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이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기로 약속했었다. 동기가 된 그녀들은 똘똘 뭉쳤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브런치 작가 합격에 온 열정을 쏟아부었다. 15만원이라는 큰돈을 썼으니 나 역시 이번만큼은 헛 돈을 날리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나 자신 스스로에게 선물해주고 싶었다.
4주 동안 고생하며 쓴 맛을 맛본 후 덜컥 브런치로부터 러브콜을 받았을 때의 기쁨은 직장인의 월급날 통장을 스쳐간 현금의 뿌듯함처럼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온갖 산고를 다 겪고 난 후 애를 낳았을 당시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낳는 순간부터 1초도 지체 없이 곧바로 육아의 고충이 시작된다)
작가 합격과 동시에 곧바로 가득 채워야 할 텅 빈 공간을 마주하게 된다.
텅장이 된 통장처럼 텅 빈 공간에 발행이라는 버튼을 눌러야만 우리는 텅글을 면하게 된다.
(꽤 오랜 시간 앉아서 글을 쓰는 고통 기쁨을 누려야 한다 )
낳는 순간부터 처음 해보는 일들, 몸도 성치 않은데 젖을 물리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것을 시작으로 목욕도 시켜야 하고 좀 더 크면 이유식도 만들어야 한다. 결국돌밥모드의 경지에 이르는 반복되는 일상처럼 우리는 이제 쓰는 사람이 되기로 약속했으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읽고 쓰고 다듬고 발행을 눌러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훌쩍 자라 있는 아이들처럼 나의 글도 성장하면서 구독자들을 만날 것이다.
나를 대신 표현해 주고 나의 생각을 전달하면서 구독자들과소통하게 된다는 설렘도 잠시
이 척박한 브런치에서 소통할 수 있는 구독자 하나 데려오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특히나 나같이 이혼도 하지 않고 제대로 된 글감도 없이 힙하지 않은 평범한 아줌마글을 누가 봐주겠노? (허구한 날 소파와 한 몸으로 리모컨과 핸드폰만 찾는 인간을 생각하면 당장 이혼하고 싶은 사람이긴 합니다만)
출간 작가나 브런치북 상위 노출 작가가 아닌 이상
에디터에게 픽을 당해서 메인에 올라오거나 다음 홈 쿠킹 메인에 노출되어 조폭(조회수 폭등)이라도 해야 구독자가 좀 늘어나겠지만 나 같은 글쓰기 초보에게는쉽지 않은 멀고도 험란한길이다.
홀로 브런치 작가에 외로이 도전했으면 과연 구독자가 몇 명이나 되었으려나? 혼자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겠지?
지금도 여전히 200명 가까이 되는 브런치 동기들과 단톡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구독자가 되어 새 글 알람과 동시에 응원의 라이킷과공감, 소통의 댓글들이 오간다.
혼자였으면 오늘도 쓰지 않을 용기만 내세우며'돈도 안 되는 이 놈의 브런치 지금 당장 때려치워야지, 뭐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만 그득했을 것이다.
동기님들의 검지손가락의 힘으로 100명 이상의 동기들이 서로의 구독자가 되어 시작한 브런치여서 참으로 다행이다.
오늘도 동기들의 글이 계속 올라온다. 동기들은 약속을 지키며 꾸준히 쓰고 있다.
꾸준히 쓰고 도전하는 동기들의 축하할 일들이 단톡방에서 넘쳐난다. 채팅방은 항상 축하이모티콘의 도가니다.
그 여자의 동기부여로 벌써 브런치에 글 100편을 넘게 발행한 작가에서부터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가, 공동저자로 책을 출간한 작가, 뜨는 브런치북으로 2위까지 올라간 작가, 메인 노출과 에디터픽에 오르는 다수 작가들에게 향한 축하의 이모티콘은 행복한 벽 타기의 주범이다. 좋은 일은 나누면 배가 된다는 데 우리 단톡방에서는 수백 배가 되어서 돌아온다. 게다가 별일 아닌 작은 일에도 가족들보다 더 진심을 다해 축하해 주고 슬픈 일에는 심심한 위로를 해주는 그곳은 어느새 우리들의 안식처가 되었다.
또한 이 동기 단톡방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의 끝이 안 보이는 고민거리들을 대나무 숲 대신 이곳에서 속시원히 털어놓으면 어디선가 AI 요정들이 뿅 하고 나타난다. 사이다 같은 고민 해결 방안이 뚝딱 나오는 것을 물론이거니와 응원과 격려가 쏟아진다. 특히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조언도 놓칠 수 없다. Chat GPT가 핫한 세상이다. 인간미 넘치는 고민 해결부터 감동의 도가니까지 선사하는 만능 요정들 신통함에 Chat GPT와 친해지지 못할 까봐 심히 걱정이 될 뿐이다.
역행자를 읽고 글을 제대로 써보고 싶었다.
타이밍 절묘하게 그 여자의 브런치 프로젝트의 글을 보고 결제를 하고 여기까지 왔다.
모처럼 좋은 기회를 잡았다. (15만원 결제 취소를 제대로 놓쳤다)
그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이었다.
나 스스로 나를, 내 몸을, 나의 뇌를 움직이게 만든 이 시스템에 제대로 나를 밀어 넣었다.
이 시스템을 구축해 준 그 여자와 동기들이 있어서 감사하고 든든하다.
'브런치 얘들아 '1기라서 매일매일 숲햄을 볶는다.
빠져나갈 수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이 시스템 안에서 지금의 이 행복이 앞으로도 계속 쭉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채팅방에서는 10년 이상 단톡방을 이어나가자는 말이 오갔다)
석 달 정도의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동기들의 단톡방은 여전히 후끈하다.
매일매일 방장봇의 운동, 독서, 칭찬, 글쓰기를 알람으로 상콤하게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독서를 했고 동기님들과 함께 하는 독서 소모임에서 책 한 권 맛있게 씹어 먹었다.
줌모임 끝나고 빅시스 홈트레이닝과 만보 걷기 인증을 완료했다. 지금은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앗! 엄마가 요즘 딴짓(?) 하느라 바빠서 칭찬에 소홀했다. 미안하다. 오늘은 자기 전에 칭찬을 마구 쏟아부어줄게. 그리고 나 자신한테도 칭찬 도장을 찍어주고 싶다.
오늘도 방장봇의 말 잘 듣는 모범생 모드로 칭찬까지 꼭 완료하고 자야겠다.
마지막으로 단톡방에 동기들에게 오늘도 수고했다고 인사하며 뿌듯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내일도 우리 동기들과 톡방에서 함께라면♡
동기들을 사랑한다면 지금처럼 변하지 않을 행복한 라면♡ 즐거운 라면도 같이 전하고 싶다. (주말 돌밥모드에서는 후루룩 밥 말아먹기 딱 좋은 라면과 함께)
덧붙임) 우리 '브런치 얘들아'를 만날 수 있게 기회를 만들어주신 역행자, 이은경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4월에 꼭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