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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원 Mar 11. 2018

그냥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며>

 살다 보면 관심사를 나누며 뭘 좋아하냐고 묻고, 물음에 답해야 할 때가 참 많다. 처음 만난 사람과 관심사를 나눌 때 가장 좋은 화젯거리이기도 하다. 좋아하는 스포츠 팀부터 음식, 이상형 등등... 사람이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좋아하는 것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묻고 답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그 이유를 말해야 한다. '왜요?' '그게 왜 좋은데요?'. 난 그제야 생각해 본다. 내가 그게 왜 좋은지. 논리에 기반한 화려한 이유들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대답할 때가 가장 많은 듯하다.


그냥... 그냥 좋은데?

 

 언변이 없어 보이는 말이다. 좋아한다면서 이유조차 말하지 못하다니. 이것저것 좋아하는 게 자주 바뀌다 보니 이유도 잘 생각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논리 정연하게 이게 좋은 이유를 턱턱 내놓지 못하면 그 사람의 철학이나, 사상이 빈약해 보인다. 그냥,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좋아하는 것에는 '사람'도 당연히 포함된다. 우리는 '좋아하는 사람'을 연인이라고 말한다. 남자가 애인을 만날 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언제인가. 바로 이 질문을 받는 순간이 아닐까?


넌 내가 왜 좋아?

 

  이럴 때 '그냥'이라고 말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아마 여자 친구는 날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냐면서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성격이 착한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유를 쉽게 말하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이유도 없으면서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우리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들은 대체로 '그냥' 좋아하는 것들이다. 뭐라고 그 이유를 말하는 순간, 좋아하는 나의 거대한 마음이 그 말 안에 갇혀버리니까, 그게 싫은 거다. 그래서 말을 더 많이 할수록, 그 마음을 볼 수 있는 구멍은 점점 작아진다. 말은 많아질수록 진심을 가린다. '침묵'은 말없이도 말보다 더 많은 것을 표현하게 해 준다. '그냥'은 논리 정연한 이유들보다 더 거대한 '마음'을 품고 있다.


 이 매거진에서는 내가 '그냥'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할 것이다. '그냥' 좋아한다면서, 거기에 스스로 이유를 붙일 거냐고? 맞다. 구구절절한 이유를 한번 붙여보려고 한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와중에도 오래전부터 꼭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글은 또 써보고 싶었다. 그저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안에다 뭉뚱그려 놓아만 두고 살기엔 조금 아깝지 않나 싶었다. 전부를 표현할 수는 없어도, 글로 최대한 표현 해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많은 것들을 가리지만, 말이나 글로써 내 생각을 어딘가에 저장해 두고 싶은 건 인간의 근원적 욕망일 테다.


 샤르트르도 어차피 인생이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어차피 인생이란 죽기 전까지 무수하게 등장할 두 갈래 길에서, 내 마음에 드는 길을 선택해 가는 여정이다. 그러므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글은, 내 인생의 여정이다. 그러므로 이 매거진에 쓰일 것들은, 내 인생의 기행문이다. 모쪼록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한 번쯤 '그냥'이라는 말속에 묻혀있는 그 거대한 마음을 들여보고 싶어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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