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낼 수 있을까? 보다는 일단 부딪혀 보자는 마음으로
스무살에 지방에서 올라와 상경한지 벌써 15년 가까이 되어 가네요.
고향의 문화와, 윗지방(서울/경기도)의 문화가 좀 다르다 보니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었는데요.
그동안의 이야기를, '상경일기' 로 정리해 볼까 합니다. :)
-상경을 결심한 계기-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애니메이션 감독이 꿈이었어요.
그래서 꼭 가고 싶던 대학이 있어서 그곳으로 입시를 준비했지요.
집이 잘 살던 편이 아니라서 부모님이 많이 반대하셨고,
긴 설득 끝에 학원을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결국 애니메이션 감독은 못 되었고, 지금은 일반 회사를 다니고 있어요.)
-상경을 하던 그날 밤-
수능이 끝나고 미술 실기시험 준비를 위해 첫상경을 했어요.
엄마는 이불 보따리를 짋어지고 함께 동행해주었지요.
딸을 놓아두고 가는 것이 많이 걱정이 되었는지 엄마가 불안해하셔서,
저는 계속 웃으면서 괜찮다, 괜찮다 라고 했던 것 같아요.
저도 많이 불안하고 앞으로 잘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지만,
안그래도 고향을 떠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시는 부모님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줄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엄마가 가고 난 후 불꺼진 방에서
혼자 우울해 했던 기억이 나네요.
"잘해낼 수 있을까?"
상경을 했던 첫날밤에도 그렇고, 초반에 몇번이나 제게 되묻곤 했던 말들이었어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일단 부딪혀보는 수 밖에"
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생각보다 더 잘해낼 수도 있고.
생각보다 더 못할 수도 있겠죠.
다만 중요한 것은 반드시 잘해내야겠다, 라는 부담을 가지지 않는 것.
혼자서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고
그 모든 일들을 잘해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요.
하나씩 하나씩 차근 차근 부딪혀 보기.
그래서 요즘도 문득
"잘해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마음 속에 떠오를 때면
"일단 부딪혀 보는 수 밖에"
라고 담담하게 다시 마음을 다잡곤 한답니다.
*항상 백팩을 매고 다니고, 책과 커피를 좋아하는
소심쟁이 미어캣이예요.
상경하면서 적응하느라 여기저기 목을 빼고 두리번 거렸던 제 모습이 꼭
미어캣 같아서, 이렇게 그려 보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