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침일기_6화]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면

by 이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하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물에 젖어 눈물이 흐르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삶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이었어요.

그런데 샤워를 하다 갑자기 팔을 잃고 입으로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던 사람이 생각났어요.


그가 그린 그림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그의 집념이 부러워서가 아니라 모든 것을 가졌지만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내 모습이 보였이 때문입니다.

그리고 오직 나의 에고만을 살 찌우기 위해서 살았던, 살려고 하는 내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중요해 보이지 않을까 봐, 멋있어 보이지 않을까 봐 수많은 날들을, 수많은 나를 스스로 감금해 놓고 살고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런 내가 너무 애처로워 보였어요.


사실 애처롭다는 말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아직 건강하고 살아갈 날이 반이나 남아있다는 것에 대한 감사,

스스를 감금한 시간들에 대한 후회,

아직은 불확실함의 두려움,

나를 지배하고 있었던 어떤 것에 대한 굴복과 굴욕감,

스스로의 자백과 그 해방감,

이 몸이 쓰일 곳이 있을 것 같다는 희망이 교차하는 그런 눈물이었습니다.


이제 조금씩 나아가려고 합니다.

헛된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시간들이, 그동안 배웠던 것들이, 앞으로의 시간들이 인간 세상 속에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