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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꿈맘 Dec 02. 2021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왜 자꾸 거짓말을 해

기분 좋게 아침 문안 인사를 드렸을 뿐인데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왜 자꾸 거짓말을 해

올해 추석 날 새벽 6시 30분

추석 명절날 이것저것 명절날 상차림을 위해서

준비하는 시간에 시어머니와 나는 냉전 아닌 냉전을

벌여야 했다

너무 억울해 왜 하필 이런 시어머니를 만나서

이런 소리까지 들어가며 시집 살이 아닌

시집살이를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소에도 늘 며느리를 무시하는 그런 말투에

시어머니라서 그냥 이해를 하려 해도 이날은

도저히 나도 그냥 참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그동안  묵혀 두었던 쌓여있던

억울한 감정들이 목구멍 위에까지 훅 치고

올라왔다 여기서 한마디도 못하고 그냥

듣고만 있다가는 정말 후회하는 건

당연하고 또다시 다른 상황에서도 나를 무시하겠지 말해야 돼 나도 사람인데

귀한 집 딸자식인데 말해 말해 라며 나에게 주문을 걸었다 나는 계속 얼굴이 붉어지고 긴장이 되었다ㅠㅠ



어머님 새벽에 잔기침을 조금씩 하시는 것
같던데 많이 피곤하셨나 봐요
감기 기운도 조금 있으신 것 같기도 하시고요


추석날 새벽 아침에 시어머님께 건넨 이 한 마디에 순식간에 거짓말 취급당하는
내 신세라니 정말 황당하고 억울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무슨 기침을 했다고 그러니
난 그런 적 없다


새벽에 잠깐 잠이 깼었는데요
어머님이 잔기침을 하셔서 많이 피곤하셨나 보다 감기 기운이 있으신가
하면서 저도 다시 잠이 들었어요


얘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지
왜 자꾸 거짓말을 해
그만해 애가 왜 이렇게 거짓말을 하는 거야



나는 억울했다 여기서 아무 말도 못 하면
계속 바보 취급당할게 뻔했다



시어머님은 평소에도 며느리인 나와 대화하실 때
본인이 아닌 거면 아닌 거고 본인이
하신 말씀이 옳다고 고집 아닌 고집을
부리실 때가 많으시다
딸이 하는 말이면 맞아 맞아
며느리가 하는 말에는 아니야 아니야
그래서 늘 시어머님과 대화할 때
특히 소심한 성격인 나는 말 못 할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기도 한다



그리고 시어머님 말투가 툭툭 쏘아붙이시고
인상도 많이 쌘 편이시다
시어머님이 30대 후반
시 아버님이 40대 초반쯤
되시던 그해 어느 날 시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고 한다
혼자서 5살 어린 딸아이
15살 된 중학생 아들을 29년 동안
홀로 자식들 키워내시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런 거 생각하면 정말 마음 아프고
짠하고 그렇다

30대 후반의 젊은 새댁이셨던 시어머님은
어느새 67세의 아직은 젊으신? 연세의
 할마니가 되셨다
(나의 친정어머니보다 한 살
동생이시다)

시아버님도 젊은 청년시절에 하늘나라에
가셔서 가끔씩 시아버님 생각을 할 때면
눈물이 나고 마음이 슬퍼진다



그런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말은
하고 넘어가야 된다며
나도 억눌러져 있던
억울한 감정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시어머님께 차분히 말을 시작했다

어머님 어머님은 왜 그렇게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기분 나쁘게 들으시고 사람을 무시하세요

"응  그래 자다가 나도 모르게 잔기침이 나왔었나 보다 이렇게 말씀할 수 있으신 거잖아요"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어머님은 저를 무시하고 그런 거 있으세요 어제 명절 음식 하시느라 많이 피곤하셔서 뒤척이시나 보다 하고 그런 생각으로 말씀드린 건데 어떻게 그게 거짓말이에요 어떻게 저보고 거짓말한다고 하시는 모르겠네요



그 말씀을 들으신 시어머님은 얘 됐어 라고  툴툴거리시며 다시 명절 준비를 하셨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앉아 있던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편 성격도 욱하는 성격이고 한 성격 하는데 가만히 듣기만 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은 거에 그냥 감사하게 생각했다 만약에 옆에서 남편이 시어머니 편을 들었더라면 나는 정말 미친년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것 좀 다듬어라 이건 좀 물에 씻어"


그렇게 한 번에 폭풍우가 휘몰아치던

추석 명절 새벽 아침이 지나고 다시 평온해졌다

추석날 시어머님과 이런 일이 있고 나서는

아 쓸데없는 안부는 여쭤보면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시어머님께 그렇게 자주 안부 전화를 드리지 않는 편인데 더 안부 전화드리기가 싫어졌다


며느리는 딸자식이라고 어느 누가 말했던가

적어도 나에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후로도 그날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억울한 감정들이 훅 치고 올라왔다

친정 식구들에게 이런 말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 또 한 번 억울한 감정들이 쌓여 있었는데

서울에 살고 계시는 다섯째 고모와 전화 통화하면서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다음부터는 평소에 미리미리 무슨 말은 할지 생각하고 있다가 그 말에 바로 대답을 할 수 있게 해 사람이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고모도 예전에 시어머님이 아들 못 낳고 딸만 셋 낳았다고 얼마나 구박을 그렇게나 많이 받았었다 그게 평생 한으로 남더라 억울한 감정이 ㅠㅠ

세상에 고모 그렇게 참고 어떻게 사셨어요

고모 말씀에 또 한 번 마음이 아프고 또 다음부터 시어머님이 다그치시고 사람 무시하시면 나도 바로

맞받아쳐야지 하며 다짐을 했다


그리고 이번 추석에 할 말을 했던 나의 행동에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 잘했어 잘했어

할 말은 하고 살아야지 나를 다독였다






그렇게 올해 추석은 유난히도 기억에 남는 그런

시끌벅적한 추석을 보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더 이상 시어머님께 안부 전화를 더 자주 안 하게 되었다

가까운 가족일수록 더 서로 예의를 갖추고 서로를 존중해주고 배려해 주어야 하는 게 아닐까


아주 가끔 안부 전화를 드리는 날이면 간단한 안부

인사만 간략하게 드리고 전화기를 얼른 끈 게 된다

더 이상 쓸데없는 말 늘어놓지 않으니 나는 더 좋다


그래도 늘 시어머님이 잘해주시는 일 그런 것만

생각하려고 하기는 한다

그래도 생각해 보면 며느리에게 잘해주셨던 일들도

있으니 그걸로 위안을 삼아 본다


며느리는 딸이 될 수 없어 절대로

딸 같은 며느리는 있을 수 있겠지......





몇 년 전에 시어머님이 나에게 선물해주신 스카프

인천 구월동 뉴코아 아웃렛까지 가셔서 사다 주셨다

몇년 전에 시어머님이 나에게 사주신 스카프

몇 년 전에 시어머님이 나에게 선물해주신 스카프

"감사합니다 뭐 이런 거를 다 사셨어요"

라며 무뚝뚝하게 감사 인사를 드렸지만

나의 입은 벌써 귀에 걸려있었다


결혼할 때 시어머님께 처음 받았던 쌍가락지

가 시어머님께 받은 처음 선물이었다 결혼할 때

그것 외에는 시댁에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아들 하나인데 아무 도움도 주시지 않던 시댁이 싫었다

그 후 결혼하고 두 번째로 받은 선물 스카프

결혼 11년 차가 되었지만 시어머님은 단 한 번도

며느리 생일을 챙겨 주신 적이 없으시다

며느리 생일 날짜도 모르신다

그런 시어머님이 아무 날도 아닌 어느 날 그냥 툭하고

사주신 스카프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쌀쌀해지는 계절이 되면 늘 이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다닌다

집에서도 그냥 자주 두르고 다닌다

늘 좋은 일만 기억할게요 어머님 못난 며느리가

늘 시어머님 좋으신 모습만 보려고 노력할게요

시어머님도 며느리 무시하지 마세요 배려하고 존중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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