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딘는] 우리말 맛있는 우리글 #13

단어와 단어 사이엔 '와'가 아닌 조사가 있다. 조사에 다가가기 준비

by 이학성

이번에는 관계언이라는 진열대로 넘어왔습니다. 관계언 즉, 조사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관계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관계라는 단어를 넣어 말을 만들어보면 사람과 사람의 관계, 사람과 동물의 관계, 이 물건과 저 물건의 관계, 이 개념과 그 개념의 관계처럼 복수의 상황을 떠올리게 됩니다. 즉 관계언은 혼자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혼자 있을 수 없기에 항상 다른 말에 붙어 다니게 되고 단어와 단어들 사이에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단어들을 모아 ‘조사’로 분류하였습니다. 조사는 助詞입니다. 助는 돕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글자로 큰 비석(且)을 만들기 위해 힘(力)을 모은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조사는 힘들 보태어 주는 말이 되는 것이지요. 힘을 보태는 일반적인 방법과 조사의 분류는 묘하게 일치합니다. 가령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성실하고 유능한 직원에게 특정 부서를 맡아달라고 과장이나 부장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해당 직원에게 힘을 보태는 방법이듯 특정 단어에 자격을 부여하는 조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격조사라고 하지요. 사장의 자격을 줄 수도 있고 부장의 자격, 과장의 자격을 줄 수도 있듯 조사들도 주어의 자격, 목적어의 자격, 서술어의 자격 등 단어에 다양한 자격을 주어 힘을 보태어 준답니다. 또한 삶의 방향을 잃고 힘겨워하는 학생에게 삶의 의지와 의미를 일깨워 주는 선생님의 한마디도 힘을 보태는 방법이 될 수 있듯 보조사는 단어에 의미를 덧붙여 주는 기능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개개인을 모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상승효과를 만들어내는 지도자의 지혜도 개개인들에게 힘을 보태는 방법이 될 수 있듯 접속조사는 단어들을 이어 주어 효율적인 문장을 구성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소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 비유지만 사람의 경험이 사고를 만들고 사고의 틀이 학문이 되는 과정에서 어쩌면 문법의 체계와 인간 세상의 모습이 다를 바 없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요?

조사-격조사/접속조사/보조사

앞서 살펴보았듯 조사는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이 말은 혼자 있을 수는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또한 누군가를 돕기 위해서는 도움을 받을 대상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말의 조사는 앞말에 늘 붙어 다니게 됩니다.

‘한글맞춤법 제1장 제2항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

품사는 단어들을 구분 지어 놓은 것이고 품사의 분류 속에 조사가 있으니 조사 역시 단어입니다. 한글맞춤법 제1장 제2항에서 ‘단어는 띄어 씀’이라고 했으니 사실 조사들도 모두 띄어 써야 한다고 할 수도 있지만 조사는 도와주는 말이니 앞말에 늘 붙습니다. 그러서 ‘띄어 쓴다’가 아닌 ‘띄어 씀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되어 있는 것입니다.




동생이 밥을 먹을 것이다.


이 문장에는 ‘을’이 두 개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같은 ‘을’이지만 사실 그 본질은 전혀 다릅니다. 앞의 ‘을’은 ‘밥’이라는 명사에 붙어 있고, 뒤의 ‘-을’은 동사 ‘먹다’의 어간 ‘먹-’에 붙어 있습니다. 동사와 어간에 대해 아직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두 ‘을’의 결합 양상이 다르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앞의 ‘을’이 결합되어 있는 ‘밥’은 ‘을’이 없더라도 자립할 수 있기에 ‘을’ 역시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특성 즉, 준자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조사이기에 단어로 인정하는 것이지요. 반면, 뒤의 ‘을’이 결합되어 있는 ‘먹-’은 ‘-을’이 없다면 전혀 혼자 쓰일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을’은 ‘먹-’에 더욱 밀접하게 붙어 있는 것으로 자립성이 없다고 할 수 있기에 별도의 단어로 인정하지 못하고 어미라고 한답니다.

바로 이 부분이 문법 공부가 어려운 시작점입니다. 새로운 학기가 되고 새로운 과목을 접하며 많은 학생들은 의욕적으로 학업에 열중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학생들만 그런 것은 아니죠.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두려움과 더불어 설렘이 있고 이 두려움과 설렘은 도전하는 자세와 열정을 만들어 냅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 그 두려움과 설렘은 어느새 사라지고 더불어 열정도 식어가게 됩니다. 이럴 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 ‘조사’입니다. 차근차근 알아가면 될 줄 알았던 문법 지식들이 우리에게 과도한 요구를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조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뒤에 다루게 될 내용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뒤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의 내용을 차근차근 이해해야만 가능합니다. 즉 순서를 초월한 전체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이 문법입니다. 많은 문법 학습자들이 어려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바로 해결책입니다. 조금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표시를 해두고 계속 공부해 나가는 것이지요. 그럼 그 이해 안 되는 부분의 답들이 뒤에 등장할 것입니다. 추리소설을 읽거나 미스터리를 다룬 드라마를 볼 때 우리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인가’라는 무한한 궁금증과 호기심의 해답이 결국 작품의 결말이 등장하고 그때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처럼 이 문법공부도 여러분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입니다. 카타르시스를 찾기 위해 계속 나아가 볼까요?

앞서 언급하였듯 조사에는 격조사, 보조사, 접속조사가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격조사는 참 중요한 단어들입니다.


그가 호랑이를 잡았다.
그를 호랑이가 잡았다.


‘가’와 ‘를’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생과 사가 결정됩니다. 바로 이와 같은 단어들이 격조사입니다. 격조사는 자격을 주는 조사입니다. ‘그가 호랑이를 잡았다’에서 ‘가’는 ‘그’를 잡는 행위의 주체로 만들어 주고 있고 ‘그를 호랑이가 잡았다’에서는 ‘가’가 ‘호랑이’를 잡는 행위의 주체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처럼 행동이나 상태, 성질 등의 주체라는 자격, 즉 주어의 자격을 주는 조사를 주격조사라고 합니다. ‘를’은 잡다라는 행위의 대상이 됨을 알려주는데 이를 목적어의 자격을 주는 목적격 조사라고 합니다. 이와 같은 방법이라면 주어, 목적어와 같은 문장 성분에 대해 이해가 격조사에 대한 이해에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문장 성분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고 다시 격조사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문장 성분은 문장의 성분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를 말합니다. 무언가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반드시 필요한 것과 부수적인 것이 있듯 문장 성분에도 반드시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주성분 –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
부속성분 – 관형어, 부사어
독립성분 – 독립어


문장 성분은 문장 구성에 반드시 필요한 주성분과, 주성분을 꾸며주는 기능을 주로 하는 부속 성분, 그리고 문장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지 않고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독립성분으로 나뉩니다.

영수가 호랑이를 잡았다.


이 문장에서 찾을 수 있는 행위의 주인공은 ‘영수’이며 ‘영수가’를 주어라고 합니다. 문장 성분의 단위는 띄어쓰기의 단위 즉 ‘어절’이기 때문입니다. ‘잡았다’는 주어의 행동을 서술하는 부분이기에 서술어라고 합니다. 서술어에는 ‘잡다’라는 동작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행위에 영향을 받는 대상을 목적어라고 하고 ‘호랑이를’이 목적어가 됩니다.

영수가 사냥꾼이 아니다.
영수가 사냥꾼이 되다.

아까와는 조금 다른 문장 구성입니다. 이제 주어 ‘영수가’와 서술어‘아니다’, ‘되다’는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목적어가 아닌 뭔가 새로운 문장 성분이 등장하였습니다. 이 문장에서 ‘사냥꾼이’는 보어입니다. 아니다, 되다라는 말의 영향을 받은 대상이 사냥꾼이라고 보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가 ~(이)가 아니다/되다의 구성에서 '사냥꾼이'의 자리에 위치하는 문장 성분을 보어라고 정의합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 중에 어느 하나가 빠져도 온전한 문장이 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을 주성분으로 분류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살펴볼 문장 성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영수가 동물원의 호랑이를 잡았다.
영수가 무서운 호랑이를 잡았다.


호랑이를 꾸며주는 문장 성분은 ‘동물원의’, ‘무서운’입니다. 호랑이는 명사 즉 체언입니다. 이처럼 문장에서 체언을 꾸며주는 구실을 하는 것을 관형어라고 합니다. ‘동물원의’처럼 조사‘의’가 결합하여 관형어가 만들어질 수도, ‘무서운’처럼 ‘무섭다’는 형용사가 모습을 달리하여 관형어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영수가 호랑이를 동물원으로 끌고 갔다.


부사어는 주로 용언을 꾸며주는 구실을 하는 문장 성분이지만 사실 그 쓰임이나 기능은 아주 다양합니다. 그 속에서도 시간이나 장소, 또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뒤에 조사가 붙어 부사어가 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바로 ‘동물원으로’와 같은 경우를 부사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독립어입니다. 독립어는 독립성분으로 분류됩니다. 어떻게 분류를 하든 독립이라는 말이 항상 따라오듯 독립적으로 사용되는 말들을 뜻합니다.


와! 정말 아름답구나.


이 문장에서 ‘와!’는 뒤의 내용과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와!’의 자리에 다른 말들도 넣어 볼 수 있습니다.

길동아, 어서 와
슬픔이여, 안녕
신이시여, 저를 버리지 마소서


‘와’와 같이 하나의 단어가 독립어가 될 수도 있고, ‘길동아, 슬픔이여, 신이시여’처럼 명사 뒤에 조사가 결합한 형태가 독립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까지 살펴본 것이 문장 성분이었고 우리가 살펴보고 있던 것은 조사, 그중에서도 격조사였습니다. 이제 다시 격조사 이야기를 이어나가 볼까요? 문장 성분에 주어, 목적어, 보어, 서술어, 관형어, 부사어, 독립어가 있었습니다. 체언 뒤에 특정한 조사가 결합하면 이와 같은 문장 성분의 자격을 주게 되고 이때 사용되는 조사를 격조사라고 합니다. 문장 성분의 이름을 따서 각각 주격 조사, 목적격 조사, 보격 조사, 서술격 조사, 관형격 조사, 부사격 조사, 호격조사(독립격 조사가 아닙니다)라고 부릅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다음부터는 격조사, 보조사, 접속조사 하나하나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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