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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숙 Dec 28. 2016

[무비테라피] '사랑의 기억'을 되살리다, 라라랜드

너와 내가 만나 함께 만들어 내는 마법, 사랑

우리가 사랑했던 그 빛나던 순간,


평범한 나와 당신이 만나 평범하게 사랑을 합니다.
하지만 나에게 당신은 누구보다도 특별하고, 당신에게 나 역시 마찬가지겠지요.
이처럼 남이 보았을 때는 지극히 평범할지라도, 사랑에 빠져버린 연인이
그들의 사랑을 생각할 때 그 연애는 무엇보다 멋진 한편의 영화와 같습니다.

어쩌면 평범한 연애, 하지만 마법같은 연애.
'라라랜드'는 두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다룬 영화입니다.

(꿈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제가 감명깊게 보았던 테마는 '사랑'이었습니다.)
뮤지션의 꿈과 배우의 꿈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사랑에 대한 감정의 결은
보통의 연애와 다를바없이 묘사됩니다.
처음 보는 순간 시선을 빼앗겨버리고, 괜히 툴툴 거리고, 밀고 당기고 하다가
뜨겁게 푹 빠져버리는 그 마음.
여기에 음악의 힘이 덧대어지는 순간 영화는 마법과도 같은 힘을 얻습니다.
그것은 마치 사랑을 할 때 서로의 순간이 더욱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되는 순간을
표현하는 것만 같습니다.


**스포일러 있어요
마지막 엔딩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다.
달콤한 감정의 표현만 하더라도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마지막 엔딩의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불타는 사랑을 하다 조금씩 어긋나 버리는 두 남녀, 하지만 결국 다시 두 남녀는 다시 만납니다.
여기까지 본다면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만 같지만 감독은 이 두남녀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갑자기 5년후로 시간은 휙, 흘러가고 한층 더 성숙하고 예뻐진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그녀가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는 것을 보여주죠.
충분히 곤혹스러운 관객의 앞에 감독은 더욱 더 담담하고 냉정하게 다음 장면을 들이밉니다.


이미 옛 과거의 연인이 되어 버린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을 우연히 마주치게 하는 것이죠.
서로에게 인사를 건네지도 못하는 사이지만 옛연인을 마주한 남자주인공의 감정은
거센 파도처럼 세차게 흔들립니다. 그리고 잊지 못할 엔딩이 나옵니다.

음악이 흐르며 둘 사이의 행복했던 과거가 재생됩니다.
하지만 이 과거는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일을 복기하는 것이 아닌 '만약에...'
이라는 가정이 섞인 과거입니다. 만약에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어쩌면 그랬다면..

아마도 몇번이나 머릿속으로 되돌려 봤을 과거의 시간일 것입니다.
'만약' 이라는 생각만큼 슬픈 생각이 또 있을까.
결코 돌아오지 않을 시간 속에서 '만약'과 '어쩌면' 이라는 시나리오를 써 본 경험,
누구에게나 한번은 있지 않을까요.
이 대목에서 전 훌쩍 거렸고, 극장에 있는 다른 분들또한 마찬가지로 눈물을 훔치고 있었습니다.


영화 속 이별의 이유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더 좋았다.
깊이 사랑한 사람과 헤어지게 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 이유중에는 상대가 바람을 피웠거나 갑자기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거나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사소한 이유로,
혹은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관계가 소멸되기도 합니다.

영화속에서는 이별의 이유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둘 사이의 관계가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고, 둘은 떨어져 지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여러가지 이유를 추측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나오진 않았죠.

Just wait and see(흘러가는대로 가보자)


영화의 후반부.(이별하기 전입니다.)
 큰 갈등을 겪고 다시 만난 두 주인공, 여주인공은 남자주인공에게 묻습니다.


"Where we are?(우리는 어디쯤인걸까?)"

"Just wair and see(흘러가는대로 가보자)"


흘러가는대로 가 본 그 흐름 속에서 서로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좋았겠지만,

결국은 어느 순간 서로의 손을 놓고 각자의 삶대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겠죠.

아마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별이 찾아오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해 봅니다.

지난 우리의 연애가 그랬듯 말이죠.




현실에서 기막힌 일을 겪을 때 "영화 같은 일이다" 라고 이야기하곤 하죠.
영화는 허구의 세상인 만큼 극단적인 시나리오의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곤 합니다.
평범한 우리가,그런 극적인 일을 겪고 살아갈 일은 별로 없겠죠.
하지만 누구에게나 사랑의 기억 하나쯤은 있습니다.
남이 보기에는 평범한 사랑일지 몰라도 둘 사이에는 마법같은 사건이던 사랑의 기억.

저에게 있어 '라라랜드'가 좋았던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평범한' 사랑의 기억을

정말 그 순간 느끼던 그 감정 그대로 '특별하게' 그려내어 주었다는 점입니다.
하늘을 날것만 같아, 라고 생각했던 부풀어 오른 감정 그대로를.
당신의 품에 안겨 춤추고 싶어, 라고 생각했던 그 달뜬 감정 그대로를.
영화 속에서 춤춘 것은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었겠지만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나와, 과거 사랑했던 그 사람이 춤추고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나는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겠지요.
하지만 당신에게만은, 나는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주고 받았던 아름다운 순간의 추억은 비록 멈춰버린 시간의 기억일지라도
현재의 나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이 됩니다.


지난 추억을 회상할 때면 스노우볼이 생각나곤 합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춤을 춥니다.

나조차도 건드릴 수 없는, 오직 과거로 남은 우리의 '영원한 추억'

각자 다른 삶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더라도

우리가 한때 교차되었던 그 같은 흐름속에 있던 추억은 언제까지나,

따뜻하게 마음속 작은 온기로 남아 있으리라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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