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비용을 쓰기로 결정한 순간

by 혀니

부모님과 같이 사는 게 좋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은 순간이 더 많아졌다. 방에 혼자 있어도 언제든 누군가 들어올 수 있고, 온전히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답답하기도 했다. 나름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는데, 엄마도 그걸 알면서 나에게 말 잘 듣는, 착한 딸 역할을 강요하는 것이 버거웠다. 근래에는 엄마의 책임을 나에게 많이 전가하기도 했고.


몇 년 전부터 독립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긴 했지만, 만만치 않은 월세나 전세 비용과 생활비를 계산하다 그대로 묻어두었다. 그러다 최근 몇 달 사이 정말로 독립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언제 될지(혹은 안 될 지도) 모를 청년안심주택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두고, 전세사기가 무서워 월세 위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회사와 집에서 너무 멀지 않고 적당한 거리에, 대로변에 있을 것이라는 조건을 달고 찾아보았다. (당연하겠지만) 금액이 괜찮으면 입지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모든 조건이 좋으면 금액이 좋지 않았다.


여기저기 집을 보러 다니며, 일종의 현타가 찾아와 그냥 집에 붙어서 견뎌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친구가 그러다 내가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온라인에서 본 매물을 직접 찾아가 보고, 그냥 길가에 보이는 부동산을 무작정 찾아가 이런 매물 있냐고 물어보다, 적당한 집을 찾았다. 사실 적당하다고 말하기에는 내 취미나 소비를 일부 줄여야 하긴 했지만, 제대로 숨쉬기 위해서는 그것도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처음 하는 부동산 계약에 긴장해서 월세지만 나름 하나하나 찾아보고 공부 아닌 공부를 하고 갔다. 물론, 혼자는 무서우니까 친구를 대동하고. 걱정과 달리 무사히 계약을 하고, 입주 전 청소와 가구, 침구 등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농담 삼아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고 말하곤 했는데, 갑갑한 집에서 벗어나 ‘제대로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돈을 쓰기로 결정한 순간. 흐릿하게 반짝이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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