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제 내가 외국인
어느 주말, 혼자 밥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웨이팅이 있었고, 7팀 정도라길래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금방 자리가 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렸다.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고, 핸드폰을 보는 것도 지겨웠다. 날씨가 좋아서 고개를 들어 하늘도 봤다가, 나무도 보고, 그 옆의 가게도 대기하는 사람이 많길래 슬쩍 들여다보고.
외국인 할아버지(영어를 하시는 것으로 보아, 아마 미국인?)와 한국인 청년이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유창한 영어에 무슨 내용인지, 어떤 사이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와, 영어 잘하네’ 싶었다.
그리고 두 명의 한국인 친구들이 더 와서 할아버지와 포옹으로 인사하고는 함께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거의 30분 가까이 기다렸을 때라 슬슬 지쳐가고,
내 차례가 두 번째라는 희망에 자리를 뜨지도 못할 때였다.
갑자기, 그 할아버지와 한국인 친구 중 하나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할아버지랑 눈이 마주쳤는데, 설마 했다.
왜? 혹시 나한테?? 왜???
할아버지가 내 앞에 오시더니, 꽤 유창한 한국말로 질문했다.
“실례합니다, 그 T-Shirt 어디서 샀어요? 왜냐하면, My sister's name is Maggie. So..."
사실 본인의 시스터였는지, 어머니의 시스터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아무튼 저런 내용이었다.
옆에 따라온 한국인 친구는 통역을 위해 온 것 같았는데, 옷 어디서 사셨냐고만 물어봤다.
할아버지에게 영어로 설명할 수 있었으면 참 좋았으련만, 당황하기도 했고, 영어와는 담을 쌓고 산 지 오래라서.
”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샀는데, 브랜드 이름이 매기였어요.“
”아, 그럼 검색하면 나오는...?“
”어어, 네네.“
이런 대화를 짧게 하고, 답을 얻은 할아버지는 돌아가시면서
“감사합니다. Sorry to..." 그 뒤에 뭐라고 하셨는데,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웃으며 ”It's Okay."만 겨우 대답했다.
Q.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이 내 동생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본다면?
A. 가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본다.
그런데 이제 내가 외국인인 상황...
당황스럽지만,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더불어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기만 했다, 느끼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