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테라피]나미야 잡화점

지금, 말 못할 고민에 빠져있다면 이 책이 힘이 되어 줄거예요.

by 오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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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한다.

추리소설을 많이 쓰기 때문에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많이 묘사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가장 근원적인 부분에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보여서 좋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선의를 잃지 않는 그 따뜻한 시선에 항상 위로 받는다.


많은 작품을 연거푸 쏟아내는 다작 작가여서,

그의 모든 작품을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꽤 많은 작품을 읽어 보았는데 그 중 내가 가장 최고로 생각하는 것은 '용의자 X의 헌신'

그리고 이번에 읽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그의 최고의 작품에 하나 더 추가 될 듯 하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은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일상 판타지'라고 보면 될까?


30년동안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삼인조 도둑.

우연히 고민상담 편지를 발견하고 상담자의 사연에 답변을 해 준다.

이들의 조언은, 뜻밖에도 상담자에게 큰 도움이 되고 그들이 보내는 감사편지에

그들도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깊은 감동을 받는다.

과거와 현재가 서로 만나는 일종의 판타지 같은 공간인 이곳 나미야 잡화점.


책속에 소개 되는 네개의 상담자들은 모두 길을 잃은 사람들이다.

앞의 상황이 그저 막막하게만 느껴질때 무언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보낸다.

책에도 나와 있듯이, 답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다.

다만 눈앞의 가로막힌 상황이 그 답을 보지 못하게끔 만들뿐.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는 '한밤중에 하모니카를'과, '묵도는 비틀스로'

'한밤중에 하모니카'는 하고 싶은 음악에 도전하는 것이 좋을지,

아버지의 생선가게를 이어 받는게 좋을지를 고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에서 고민하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 마주하게 되는 삶의 과제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면 성공한다' 라는 뻔한 공식의 이야기는 아니며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결코 해피엔딩이 아닌 에피소드일수 있다.

하지만 나는 결국 무언가 창작하는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성공은 자신의 성공이 아닌

자신이 전하는 이야기가 세상에 전해졌을때라고 생각한다.

진심을 담은 나의 이야기가, 비록 내가 바라는 형태는 아니었지만 세상에 전해져서 감동을 주었을때 -

그것만으로도 의미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묵도로 비틀스를'은 집이 망해서 부모와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고교생이, 부모님을 따라

도망을 가야 하는지를 상담하는 이야기이다.

가장 믿었던 존재인 부모님에 대한 원망, 부모와 자신의 인연의 끈이 끊어졌다고 생각한 날들,

비틀스의 해체와 소년의 가정사가 맞물려 이야기가 진행된다.

결국 아무도 믿지 않았던 소년이 어른이 되어 진상을 알게 되고,

실은 그 마음과 인연이 이어져 있음을 깨닫게 되는 마지막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백지편지.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 해도 길이 어디있는지조차 알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 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마지막 편지를 읽으면서 참 많이 울었다.

요즘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어찌할바를 모를 지경이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네개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들의 고민은 그래도 어느정도 방향이 정해져 있는데'라는 삐딱한 마음을

조금은 품고 있었는데 그런 내 마음을 읽어내듯 마지막 편지에 이르러 '아예 백지라 하더라도, 그것 또한 가능성'이라는

글귀를 읽고 나에게 하는 말 같아서 한참을 울었다.


지금껏 살면서 많은 것을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 무수한 선택들이 나를,

내 인생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갈수록 삶은 더 모호하기만 하고 나는 또 고민의 한복판에 놓여있다.

그런 상황 자체가 힘들게만 여겨져서 요즘 이래 저래 '멘붕'의 시기였다.


그러던 중 이 책이 내게 왔다.

고민을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지만 가장 근원적으로는

"이봐, 모든 사람은 다 각자만의 '괜찮음'을 가지고 있어. 너도 그렇고"

라는 따뜻함이 있어 좋다.

고민에 처하게 되면 그 고민을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을 탓하고 깎아 내리기 때문에

요즘 나의 자존감이 바닥이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함에도 이 작품은 출간된지 꽤 지난 뒤인 지금에서야 읽었는데

내게 딱 필요한 타이밍에 이 책이 내게로 와 더 큰 위안이 된 것 같다.

고민이 있을때, 이 책을 꼭 읽어 보기를.

막막하기만 한 상황에서 자신을 다시금 돌아보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끔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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