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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숙 Jun 04. 2015

[스토리테라피]55세부터 헬로 라이프

하고 싶었던, 당신이 원하는 삶은 어떤 것인가요 ?


무라카미 류하면 국내에서는 '야한'소설을 많이 쓰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처럼 그런 장면이 많이 담긴 소설도 있지만

전체적인 그의 필모그래피를 들여다 보면 그의 주된 테마는 인간의 욕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중에 하나가 성욕(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이기도 하고, 파괴적인 본능(코인로커 베이비즈)이기도 하고,

청춘의 상상력(69)이기도 하고.


이번 신간 '55세부터 헬로 라이프'에서는 야한 장면은 하나도 없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55세에 직면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은 작품인데 우선 55세라는 나이를 설정한 것이 흥미로웠다.

이 나이는 일반적으로 은퇴를 하는 나이이다.

55세 이전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다면 회사에 다니거나, 가정을 꾸리거나 하는 식으로 비슷 비슷한 삶을 산다.

하지만 50세가 넘어서면 사회의 요구로 일을 그만두게 되기도 하고 이제 남은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전혀 다른 인생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어쩌면 이전까지는 시스템속에서 살아왔다면, 55세 이후 부터는 꼭 사회의 시스템(가령 '일')에 편입될 필요는 없으므로

비로소 내면의 욕망을 진지하게 응시할 수 있는 시기가 그때가 아닐까.


인상깊었던 단편 01 : 결혼상담소

남편과 헤어진 후 재혼을 결심하고 결혼상담소를 찾는 나카고메.

상담사가 그녀에게 해 주는 재혼에 대한 구체적인 조언이 인상적이었다.


(나카고메)"남편과는 다른 남성, 남편과 지내온 시간과 다른 시간을 누군가와 보내고 싶어졌어요"

(상담사)"이해해요. 다만 구체적인 희망을 밝히지 않으면 아주 위험해 지는 경우가 있어요.

어차피 결혼상대라고 해도 남자와 여자니까요. 이성적으로 결정한대로 몸과 마음이 따르지 않는 법이죠.

헤어진 남편과는 전혀 다른 타입의 남성이라는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다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하는 점이죠"


이제까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물음이 의미하는 바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었고, 그런건 애초에 무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나카고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겠죠?"

"그게 실은, 스스로 인생의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아무리 재능있고 돈이 있어도 인생의 모든 일이라는게 뜻대로 풀리지는 않는 법이죠.

다만 나는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하는 지를 생각하는 사람과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크게 다르지 않을까요?"





인상깊었던 단편 02 : 캠핑카

세일즈맨으로 정년 퇴직 후 아내와의 캠핑카 여행을 꿈꾸는 남자.

하지만 아내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재취업을 원하는 가족들의 바램에 부응하여

재취업자리를 찾지만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재취업 컨설턴트)"중.장년의 자기 분석이 어려운 건 당연한 일이며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카운슬러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개의치 말고 솔직하게 말합시다.

무엇이 하고 싶은가? 여행이어도 좋고 산책이어도 좋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매달 적어도 25만엔이 필요하므로 어떤 일이라도 불평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답변도 좋습니다. 좀더 스스로에게 솔직해져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틀림없이 새로운 당신이 거기에 있을 겁니다."


(심리상담사)"누구나 제각각 고유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설령 부부나 자식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그것을 맘대로 침범할 수 없는 겁니다.

오로지 회사에만 매달려온 중.장년 남성중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일본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종속과 비호'라는 관계 속에서는 타인을 대등한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이이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죠.

누구나 자기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깨달음입니다만,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본질적이며

일종의이 사건이기 때문에 사람에 다라 일시적이나마 정신적인 불안을 겪기도 합니다."


(친구)"마음이 닫히면 끔찍하게도 몸이고 마음이고 다 안으로 갇혀버리게 돼.

..

조금씩 나아지는 거야. 소중한 누군가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든 일이라는 것을 먼저 알게 되지.

그리고 조금씩, 정말로 조금씩, 뭔가 자신을 지키는 막 같은 것이 생기게 돼.

그리고 그 막의 원재료같은 건데, 이게 성가시게도 자기 자신의 바깥에만 있는 거야.

그것이 꼭 외국인 것만은 아니야. 어디라도 좋아. 집 안에만 있으면 모르는데 추운날 외출했다가

집에 들어가면 따뜻하게 느껴지지? 그런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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