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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Jul 07. 2023

물놀이터가 개장했습니다.

내일도 또 오고 싶었는데요

평일 행복이 시작되는 상콤한 월요일 아침, 아이를 등교시킨 후 만보 인증을 하기 위해 무작정 나섰다. 결국엔 오늘도 집 근처 공원이 마지막 코스. 공원에 막 들어섰는데 전에 없던 새로운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물놀이터 개장과 운영에 관련된 현수막이었다. 그날은 시즌개장 첫날이었다. 10시 오픈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이른 시간부터 물을 채우는 중이었다.


올해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유후.............


폭염주의보 발효 중입니다. 낮 시간대 야외활동을 자제하여 주시고,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통해 온열질환을 예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오후 1시 39분, 안전 안내 문자가 왔고 정확히 10분 뒤 아이가 교문을 통과했다는 알림톡이 울렸다.

그리고 10분 후 집에 도착한 아이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아이를 보자마자 그곳이 떠올랐다. 오픈런은 아니었지만 곧 오후런이 시작된다. 점심 휴식 시간 후 2시부터 재개장이다. 재빠르게 수영복으로 갈아입히고 물과 간식, 미니멀한 선풍기만 챙겨서 집 밖을 나섰다. 

사막을 걷는 느낌이 이런 걸까? 나오자마자 후회가 밀려왔다. 그래도 아이를 위해서 멈출 수가 없었다.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마땅한 곳에 돗자리를 폈다. 너는 천국에 입성했고 엄마는 지옥행 열차에 탑승했다.



<물놀이터에서 만나기로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우연으로 만나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


너는 친구들을 만나서 함께 할 사람이 있었지만 엄마는 혼자라서 외로웠다.

너는 온몸이 젖어서 시원했지만 엄마는 나약한 삼발이 휴대용 선풍기로 버텼다.

너는 물벼락을 일부러 맞았지만 엄마는 내리쬐는 태양과 맞서 싸웠다.

너는 쉬는 시간에 열량 보충을 위해 꽈배기를 먹었지만 엄마는 몸에서 땀이 쭉쭉 빠져나갔다.

너는 활기차게 계속 움직였지만 엄마는 기댈 곳 없이 딱딱한 바닥에 앉아있어서 등과 허리가 뻐근해졌다.

너는 고작 세 시간이라 짧아서 아쉽다고 했지만 엄마는 도 닦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너는 집에 가서 또 놀면 되지만 엄마는 집에 가서 저녁 준비를 해야 한다.

너는 내일 또 오고 싶지만 엄마는 다시 오고 싶지 않았다.



"엄마, 내일 또 올 수 있는 거지?


"그럼 그럼! 5시밖에 안 됐는데 벌써 끝나서 아쉬워서 어쩌니? 내일 또 오자!!"

(너를 위해서라면 하늘에 별도 따다 줄 수 있는 K-엄마인데 이까짓 폭염은 아무것도 아니란다)



마무리하는 잠깐 동안 조용히 날씨앱을 확인했다.

.

.

.

.

.

내일도 꼭 다시 오고 싶었는데 하늘도 무심하시.

갑자기 내일은 하루종일 비가 온단다. (에헤라디야!) 

모레까지 비가 온다네. 숨죽여 헤벌죽 크게 웃는다.

(목요일은 물놀이터가 주1회 휴무날이다)


엄마도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








사진출처) 그날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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