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과 매일 만나서 브런치 먹으며 수다 떠는 모임이라면 0.1초도 고민 없이 당장 입장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기서 말하는 브런치는 그 브런치가 아니라는 걸 이 글을 보는 모든 사람은 알고 있다.
지나온 반년동안 글 같지 않은 글을 주 1회 꾸준히 발행해 왔다. 주 1회에도 상당한 에너지가 소요되었는데 7월 한 달 동안 평일 기준 1일 1 브런치라니? 브런치 작가 처음 도전 할 당시 그때를 생각하며 설마 도전자가 얼마나 있을까? 7월 3일부터니까 괜찮겠지? 하며 슬며시 눈치 보며 입장을 해보았다.
카톡방 167명의 동기님들 중에서 나 포함 현재 17명 도전장을 내밀었다.
오늘이 겨우 2일째인데 벌써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주 1회가 습관이 된 걸까? 꽤 오랜 시간 생각하고 글을 쓰는 버릇 때문에 진도가 안 나간다. 잠시 여유를 가지고 그동안 썼던 글들을 뒤적거려 보았다. 글쓰기가 잘 안 될 때나 글쓰기 연습할 때 좋다는 초성글쓰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오늘 머리도 식힐 겸 초성 글쓰기에 도전해 보자!
ㄱ : 과연 할 수 있을까?
ㄴ: 나만 실패하면 어쩌지?
ㄷ : 다른 작가님들은 오늘도 일찍부터 글 발행 완료 하고 여유롭게 라이킷을 누르고 계시는데.
ㄹ : 랜덤으로 단톡방에 커피 쏘는 거 나도 빨리 하고 싶어!
ㅁ : 마음은 벌써 50편? 아니 100편도 훨씬 넘었지.
ㅂ : 발행 버튼 누르는 거 쓰면 쓸수록 더 고민되고 어렵고 힘들고 때로는 부끄럽기까지 해.
ㅅ : 사람들은 그냥 한번 쓱 훑어보고 스쳐 지나갈지 모르지만 글 한편 써내는 게 보통일은 아니거든
ㅇ : 육체적으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 있다 보면 어깨도 아푸고 허리도 저려오고 머리도 어지러워.
ㅈ : 정신까지 혼미해질 때가 있어.
ㅊ : 차라리 쓰지 않았을 때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가끔씩 들기도 해.
ㅋ : 퀭한 얼굴로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데 오늘같이 쳐지는 날은 도저히 글이 안 써지네.
ㅌ :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대충 쓸 수는 없잖아. 그건 구독자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ㅍ : 편안한 마음으로 자고 싶으면 자정 전에 발행 버튼 꼭 눌러보자.
ㅎ : 할 수 있다!! 해 낼 수 있다! 확언하며 오늘도 다 같이 파이팅팅팅!!
아이 재울 시간이 벌써 지났네요. 저 이제 발행버튼 누르고 애 재우고 다른 작가님들 찾아갈게요.
7월 한 달 동안 짧은 글이라도 매일 발행버튼과 좀 더 친해지면서 장마와 무더위 이겨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