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후반부터 슬슬 느낌이 좋지 않았다. 1일 1 브런치를 도전 시작으로 오랜만에 주중에 극도의 긴장감이 찾아왔었다. 그래도 글 쓰는 고통 기쁨을 느끼면서 나름 재미있고 신났다. 미리 준비하는 건 없다.
그동안 주 1회 깊이 생각하면서 써왔다면 이번에는 머릿속으로 내용을 생각한 적은 있지만 써놓지 않았던 당일 생산 신선 발행한 글들이었다. 1일 1 브런치 도전하는 작가님들끼리 발행을 독려해서 만들어진 글귀다. 나 역시 작가의 서랍장은 비어있다. 당일 자정 전까지 발행버튼을 누르고 엑셀 파일에 O표시하며 주 5일 동안 맛봤던 쾌감은 생각보다 짜릿했다.
그렇게 평일을 보내고 토요일에는 온전하게 글에서 벗어나서 하루를 지내고 싶었지만 머릿속에는 다음 주에는 무슨 내용으로 글을 써야 할지 계속 고민되었다. 식구들도 때마침 각자의 선약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나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글감을 찾는다고 홀로이 동네를 어슬렁 거렸다.
무작정 나왔다가 이기지 못할 더위에 이디야 커피를 방문했다. 브런치 동기 단톡방에서 받은 커피 쿠폰은 이럴 때 쓰라고 받아놓은 것인가? 단톡방에서 다른 작가님께 받은 커피를 주문하고 브런치 앱을 열었다. 주중에 올린 글 중 2개가 메인에도 올라가고 검색유입으로 조회수가 꽤 많이 나왔었다. 그 누가 알아주는 사람 없지만 나름 글 쓰는 맛도 느꼈던 지라 카페에서도 다음 글을 뭘로 써야 할지 심히 고심했다.
<브런치 동기방에서 지영민 작가님께서 쏘신 이디야 커피를 한낮 더위에 단숨에 들이켰다>
온전한 하루로 글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고 오히려 뇌를 비웠어야 하는데 욕심이 가득 찬 내 심보에 몸이 먼저 반응을 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반갑지 않은 손님이 슬며시 찾아왔다.
바로 '인후염'.
코로나에 걸린 이후 가끔씩 목이 아플 때마다 증상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 전에는 침을 삼킬 때마다 뭐가 걸리는 느낌으로 며칠만 견디면 괜찮아졌는데 코로나 이후에는 목 전체가 조이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누군가가 목안을 손톱을 긁는 느낌이 들 정도로 증상이 세게 나타난다. 도저히 집에 있는 상비약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방문했다.
미래님!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 녹차, 홍차 등등 당분간 드시면 안 됩니다.
네에? 뭐라고요? 이게 무슨 소리예요? 글을 쓰고 틈틈이 읽는 저에게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선생님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흐엉!
그 말을 듣고 집에 와서 커피 대신 조제약을 한 움큼 들이켰더니 곧바로 졸음이 몰려왔다. 약사님께서 졸린 약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이었다. 결국 그날 병원에 다녀온 후 참으로 오랜만에 낮잠까지 잤다. 잠에서 깼어도 약발 때문이지 계속 헤롱헤롱 거렸다. 이럴 때는 커피가 딱인데 아차! 싶었다.커피맛도 모르면서 당분간 커피타령은 하지 말자! 하면서도 글을 쓰려고 커피를 먹는지, 커피를 먹기 위해서 글을 쓰는지 헷갈릴 만큼 지금의 내 인생에서 커피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커피와 글쓰기, 카페와 책 읽기는 환상의 궁합인데 쩝!
(집에서는 도저히 안 되는 부분이 있어서 혼자 카페를 자주 가는 편이다. 요즘엔 단톡방에서 다른 작가님이 뿌려주신 커피 쿠폰도 종종 쓰고 있다)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말씀 잘 듣는 모범(?) 학생 출신이라서 그날 이후 (물론 디카페인커피도 있지만) 지금 3일째 커피나 음료는 입에도 대지 않았다. 낮에 혼자서 카페도 가지도 않았다. 그 와중에 계속 1일 1 브런치 중이라서 일요일 저녁부터 생각했던 글을 집에서 어제 오전에 쿨하게 발행을 눌렀다. 그리고 생각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예전에 올렸던 '베테랑 칼국수'는 내가 발행한 글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달성한 글이다. 여행맛집에 올라와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추억도 되어주는 글이었지만 그 집의 명성을 타고 오른 글이라서 진짜베기의 글이라고 말하긴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 글의 조회수를 과연 넘을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날이 오겠지? 했는데 어제의 글이 갑자기 조회수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어제 올린 글이 오늘로써 조회수가 12만을 넘고 라이킷도 처음으로 100개가 넘었다. 게다가 여러 댓글도 많이 달리고 원치 않은 댓글(?)도 달리게 되었다. 제목도 단순했고 내용도 그냥 소소한 이야기라서 부담 없이 올린 글이 이럴 줄 누가 알았을까? 다음 메인과 제목의 힘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이가 학교에서 울고 온 이야기라 애 엄마들이 많이 보신 것 같다. 직접 클릭해 주시고 라이킷도 눌러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다. 덕분에 구독자님도 몇 분 늘어났다.
이런 기분 좋은 날 하필이면 인후염 약을 먹어야 한다니 슬프고도 또 술프다.(댓글때문에 슬픈 건 절대 아니다) 술은 커녕 제대로 된 커피도 못 마셔서 더 안타까운 이 내 마음을 브런치 동기들에게 전했다. 다른 작가님들처럼 글 100개 채우고 쏘고 싶었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 몰라 큰맘 먹고 소심하게 미리 연습삼아 커피를 쐈다.
나를 대신해 시원하게 커피 한잔 마시며 이 여름날을 이겨낼 동기님들을 생각하니 뿌듯하다. 이렇게 글을 놓지 않고 계속 쓸 수 있는 것도 다 브런치 동기님들 덕분이다. 아마도 1일 1 브런치가 아니었으면, 우리 브런치 동기님들이 없었다면 한동안 글을 놓았을 것이다.
극도의 긴장감과 예민함으로 비록 지금 며칠 째 인후염 약을 먹고 있지만 곧 몸은 곧 회복될 것이다. 지금의 긴장감과 예민함이 평소의 내 몸이라 착각하며 살아야겠다. 그럼 더 이상 아플 일도 없겠지? 그리고 쓰디쓴 커피맛을 제대로 알 때까지 계속 동기님들과 함께 글을 쓰고 싶다. 물론 만나서 함께 커피 한잔 할 수 있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