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하는 수많은 이유 중 하나
깨끗한 물에 재료들을 정성스레 씻고, 손질하고, 시들고 바랜 부분을 잘라내고,
싱싱한 줄기를 손으로 만지고, 뭍은 흙을 털어내고, 반들반들한 표면을 문지르는 그 행위.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첫번째로 무조건 해야하는 재료를 다듬는 과정.
나는 요리를 할 때 이 첫번째 과정이 제일 좋다.
재료를 다듬을 때면 조용히 싱싱한 생명력있는 채소들,과일들, 기타 다른 재료들과 가만가만 서로를 돌보아주는 느낌이 든다.
아프고 시든 부분들을 정리해주고 '이제 됐다'싶을 만큼 깨끗이 여러번 물로 씻어주고.
명상을 하는 사람들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하는 심도있는 수련은 아니겠지만, 나 자신이 더 깨끗하고 단정해지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다.
색과 촉감이 살아있는 재료들을 칼로 사각사각 썰고 다듬을 때의 산뜻함. 껍질을 벗겨내어 하얀 속살을 내보이는 양파를 만질때의 평안함. 내가 하고싶은 대로, 내가 마음먹은 만큼 깨끗이 하는 이 순간.
푸드포토그래퍼로 일한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가고 있다.
아름답게 완성된 음식과 플레이팅을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도 물론 뿌듯하고 예술적이고 아름답지만,
그 이전에 쉐프가 처음 재료를 쥐었을 때의 시작하는 벅참을 잊지말고 마음에 새기며 음식을 프레임에 담아야한다고 셔터를 담는 손에 매번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