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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재 Jun 14. 2024

[소장영화관] 밀레니엄 맘보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고 박경리 선생의 시가 생각나게 하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0년 전에 있었던 일을 추억하는 형식입니다. 영화가 만들어질 당시가 2001년이었는데 영화의 화자는 2011년에 있습니다. 지금 일어난 일을 10년 미래에서 바라보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죠.

영화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유하는 정서를 기반으로 하죠. 그래서 과거에 일어난 일 중에서 공통된 집단적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서 2001년, 밀레니엄이 시작되는 당시의 사랑이 어떤 의미인지를 설명하기 위해 화자의 시점을 이동시켜 관조하는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영화는 주인공 미키(서기 분)가 10년 전 한때 사랑했지만 너무나 자신을 괴롭혔던 한 남자를 추억하며 끝납니다. 왜 그랬을까? 고통스러운 기억,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일 텐데 말이죠. 아마도 자신 또한 그만큼 사랑에 서툴렀기 때문에 그 남자의 서툰 사랑 또한 보듬어 주고 싶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해 봤어요. 그런 문학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나쁜 것을 기억해야 생존에 유리하니까 라는 생물학적 해석도 가능합니다. 아무튼 주인공은 이상하게 나쁜 것을 계속 추억합니다. 그런 모습이 밀레니엄에서만 일어나는 사랑은 아닐 테죠. 감독은 이런 보편적 정서에 밀레니엄의 데코레이션을 해 넣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시선을 가지지 못했을 때 속절없이 흘려보냈던 무수한 시간들. 우리는 왜 그때는 알지 못했을까? 미래를 현재로 해석할 수 있는 조금 성숙한 시야를 가진 나이가 된 지금. 우리는 과거에 그랬던 것보다는 좀 현명하게 현재를 맞이하고 있을까요? 그게 참 쉽지 않아요. 그래도 하니씩 몸과 마음을 속박하는 그물을 끊어내고 자유로워지고 싶습니다. 확실한 건 카메라를 바라보며 잡힐 듯 말 듯 달아나는 눈부신 주인공처럼 현실은 매일 빛나고 있다는 것이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이야기할 거리가 있는 서기의 두툼한 입술과 휘날리는 머릿결을 보는 것 만으로 황홀한 영화입니다.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나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박경리 [산다는 것]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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