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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주 Feb 08. 2022

잠이 보약이야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은 아기가 아니라 나에게 적용되는 말이다.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 아빠들에게 잠은 자도 자도 부족하다. 삶의 질이 뚝뚝 떨어지다 못해 너덜너덜해진다. 이제 갓 신생아를 졸업하고 50일을 넘긴 아기가 있는 우리집도 예외는 아니다.


 둘째는 밤에는 4시간을 자주었지만 낮에는 아니었다. 깊이 잠들었다 싶어 뉘이면 15분이 끝이었다. 소리에 깨고 움직이다 깨고 하여간 오만가지 이유로 다 깼다. 그 덕에 내 손목과 어깨는 불이 났다. 근육이 붙긴 붙는데 생활형 육아 근육이라 통증과 피로감이 헬스보다 더 했다.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첫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백색소음이 기억났다. 잠투정 끝판대장이었던 첫째는 먹히지도 않았는데. 둘째는 기가 막히게 먹혔다. 잠이 들락 말락 할 때 눕히고 틀어주니 혼자서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 순간에는 아기침대 옆이 올림픽 시상대다. 소리 없는 환호를 지르고 만세 삼창에 춤까지 춘다.


 그 뒤 백색소음은 나의 육아 동지며 도우미 이모가 되어주었다. 둘째는 속싸개+백색소음의 조합으로 낮잠을 최대 3시간 30분을 자주었고 평균적으로 2시간 이상을 누워서 자주고 있다. 밤잠은 원래 잘 잤던 터라 5-6시간을 내리 잔다. 자고 나면 개운하다. 아기가 아니라 내가. ㅎㅎ


 여동생은 날더러 첫째 때 그렇게 잠으로 고생하던걸 둘째에서 보상받는 거라고 말해줬다. 생각해보니 우리 엄마도 내가 잠투정이 심해 고생했는데. 동생은 젖만 물리면 잠들어서 애 키운 것 같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게 딱 그런 건가.


 어른들 말씀이 둘째는 대체적으로 더 순하다고들 하시지만 내 마음이 순해져서 아기가 그렇게 보이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둘째를 키우는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첫째를 키웠더라면 어땠을까. 남편은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했다. 맞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한 번 해본 것과 안 해본 것의 차이는 클 수밖에.


 첫째 때, 난 늘 최선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둘째라는 세상을 만나고 보니 문득 첫째에게 미안해지는 부분이 생겨난다. 엄마의 최선을 빌미로 아이를 기다려주지 않은 것. 이래 저래 난리 치는 엄마를 따라 첫째도 꽤나 왔다 갔다 했을 듯싶다. 혼란스러웠을 그 시간을 잘 견뎌주고 성장해준 우리 첫째에게 더없이 고맙다. 그리고 그걸 일깨워준 둘째도.


 둘째가 깼다. 브런치에 낮잠 2시간 잔다고 입방정 떤 엄마가 어딨더라. 육아는 늘 새롭고 재밌다. 짜릿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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