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도 좋고, 바람도 선선한 어느 날이었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다른 아저씨에게 0000번 버스는 여기서 타는 게 아니냐고 묻는 것을 들었다.
ㅇㅇ사거리에서 내렸는데 반대로 돌아가는 정류장을 못 찾으셨던 것 같다.
“글쎄요, 여기가 ㅇㅇ사거리는 맞는데...” 하시는 걸 들으니 아저씨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나는 좀 떨어져서 서 있었는데,
스치듯 들은 버스 번호가 내가 아는 버스 노선인 것 같아 슬쩍 다가갔다.
“혹시 몇 번 버스 타세요?” 했더니 0000번이라고 하셨다. 다행히 내가 알고 있는 버스가 맞았다.
아주머니가 가려는 곳이 내가 타는 구간 너머의 정류장이라
카카오버스 앱을 켜서 어느 방향인지 급하게 찾아,
횡단보도 건너서 왼쪽에 있는 정류장에서 타시면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 순간, 내가 타야 할 버스들이 두세 대쯤 도착했다.
얼른 다시 알려드리고 버스를 타려 했는데,
아주머니가 한 번 더 확인하시려는지 재차 물어보셨다.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사이 버스는 떠나버렸다.
아주머니는 “아휴, 고마워요~ 너무 고마워~” 하시며
내 어깨를 두세 번 두드리시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셨다.
그리고 버스가 떠난 정류장에는, 나만 남았다.
예약 시간이 빠듯했는데 다른 버스가 금방 와서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괜히 나섰나’ 하는 생각과
‘그래도 알려드려서 다행이다’ 하는 뿌듯한 기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교차했다.
그런 와중에도, 혹시 잘못 알려드렸나 싶은
불안한 마음에 몇 번이고 앱을 보며
내가 알려드린 방향이 맞는지 확인했다.
맞게 알려드렸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마음을 놓았다.
우리 엄마도 어디 나가서 길이나 방향을 잘 모르면
누군가에게 물어볼 텐데,
오늘의 내가 알려드린 이 행동으로
엄마도 누군가에게 답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의 반짝이는 찰나,
도움을 건넬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