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처리할 목표물들.
새벽시장 다녀오기
아침 챙기기
따님 학교 등교&픽업
남편 일터 출근 &픽업
점심밥, 반찬 만들기
설거지 뽀개기
빨래 개기, 널기
집 청소하기
저녁밥, 반찬 만들기
공부 봐주기
씻기기...
버스나 전철 같은 교통수단이 아직 발달되지 않은 라오스에서 자동차 한 대로 지내다 보니 장보기, 등하교, 출. 퇴근 픽업 등 유독 내가 더 분주한 날이 있다. 오늘처럼.
적을 처내듯 하나씩 목표물을 깔끔하게 처냈다는 안도 혹은 뿌듯함을 느낄 사이도 없이 샤워실로 향했다. 몸에 스며든 에어컨의 건조하고 찬 기운과 지구 중력 강화 기능 탑재한 천근만근 피로감을 녹여내는 데는 따뜻한 물 샤워 만한 게 없다. 보통 온수 기능을 가동할 필요도 없는 라오스. 한 낮 내내 태양도 쉼 없이 일했나 보다. 양수기도 잊지 않고 데워두고 갔다. 수돗물이 따뜻~하다. 하지만 오늘은 더 뜨거울 필요가 있다. '온수기, 너도 일하렴.' 온도를 높였다.
'음~개운해~.'
몸의 찬기도 피로감도 뜨거운 물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느낌이다.
샤워 끝난 시간 끝자락에 알몸으로 매달려 드라이기를 들고 머리 말릴 태세를 갖췄다. 그러던 찰나, 안방 문을 열고 들어오던 남편이 화들 짝 놀라 문 밖으로 튕겨 나가며 외마디를 던진다.
"오우ㅡ!"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드라이기를 잡고 각을 잡는데 남편 눈이 문짝에 걸렸나 보다. 빼꼼 빼꼼 문 사이로 들락거리며 내 벌거벗은 모습을 훔쳐보는 두 눈알이 영 엉큼하다.
처리하지 못한 '목표물'이 남았던 모양이다. 드라이기 소리에 숨어서 넘어오는 '목표물'의 시선이 거슬린다.
마지막 한 발이다.
반대쪽 머리카락을 말릴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지만, 잽싸게! 목표물을 향해 '드라이건' 조준.
쓰리, 투, 원!
"빵야-"
마지막 한 발이 엉큼한 목표물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푸하하하!" 웃음을 쏟아대며 거실 바닥으로 튕겨져 나간다.
미션,
클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