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곰주 곰강 위령문

by 이학성

울분으로 한양을 떠난 사람들은

비단 같은 강물에

마음을 씻고 산성을 쌓았더라


다시는 잃지 않겠노라

흙을

날라

날라

산 언덕을 높였을 것이다


다시

모든 걸 잃은 이들은

숨죽여 살면서도

조금씩 흙을 쌓고 돌을 쌓았다


나라도 잃고

가족도 잃고

천년의 성벽도

잃어도


곰강에 흘러온

곰강에 흐르는

곰강에 흘러갈


어린 자식의 삶은 잃을 수 없어 그리 싸웠을 것이다.

그의 한아버지와 한아버지의 한아버지가 쌓아 올린

흙두더미에 몸을 기대

동학년 곰나루에서 그리 싸웠을 것이다.


웅장한 곰 울음소리가

비단같은 금 빛으로 흘러내려 서글퍼도

더는 성을 높이지 않아도 될 터이니

편히 쉬소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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