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 스스로 속삭여 보는 하루.

아무일도 없지만 나에게만은 특별한

by 오인숙
아무일도 없지만 아무일도 있는.jpg



결혼 적령기, 어쩌면 결혼 적령기를 살짝(?) 넘은 30대 중반의 나이.

주변도 그렇다 보니 올 한해는 특히 축하인사를 많이 건넨 한해였던 것 같아요.

"축하해"라고 이야기 하면

"너는 아무 일 없니 ?"

라는 질문을 받고

"아직 아무 일 없어요. 좋은 일 생기면 연락 드릴게요"

라고 답한지가 벌써 수십번은 된 것 같네요.


축하한다는 말은 진심이지만 축하인사를 건넬수록 스스로가 작아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어요.

하지만 행복한 결혼도, 아이라는 사랑의 결실도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


조급함을 느끼며 점점 더 스스로 작아지는 것 보다는,

조금 더 나은 일상을 위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노력들을 해 보자,

그리고 달성했을 때 스스로에게 작은 축하를 건네 보자, 라고

올해가 반쯤 넘어간 6월의 어느날 결심했던 기억이 나네요.


한번은 꼭 해먹어봐야지. 라고 생각했던 요리를 해먹은 날.

다음에 읽자. 라고 던져 놓았던 책을 완독한 날.

운동하러 가기 귀찮았지만 힘든 몸을 일으켜 운동을 하러 갔던 날.


"축하해"


작게 스스로에게 속삭여준 그 말들로, 작아졌던 자신을 조금씩 추스릴 수 있었어요.


여전히 다른 사람에게 아무일 없이 지낸다, 라고 이야기하지만 -

크게 보면 아무 일 없는, 남에게 이야기 할 꺼리도 안되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 조그맣게 축하를 건넨 '나에게만은 특별한 순간' 이 있었다는 것을 나는 기억해요.

그리고 그 순간들이 나를 더 이상 작아지지 않게 하는 단단한 버팀목이 되지요.


2016년의 끝을 앞둔, '아무일 없었던' 올 한해에 문득 남겨 보아요.

작은 빛으로 반짝이는, 내게만은 곱게 빛났던 그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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