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곤궁한 계절엔
젖은 거리에 내몰려
마음을 굶는 아사자가 많다
예전엔 추석에 거둔 나락이 바닥나면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던데
보릿고개라는 게 혹시 이런 것이었을까
가을에 거둔 마음이 떨어지면
거추장스럽게 연말에 달라붙은 2주는
마음이 아사하기에 충분한 시간
벌써 먹어버린 마음의 뿌리와 껍질을
뒤적거려야 하는 십이월의 끝이 다가오면
나는 가끔 내가 곰이었으면 해
깊게 굴을 파고 들어가
배고픔도 아무 꿈도 없이
죽은 것처럼 눈을 감는 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