999년이라는 점과 바랜 초록의 표지와 <아무렇지도 않게 맑은 날>이라는 제목과 문학과지성사만의 정갈한 글씨체가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시의 여백에 누군가의 편지가 적혀 있다는 이유로 3360원 짜리 책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본래 책을 사고 글을 판다는 것이 그렇다. 별 실없는 우연한 이유로 산 책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 멋진 제목과 예쁜 표지에 홀려 산 책에 담겨 있던 빈 글에 실망하기도 한다. 모든 책들에 감동받지는 못하지만 여러 책들을 읽다 보면 어느 문체가 기억에 남는 것이고, 열여덟에는 반틈 읽다 덮은 책을 스물하나가 되어서는 추억하게 되는 일도 가끔 생긴다.
그럴 때면 책을 고르는 일이 꼭 사람을 만나는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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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이 되어보니 새로움을 주는 책이라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이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