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딘는] 우리말 맛있는 우리글 #10

진열대에 놓인 단어들 - 형태소와 단어에 대하여

by 이학성

저는 요리하기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새로운 재료를 활용해보고 새로운 시도로 익숙한 음식을 색다르게 변화시켜 보기도 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래서인지 장을 보러 시장이나 마트에 가는 것도 소풍처럼 느껴집니다.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하나 떠올려 보세요. 그리고 그 요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재료들을 사야 할지 고민해 보세요. 가령 스테이크를 만든다고 가정해 봅시다. 주재료인 고기도 사야 하고 간을 맞추기 위한 소금도 필요하겠죠. 냄새를 잡기 위한 후추나 향신료가 더 필요할 수도 있으며, 곁들일 버섯이나 채소들을 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소스를 직접 만든다면 레드와인 한 병도 살 수 있겠네요. 이제 장을 보려 왔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오시죠? 고기를 파는 곳, 채소를 파는 곳, 소금이나 후추를 파는 곳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쓰는 말들은 하나의 요리와 같습니다. 다양한 재료들을 모아 적절히 요리하여 맛있는 음식을 만들 듯 적적한 단어들을 모아 순서에 맞게 배열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이죠. 이제 우리는 장보기를 할 것입니다. 마트의 입구에서 어디에 무엇이 진열되어 있을지 생각하고 진열장을 찾아가듯 우리의 단어들이 어디에 어떻게 모여 있는지를 파악할 것이고, 고기를 파는 코너에도 맛이 다른 수많은 종류의 고기가 있듯 각 진열대에 있는 단어들의 특성을 탐색해 볼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마트의 어느 곳에 무엇을 파는지는 눈에 선하지만 내가 필요한 단어가 어디에 진열돼 있는지는 잘 모르기 때문이죠. 단어 마트의 진열대 구성을 알려드립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단어 진열대의 구성은 명사, 대명사, 수사, 관형사, 부사, 조사, 동사, 형용사, 감탄사라는 9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명사, 대명사, 수사는 주재료의 역할을 하고 관형사와 부사는 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조미료의 역할을 합니다. 동사와 형용사는 주로 문장의 마지막에 오면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에 맞게 문장을 마무리합니다. 조사는 여러 단어들의 관계를 알려주는 구실을 하고 감탄사는 홀로 쓰이면서 말하는 이의 느낌을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 사전에 실려있는 단어의 수는 190만 개가 넘습니다. 이렇게 많은 단어를 겨우 9개의 진열대에 진열했다니 놀랍습니다. 분명히 구분을 지은 기준이 있을 것이고 그 기준이 앞으로 이어질 내용의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단어 구분의 기준을 살펴보기 전에 단어가 먼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단어는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나,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의 뒤에 붙어서 문법적 기능을 나타내는 말’ 정도로 정의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문장은 몇 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을까요?


큰 바다 넓은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


이 글은 김영랑 시인의 ‘바다로 가자’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단어의 정의를 생각해 본다면 8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어의 정의 중에 ‘자립적’이라는 말은 달리 말하면 띄어 쓸 수 있다는 말이 되니 ‘큰, 바다, 넓은, 가졌노라’는 각각이 단어임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하늘’이나 ‘우리’와 같은 말들도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니 단어가 될 것이고 ‘하늘’, ‘우리’라는 말 뒤에는 ‘을, 는’이라는 말이 붙어있으니 이것들 역시 단어가 됩니다. 그렇다면 ‘큰, 넓은’과 ‘크다, 넓다’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크다’와 ‘넓다’의 앞 말에 ‘-ㄴ’과 ‘-은’이 붙어 ‘큰, 넓은’이 되었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어떤 단어는 또 쪼갤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하늘’과 ‘우리’는 쪼개지지 않지만 더 쪼개지는 말들도 있습니다. 이때 알아야 할 개념이 바로 형태소입니다. 형태소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가장 작은 단위 정도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는 진짜 대상을 떠올릴 수 있는 의미일 수도, 문법적인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위의 시 한 구절을 형태소로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실질 형태소와 형식 형태소가 한 쌍을 이루고 자립 형태소와 의존 형태소가 한 쌍을 이룬다. 형식 형태소는 문법형태소라고도 한다.

자립 형태소와 의존 형태소는 홀로 쓰일 수 있는가에 따라 형태소를 분류한 것으로 의존 형태소의 경우는 붙임표(-)를 결합하는 방향에 함께 적도록 되어 있답니다. 단, ‘을, 는’과 같은 말은 자립할 수 있는 말에 붙어 있는 경우로 하나의 단어로 인정하기에 붙임표를 따로 적지 않도록 되어있습니다.

이제 형태소에 대해서도 알아봤으니 원래 알아보려 했던 단어 진열대를 분류한 기준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단어 분류의 기준은 ‘형태, 기능, 의미’입니다. 이 기준들은 형태에서 의미까지 순서대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바다로 가자’의 한 구절을 계속 이용해보죠. ‘큰 바다’라는 두 단어는 서로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단어는 그 단어의 모양이 변할 수 있고 하나는 그 모양이 고정되어 있죠. ‘큰’은 ‘크다, 크고, 크지만’처럼 그 모양이 변할 수 있기에 가변어라고 하고, ‘바다’는 그 모양이 늘 고정적이기에 불변어라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들은 모두 불변어와 가변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능에 대해 살펴보죠. ‘하늘을 우리는’을 보면 ‘을, 는’은 다른 단어들과의 관련성을 알려주는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라고 말하든 ‘우리는 하늘을 가졌노라’라고 말하든 그 의미가 동일한 것이지요. 만약 ‘새 바다 새 하늘을 우리는 가졌노라’라고 시를 바꿔 본다면 ‘새’와 같은 말은 바다와 하늘을 꾸며주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즉 기능이라는 기준은 문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로 분류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의미라는 기준을 살펴볼까요? 바다와 하늘은 이름이라는 공통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에 이름 명(名) 자를 써서 명사라고 분류하게 됩니다. ‘우리’는 주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모두 포함하여 가리키는 말고 화자와 청자의 이름을 대신하는 의미가 있기에 대신할 대(代)를 써서 대명사라고 합니다. 이런 방법으로 9개의 품사를 구분합니다.

형태, 기능, 의미의 순서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후술 하겠지만 조사 중에 서술격조사(이다)는 가변어에 속한다.

단어에 대해 알기 위해 미리 알아 두어야 할 내용이 너무 많았나요? 이제 어서 단어 장보기를 시작해 볼까요?



정확한 지식을 다루면서도 쉽게 전달하고 싶은 의도를 담은 글이라 좌충우돌하고 있습니다. 읽어보신 분들의 댓글로 많은 지적과 조언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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