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자꾸 누가 나를 귀찮게 한다.알게 모르게 내게 상처도 낸다.내 물건들, 음식들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온 신경을 모아 더듬이를 움직여댄다.
개미다.
두 달 동안 빈집을 차지하고 여기저기서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녀석들이다.
딸내미 주려고 사다 놓은 간식과 뒤섞여 검정깨인지 개미인지 한번 더 봐야 하고 커피포트 속으로 다이빙해서 둥둥 떠다니는 놈들 건져내기도 찝찝해 물을 버리기 일쑤이니, 개미 '효능'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처음 며칠은 꿀에 개미약을 섞어서 주 출몰 구역에 놔두라는 라오스친구의 조언을 따라 곱게 놔주었다.(개미가 꿀과 섞인 약을 개미굴로 가져가면 개미굴완전 소탕작전이 된다고.)하지만 개미굴 완전 소탕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식탁 위로 오르는 길을 내 다리로 정하는몇 녀석들이 꼭 있다. 간지럽고 따갑고 성가시다. 딱딱!! 쳐 잡아도 보지만 그냥 죽을 순 없단 듯 따끔 물어버리고 전사해 버리기도 하는 탓에 상처뿐인 전쟁이다.
당장 개미굴 본부가 점령당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정말 못 참겠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니 개미와 나, 선을 긋는 법이 있다길래 라오스친구의 도움을 받아서 그었다. 선.
일명 개미 분필.
식탁 다리, 의자 다리, 싱크대 하부 등 주 출몰 지역에 선을 긋고우리 딸 간식 그릇 주변으로도 둥글게 선을 그었다.
오. 개미들이 선을 넘지를 못한다.
한참 선을 긋고 승리감을즐기고 있는데 일을 마친 남편이 한숨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런 남편을 향해 "한숨이 깊군!"짚었더니 "내가? 그랬나?" 한다. 자신도 몰랐던걸 보니 한숨이 너무 꽉 차버려 샜나 보다.
사실 우리 가족이 이곳 라오스로 옮겨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주인행세가 심한누군가가 자꾸 우리를 기가차게 하는 일이 있었다. 아는지 모르는지 우리에게 계속 상처를 냈다. 사적인 관계, 사적인 영역 주변까지 어슬렁 거리며 기분 나쁜 말들을 모아 입을 움직여댔다. 그럴 때마다 '너 죽고, 나 죽자'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남편 안에 꽈-악 들어찬 한숨이 샐 법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