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풍미를 올리는 단어들 - 수식언(관형사, 부사)에 대한 탐구
이곳에는 꾸며주는 기능을 하는 단어들이 모여 있습니다. ‘꾸며주는 기능’이라는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품사가 혹시 형용사가 아닌가요? 국어 문법보다 영어 문법에 더 익숙한 학생들이 많은 요즘이라 그런지 아이들은 꾸며주는 기능을 한다는 말만 하면 형용사를 떠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잠시 알아본 것처럼 국어 문법에서 수식언에 포함되는 품사는 관형사와 부사가 있습니다. 이 두 품사는 꾸미는 말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무엇을 꾸미느냐에 따라 나누어집니다.
먼저 관형사는 체언(명사, 대명사, 수사)을 꾸며주는 단어들의 집합입니다. 또한 조사와 결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체언과 구별되기도 합니다. 관형사의 관은 모자를 의미합니다. 예쁜 비단옷을 입고 마지막으로 갓끈을 매는 선비를 떠올린다면 꾸며준다는 의미를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갓은 대나무로 만들었는지 말의 꼬리털로 만들었는지, 돼지의 털로 만들었는지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고 착용하는 사람이나 상황, 신분에 따라 구분할 수도 있습니다. 방랑시인 김병연이 쓰고 다녔을 삿갓도 갓이며 흔히 보는 사극에 등장하는 남자들이 쓰고 있는 검은색 모자인 흑립도 갓이지요. 이처럼 관형사도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헌 옷을 벗고 새 옷을 입다.’라는 문장을 생각해 보면 ‘헌’과 ‘새’가 관형사인 것은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헌’이나 ‘새’ 같은 관형사는 꾸며주는 옷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기에 성질과 상태의 머리말을 따 성상 관형사라고 분류합니다. 이번에는 ‘이 옷을 벗고 저 옷을 입다.’라는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역시 ‘이’와 ‘저’가 관형사라는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질과 상태라는 말이 잘 어울리진 않습니다. ‘이’와 ‘저’는 옷을 지시하며 가리키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관형사들을 지시 관형사라고 합니다. 마지막은 앞서 살핀 수 관형사입니다. ‘우산 세 개가 이마를 마주대고 걸어간다.’는 노래 가사에서 찾아보았던 ‘세’와 같이 수와 관련지어 꾸미는 기능을 하는 관형사도 있답니다.
이번에는 ‘헌’이라는 성상 관형사 대신 ‘더러운’이라는 말을 넣어보겠습니다.
더러운 옷을 벗고 새 옷을 입다.
이 문장의 ‘더러운’도 관형사로 볼 수 있을까요? 관형사가 아닙니다. ‘헌’과 ‘더러운’이라는 말의 차이를 생각해 볼까요? 의미의 차이가 아닌 그 형태에 집중하면 답을 찾기 쉽습니다. ‘더러운’이라는 단어는 ‘더럽다’라는 말이 활용하여 모습을 바꾼 것으로 가변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더러운’은 관형사가 아닙니다.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보여도 불변어인지 가변어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올바른 품사 구분을 할 수 있게 된답니다.
부사 역시 관형사와 마찬가지로 꾸며주는 기능을 담당하는 단어들의 집합입니다. 부사를 뜻하는 adverb는 ad와 verb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ad는 붙어있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고 verb는 동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adverb는 동사에 붙어 다니는 특성을 보여줍니다. 즉 다른 말에 붙어 꾸며주는 기능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부사가 동사만 꾸며 주는 것은 아닙니다. 부사가 꾸밀 수 있는 말들은 참으로 많습니다. 부사에 대해 일반적으로 용언이나 다른 부사, 일부 체언, 문장을 수식한다고 정의합니다. 다음 문장 중에 부사가 있는지, 있다면 무엇일지 찾아볼까요?
① 빨리 달린다.
② 매우 빠르다.
③ 매우 빨리 달린다.
④ 확실히 그는 빠르다.
⑤ 가장 빠른 사람은 바로 너이다.
⑥ 너는 빨리 달린다. 그러나 나는 느리게 달린다.
①~⑥ 문장에서 찾을 수 있는 ‘빨리, 매우, 확실히, 가장, 바로, 그러나’가 모두 부사입니다. 이제 부사의 일반적 정의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용언이나 다른 부사, 일부 체언, 문장을 수식한다.’라는 말을 잘 생각하며 하나씩 살펴보면 ①번 문장에서 ‘빨리’라는 부사는 달린다는 움직임을 드러내는 동사를 꾸며주고 있으니 용언을 수식한다고 할 수 있고, ②번 문장에서 ‘매우’ 또한 ‘빠르다’라는 상태를 드러내는 형용사를 꾸며주고 있으니 용언을 수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①번과 ②번에서 ‘빨리’와 ‘매우’는 각각 동사와 형용사를 꾸며주는 용언 수식의 부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③번의 ‘매우’는 무엇을 수식하고 있나요? ‘매우 달린다’라는 말은 좀 어색하니 ‘매우’는 ‘빨리’를 수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부사를 수식하는 부사를 찾아낸 것입니다. 이제까지가 부사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항상 이 정도 수업을 하고 아이들의 반응을 살핍니다. 그러면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아직 어렵지 않은 내용이라 잘 이해하고 있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도 있고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눈꺼풀을 들려고 노력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어떤 부류의 학생들이 더 많은지 상관없이 과감한 농담을 시도합니다.
“생각나는 욕이란 욕은 다 말해봐.”
이 한마디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합니다. 쭈뼛거림도 잠시. 누군가가 시원하게 욕 한 마디 내지르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 욕을 칠판 한 구석에 태연하게 적으면 아이들은 서로 새로운 욕설을 찾아내기 위해 온갖 고민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욕으로 가득 찬 교실이 이어지고 아이들은 쌍시옷으로 적어야 할까? 아니면 그냥 시옷으로 적어야 할까?로 논쟁을 하기도 하고 학구적인 학생들은 저에게 욕의 기원에 대해 묻기도 합니다. 이 수업의 장면을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비도덕적이고 수준이 낮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시라도 웃고 떠드는 순간이 잠에 취해 버려지는 시간보다는 더 유익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입니다.
“부사에 대한 수업을 하면서 왜 욕을 찾아봤을까? 여러분이 쉽게 말하는 그 욕들은 대부분 ‘부사’ 아니면 ‘감탄사’입니다. 여러분들이 말한 그 욕설들은 예문의 부사들이 있는 자리에 넣어 보아도 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부사의 내용을 조금 더하고 감탄사에 대해 수업하겠습니다.”
이렇게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확실히 나는 좋은 교사는 아니야.’
저의 생각 속에도 ④번의 예문 속에도 있는 ‘확실히’라는 이 단어도 부사입니다. 무엇을 수식하는 것으로 보이시나요? 특정 단어나 문장 성분을 꾸민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어지는 문장 전체를 수식한다고 보는 것이 적합해 보이지 않으시나요? 맞습니다. 그래서 ‘확실히’와 같은 부사는 문장을 수식한다고 해서 문장 부사라고 합니다. 이와 반대로 이제까지 살펴본 ‘매우, 빨리’ 같은 부사들은 문장 전체가 아닌 문장의 성분 하나하나를 꾸민다고 하여 성분 부사라고 분류합니다. 즉 부사는 성분 부사와 문장 부사로 나눌 수 있었던 것이죠. ‘확실히’ 같은 문장 부사는 재미있는 성질이 있습니다.
확실히 그는 빠르다.
그가 빠른 것이 확실하다.
확실히 나는 좋은 교사는 아니야
내가 좋은 교사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이렇게 문장 부사를 서술어로 바꾸어도 큰 문제가 없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신기해 보이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확실하다는 말하는 사람의 생각이나 입장, 태도를 문장 앞에 말하든 뒤에 말하든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그렇다면 가운데에 넣는다면 어떨까요? ‘확실히’를 여기저기로 옮겨보세요. 어색하지 않게 옮겨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교사’라는 말의 사이에 ‘확실히’를 넣기에는 어색함이 보입니다. 왜일까요? ‘좋은 교사’는 끈끈하고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하나의 구(句)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죠. 아무리 붙임성 좋은 부사라도 단짝 친구 사이에 끼어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의 시작은 바로 지금부터입니다. ‘바로’가 있는 ⑤번 문장을 잘 살펴보시죠. ‘바로’는 과연 무엇을 꾸며주고 있나요? 아무리 고민해도 ‘바로’의 꾸밈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단어는 ‘너’밖에 없습니다. ‘너’는 분명 대명사입니다. 명사를 대신하고 직접 가리키는 대명사. 이제까지 부사는 용언이나 부사, 문장을 수식했는데 이제는 대명사까지도 수식하려 합니다. 왜 문제의 시작이 바로 지금부터인지 눈치채셨나요? ‘바로 지금’에서 ‘바로’는 명사인 ‘지금’도 수식하고 있습니다. 명사나 대명사와 같은 체언을 수식하는 단어들은 관형사라고 앞서 다뤘습니다. 그렇다면 ‘바로’는 부사일까요? 관형사일까요?
학교 마치면 집에 바로 오너라
바로 뒤에 있었다.
이 두 문장에서 ‘바로’를 살펴보면 첫 문장에서는 ‘오다’라는 동사를 꾸며주니 부사로 보는 것이 옳게 보이고, 두 번째 문장에서 ‘바로’는 ‘뒤’라는 명사를 꾸며주니 관형사로 보입니다. 과연 무엇이 맞을까요? 부사일까요? 관형사일까요? 그때마다 달라지는 것일까요? 이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부사의 일반적인 정의에서 보았듯 일부 체언을 꾸미기도 한다고 하였으니 일단 부사로 처리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쉽게 용납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같이 놀 수 있겠니?
우리 같이 놀 수 있겠니?
두 문장의 차이는 띄어쓰기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두 문장의 의미는 각각 무엇일까요? 첫 문장은 ‘(너도) 우리가 노는 것처럼 놀 수 있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같이는 조사로 쓰이고 ‘처럼’의 의미와 유사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의 의미는 ‘우리와 함께 놀 수 있겠니?’의 의미가 되고 여기에서 ‘같이’는 ‘놀다’를 꾸미는 부사로 분석이 가능합니다. ‘바로’의 예처럼 ‘부사이고 상황에 따라 여러 기능을 한다.’라고 정의할 것인가? 아니면 ‘같이’의 예처럼 ‘상황에 따라 어떤 기능을 하는지 보고 품사를 결정한다.’라고 정의할 것인가? 과연 무엇이 맞는 방법일까요?
사람들은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가령 저는 누군가의 아들이자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누군가의 제자이자 누군가의 선생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저의 모습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저를 규정하는 방법은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정의 1. ‘내가 아는 사람의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이 애를 낳아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그 아들은 유명한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았고 지금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의 2. ‘그는 내가 아는 사람의 아들이자 예쁜 딸을 가진 아버지이고 유명한 교수의 제자이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두 정의는 사실 같은 대상을 언급하고 있지만 규정하는 방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정의 1은 원래의 모습을 가정하고 그 변화의 양상을 중심으로 정의하였지만, 정의 2는 시간의 흐름을 배제하고 지금 대상의 다양한 모습을 대상의 본질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두 정의 방법 중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국어에 대한 문법적 설명을 일관된 관점에서 기술할 필요는 절실해 보입니다. 정말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수식언 부사의 문제는 여기에서 끝이 아닙니다. 심지어 꾸미는 기능을 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부사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⑥번 문장 ‘너는 빨리 달린다. 그러나 나는 느리게 달린다.’입니다. 이 문장에서 ‘그러나’는 부사입니다. 문장 접속의 기능을 하는 문장 부사입니다. 분명히 수식언이라고 하면서 무엇을 꾸며주고 있는가에 대해 고민해온 우리에게 접속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말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부사는 쓰레기통이라고 가끔 말하기도 합니다. 너무 과격한 표현일 수는 있지만, 부사를 규정하고 분류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의미를 담은 은유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고 어느 분리 수거함에도 넣을 수 없는 쓰레기를 만났을 때 일반쓰레기 봉지에 넣어 버리듯, 모든 다른 품사를 분류하고 도저히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모조리 부사로 처리하면 될 것이다.'라고 학생들에게 말하기도 한답니다. 이러한 말을 할 때마다 아이들은 드디어 부사를 분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사실 공부를 하는 사람이자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부사 정의에 대한 관점을 명확히 하고 과감한 품사 분류 체계의 수정이 이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수식언들은 요리의 맛을 살려주는 후추나 마늘과 같은 향신료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향신료가 없다고 요리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 이러한 수식언들이 없다고 해서 문장을 완성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금이나 후추, 마늘, 고추 등이 빠진 음식은 무언가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수식언에 대한 이해와 풍부한 활용능력이 어쩌면 우리 언어의 맛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