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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기_5화] 사과나무 심기

by 이다

즐겨 찾던 그림 유튜브 채널이 있었어요.

오일 파스텔 그림을 볼 수 있는 채널인데 그림이 너무 환상적이었습니다.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에 몇 달 전부터 무작정 따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간단해 보였는데 그리면 그릴 수 록 엄청난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화실을 찾아갔습니다.


화실에는 6명 정도의 수강생이 있었는데 모두 40대 이상의 여자분들이었어요.

제가 들어가니 남자라며 반겨주셨어요.

손녀딸 그림을 그리는 70대(?) 할머니도 계셨던 것 같아요.

그림도 너무 훌륭합니다.


유튜브로 목소리만 듣던 선생님은 너무 편안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남자분이시네요?"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리는 동안 선생님은 수강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코치를 해주시더군요.

그리고 제 그림도 잠시 봐주셨습니다.

"그림을 좀 덜 그렸어요"

그림의 밑색 깔기, 밑색과 덮는 색의 섞임, 파스텔 누르는 세기 조절, 광선의 방향, 발광하는 색의 선택, 사물의 균형감 등등 생각해야 할 것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주섬주섬 짐을 싸는 분들이 있었어요.

끝날 시간인가? 시계를 봤는데 눈에 시간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아마 2시간 정도가 순삭 한 것 같습니다.

뒷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오니 전혀 다른 세상처럼 느껴졌어요.

그림에는 어떤 명상보다 강력한 머리 비움의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릴 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 사과나무처럼 보이네요.

어제는 사과나무를 두 그루나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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