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주 Jan 25. 2022

둘째쯤 되니 보이는 것들

 첫째를 키우면서 내가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잠'이었다. 아이는 누워서 자지 않았고 누워서 재웠을 때는 재우기까지 한 시간을 울었다. 사실 재웠다기보다 울다가 지쳐서 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한 것 같다. 6개월이 지나고부터는 몇 개월 정도 새벽에 자다가 깨서 한 시간씩 울기도 했는데, 이때가 제일 힘들었던 게 그 상황에서 아이를 달랠 수가 없었다는 거다. 아이는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로 아무리 달래고 어르고 고함을 질러도 우리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마냥 울었다. 정말 새벽 3시에 아파트가 떠나가라 한 시간씩 울었다. 우리 부부는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경찰에 아동학대라고 신고가 안 들어온 게 신기할 정도였다.


 남편은 갖가지 방법을 다 짜냈다. 유모차에 태운다던지 바운서를 쓴다던지 뭐 그런 일반적인 방법은 모든 것을 다 써봤었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던 중 좀 먹히는 것을 찾아낸 것이 바퀴가 달린 '사무용 의자'였다. 아이를 의자에 안전하게 앉힌 뒤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녀보니 진정이 잘됐다. 그때부터 남편은 새벽이든 초저녁이든 낮이든 의자를 밀며 거실을 배회하는 유령 같은 사람이 됐다.


 아이는 돌이 지나고 두 돌이 지나도 소위 '통잠'을 자지 않았다. 보통 밤 10시에 잠들어서 새벽 5~6시까지 자줘야하는데. 아이는 자는 동안 많게는 7~8번, 적게는 2~3번은 꼭 깨서 울었다. 울면서 엄마를 찾았다. 엄마인 나는 항상 아이 옆에 붙어 있었는데. 어딜 간 적도 한 번도 없었는데. 꼭 손으로 엄마를 더듬어야 진정을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그걸 바라보는 나는 참 착잡했다. 저렇게 스스로 잠들지 못하게 만든 건 내가 아닐까. 잠에서 깰 때마다 달래줘서 버릇이 됐나. 아니면 아기 때 했던 수면교육이 오히려 역효과가 났나. 아이는 왜 이렇게 잠을 못 자서 날 힘들게 할까. 결국에는 정말 죽도록 미치도록 힘들다는 생각까지 했다. 어느 날 새벽에는 갑자기 잠에서 깨서 울고 불고 난리를 친 아이의 얼굴이 악마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아마 제정신이 아니었던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소아과를 찾아갔다. 잠 때문에. 오로지 잠에 대한 상담을 받으려고 진료비를 계산할 요량이었다. 의사의 답변은 간결했다. "2년만 참아보세요. 지금에 와서 수면교육을 해도 소용없다는 거 어머님도 잘 아시잖아요." 의사의 말은 정확했다. 세 돌이 지나니 아이는 누워서 좀 편안히 잠이 들었고, 네 돌이 지나니 다른 아이들도 다 잔다는 통잠을 자주기 시작했다.


 사실 첫째의 잠 때문에 두 돌 때까지는 둘째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렇게나 육아가 힘든데, 둘째가 무슨 말이람! 그래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첫째가 어린이집에 가고 잠도 좀 자주니(내 몸이 편해지니) 둘째를 가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생겨났다. 잠이 생물학적인 본능을 거스를 정도로 나를 괴롭히고 괴롭혔던 것이다.


 그래서 둘째가 태어나고 난 뒤, 내가 제일 공들이는 부분은 수면교육이다. 둘째는 오늘로 41일이 됐고 무조건 눕혀서 재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미 손을 타버려서 등에 센서가 오만 개가 달려있지만. 그래도 최대한 누워서 재우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금도 눕혀서 재운 뒤 이렇게 글을 쓰는 여유로운 시간도 생겼다. 첫째 때보다는 모든 것이 여유가 생겨서 수월하지만, 특히 잠에 대한 부분은 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걸 첫째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보물이 하나에서 둘로 늘었다. 아침 등원 전쟁이 핵전쟁으로 바뀌고 밥도 남편과 다시 교대로 먹어야 하는 상황이 되돌아왔다. 답답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둘째의 평온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모든 피로가 싹 가시는 것 같다. 지금도 누워서 낮잠을 잘 자주고 있는 둘째를 보니 고마움과 뿌듯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눕혀서 재운 나 자신 칭찬해. ㅎㅎ 아가야. 형아는 말이야. 누워서 자지를 않았어. 의자에서 잤어...


 둘째쯤 되니 보이는 것들


1. 누워서 자야 편하다

2. 아기가 깨는 게 무섭지 않다. (뿌에엥 소리 포함 ㅎㅎ)

2-1. 그래서 설거지, 청소기, 빨래 집안일을 융통성 있게 한다.

2-2. 그래서 샤워도 한다.

2-3. 그래서 브런치에 글도 쓴다.

3. 수유량 수유텀도 중요하지만 꼭 집착하지는 않는다.

4.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임을 잘 알기에 아이의 모든 것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5. 내가 지치지 않아야 아이를 돌볼 수 있다. 고로 내가 우선일 때가 많다. 내가 잘 챙겨 먹고 틈날 때마다 눈을 붙인다.



 아기침대에 누워서 자는 둘째. 잠자는 얼굴이 평온하다. photo by 남편.

작가의 이전글 둘째의 육아일기는 이런 식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