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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일기_10화] 삶이라는 판타지를 보았다

by 이다

캄캄하다.

아래 위가 어딘지. 눈을 뜨고 있는 건지 감은 건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그때 주위가 느껴진다. 저기 출구에서 빛이 들어온다.

신기루인가?

아직 고통은 진행 중이고 아직 터널 속이라는 이야기다.


내가 지른 소리에 놀라고 작은 소리와 미세한 감촉이 나를 전혀 다른 곳으로 인도했다.

동굴 속에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때 나는 나를 위로할 것들, 나의 적이 되어야 할 것들을 상상해 낸다.

그것들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했다.


뒤돌아 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시커먼 동굴 속이 보인다.

그곳에서 허우적거렸던 내 모습이 보인다.

아! 나는 주인공이었다.

판타지 영화의 주인공.


더 과거를 더 거슬러 내려가보자

나는 많은 판타지들 속에 있었다.

사랑이라는 판타지, 꿈이라는 판타지

그것들은 나만의 특별한 것이 아닌 인간의 의례다.

그것 자체가 삶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것이 신기루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시 고개를 돌려본다.

시간이 지나 나는 또 동굴 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제는 그것이 잠시 벌어질 판타지라는 것을 안다.

때가 되어야 보이는 판타지, 나에게만 보이는 판타지.

이제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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