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그것도 1박 2일이다. 이게 어떤 의미인지 엄마들은 다, 전부 다 알 거다. 한 달 전부터 동생과 나는 계획을 세웠다. 동생은 첫째, 나는 둘째가 태어나고 6개월을 쉬지 않고 달린 터다.
나이스한 남편, 착한 첫째, 순한 둘째 덕에 그리 힘든 6개월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뭔가가 필요했다. 뭐였을까. 문득 첫째를 낳고 6개월이 지난 그때의 내가 썼던 글이 떠올랐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을 만나면, 매번 듣는 말이 있다. "혼자 있고 싶어." "혼자 여행 가고 싶어." 처음에는 육아라는 반복된 일상에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는데. 오늘 문득 든 생각은 엄마들이 '쓸쓸한 틈'을 찾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쓸쓸한 틈이 있어야 스스로를 돌아볼 수도 있는 거니까. 혼자 있는다는 것은 그 쓸쓸함을 가질 수 있는 꽤 좋은 여건인 듯하다. (2018.7.8)
자취할 때 좋은 글이 많이 나왔었지. 라는 태그까지 단 걸 보아하니 저때의 나는 지금만큼이나 쓸쓸함을 갈망했나 보다.
그래서 챙겼다. 무선도 아니고 시커먼 유선의 번들 이어폰을. 내가 이어폰을 챙겼다고 하니 동생은 키득대며 '귀를 막을 자유네'라고 했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듣는 것보다 더 하고 싶었던 적나라한 행위. 자유부인과 맞닿아있는 그것은 내 귀에 엄마가 아닌 이어폰을 꽂는 것이었다.
요즘 유선이어폰이 더 핫하다구요?
오늘은 엄마보다 언니로 더 많이 불릴 날이다. 설레 하는 동생을 보니 덩달아 나도 가슴이 부푼다. 동생은 이번 여행의 기대감을 글로 써봤다며 내 브런치에 둘이 같이 쓴 글을 올려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정말 기쁜 마음으로 그러자고 했다.
이제 기차가 들어온다는 방송이 나온다. 이번 여행은 쓸 글감이 아주, 아주 많을 것 같은 예감이다!
대전으로 출발!
[동생의 글]
드디어 자유부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기를 사랑하는 마음과 꼭 비례되어 정말로 외출다운 외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에라 모르겠다 언니와 1박으로 대전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장 날을 잡아 호텔도 예약해버렸다. 두 아이를 키우는 언니는 이런 날엔 더 특별해야 한다며 스시오마카세까지 예약 완료. 우리는 쇼핑, 영화, 인생 네 컷, 온천, 야식, 다음날 조식까지 야무지게 하고 싶은 일정을 짰다.
여행 아침. 기저귀가 샌 아기가 칭얼거린다. 4시 반. 기저귀를 보송하게 갈고 옷을 갈아입혀 분유까지 먹인 후 다시 함께 잠이 들어 7시쯤 일어났다.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지난밤 설거지와 아기 놀이매트 위 어질러진 장난감을 정리했다. 남편의 밥과 된장찌개까지 해두고 집 현관을 혼자 나서야만 비로소 자유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들여 화장하고 긴 머리를 풀어헤쳐 늘어뜨린 뒤 링 귀걸이까지 꺼내 해 본다. 아기가 늘 머리카락과 얼굴을 잡아 뜯고 얼굴을 부비는 육아에선 상상도 못하는 자유의 스타일을 맘껏 누리고 싶었다. 그리고 기차 시간까지는 좀 남았지만 애써 남편과 아기를 뒤로하고 나선다. 남편이 용돈이라며 쓱 오만 원한장과 백화점 상품권을 건네는데 풉하고 웃음이 난다. 참 표현에 서툰 사람이 설레는 내 모습을 보니 뭐라도 해주고 싶었나 보다.
아 얼마 만에 정말 얼마만의 외출인가. 사람답게 꾸민 모습의 내 얼굴을 보니 옛 생각이 난다. 셀카도 한 장 찍어주고 역으로 와 라떼를 한 잔 여유롭게 마시고 글을 쓴다.
갓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에게 주어진 방종 같은 자유가 떠오른다. 갑자기 주어진 이 많은 시간을 어쩔 줄 몰라 수도꼭지에 물 새듯 줄줄 흘려버리던 날들. 오늘이 나에겐 꼭 그런 날 같다. 아무 곳을 걸어도 되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싸고 싶을 때 쌀 수 있다.
육아전쟁에서 잠시 휴전 선언을 한 오늘. 허리를 조이던 아기띠도 쉰내 나던 티셔츠도 질끈 동여맨 왕집게핀도 없이 오롯이 내 시간의 시작이다.
난 근 20년 박효신의 찐팬 나무인데. 사실 오늘이 박효신 콘서트보다 더 떨린다. ㅋㅋㅋ (대장 미안요) 오늘은 원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거다. 줄줄줄 낭비할 거다. 또 언제 올지 모르는 이 자유를 그냥 멍 때리고 누릴 거다. 푹 늦잠도 자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