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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Jul 25. 2023

적과 대적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제발 스스로 한 발 뒤로 물러 서주면 안 되겠니?

아이가 (한국나이로) 4살 되기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벌써 7년 차 이 동네에서 살고 있다. 동네 민간 어린이집 친구들이 대부분 같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1기 신도시 지역이라서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는 점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아지고 집 근처 공원을 중심으로 이사 올 때보다 요양원이 많이 생겼다. 아이들은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 확연이 든다. 한 학년에 23명 남짓하는 아이들이 세 반을 겨우 채우고 있다. 한 학년 아이들 전부 합쳐봤자 6~70명밖에 안된다. 혹시라도 맘이 맞지 않는 친구가 올해 같은 반이 아니더라도 내년에 또 만날 수 있다. 이사를 가지 않은 한 그 아이들과 6년 동안 함께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어린이집부터 함께 한 아이들이라면 10년을 함께 이 동네에서 마주쳐야 한다는 것이다. (중, 고등은 차후 문제로 생각하고 넘어간다)


그 안에서 남편은 항상 조언을 했었다.

그 누구도 적을 만들지 말라고, 10번 잘해줘도 사람은 1번 실수만 기억하니 항상 사람과의 관계에서 항상 조심하라고 얘기했다.


7년 차 같은 동네에서 살다 보니 오다가다 어린이집 친구에서부터 학교친구, 학원 친구 등등 다양한 엄마들을 알게 되었지만 그 엄마들과의 관계는 솔직하게 아주 깊지 않다. 깊은 관계를 원하지도 않는다. 하다못해 내 아이의 학원비나 남편이 얼마 버는지에 대해서 툭 까놓고 편하게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나의 제일 친한 친구가 외국으로 떠나서 외롭고 서글프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붙잡고 내 속사정을 말하고 싶지 않다. 특히나 아이 친구 엄마들하고 친해졌다 하더라도 그 이상 가까이하면 곤란한 상황이 연출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더군다나 아이들을 두고 보이지 않게 서로 비교하게 되는 묘한 심리전에 휘둘리고 싶지가 않다. 특히 여자친구 아이들과 엄마들이 골이 깊어진 경우도 많다. 나 역시도 딸을 키우다 보니 그 점이 참 어렵고 힘들다.

그런 관계를 피하기 위해서 적절한 관계만 유지하고 되도록이면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이미 알고 지낸 아이 친구 중 한 명이 올해 같은 반이 되고나서부터  유독 우리 아이를 좋아했다.(지금은 제발 아니길 바란다) 우리 아이와 성향이 정 반대인 아이다. 안타깝지만 내 아이는 그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아이는 내 아이가 자기만 바라봐주길 바랐다. 욕심이 많은 아이다. 우리 아이는 이미 다른 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그 아이는 그냥 반 친구들 중 한 명이었다. 점점 우리 아이를 향한 그 아이의 욕심은 커져만 갔다. (오버해서 말하면 원치 않은 구속이다) 그럴수록 우리 아이는 지쳐만 갔다. 옆에서 몇 달 동안 계속 그런 아이를 지켜보는 엄마의 심정은 미어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를 믿고 스스로 헤쳐 나가길 바란 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져 갔다. 물론 그 아이 엄마도 어떤 성향인지, 그 아이의 집안 분위기나 환경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가끔씩 그 아이로 인해서 아이가 속상한 일이 있어서 남편한테 얘기하면 그때마다 남편은 '애들이니까 그럴 수 있다' , '그런 일로 뭘 그러냐?!' 하면서 오히려 나와 딸에게 오버하지 말라고 했다. 워낙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사람인지라 내심 서운했었다. 남편 말대로 오버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더니 오히려 내 아이가 그 아이의 마음을 받아 주지 않는다고 자기 딸이 힘들어한다고 그 아이 엄마는 나에게 하소연했다. 그 아이 엄마는 우리 딸은 세상은 자기 위주로 돌아가야 한다고, 대장노릇을 하고 싶어 하고 관심받고 싶어 한다면서 마지막으로는 단짝친구가 꼭 있어야 한다면서 OO 이를 너무 좋아한다고 OO이가 단짝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는 여러 친구들과 다 같이 어울려서 노는 것을 좋아하고 단짝 친구를 원하지 않는다고 정확하게 전달했다)

그 뒤로도 심해지면 더 심하고 더 달라붙었지 떨어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절대 바뀌지 않는다. 그 아이도, 그 아이 엄마도.


아이와 함께 고통 속에서 괴로움에 한 학기를 마친다. 이제는 결심했다. 그동안 10번이고 스무 번이고 꾹 참고 그냥 넘어갔으니 앞으로는 참지 않으리!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마음을 달라고 기도할 것이다. 적을 만들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적 하나쯤은 쉽게 물리칠 수 있는 강건한 마음을 키워야겠다.



사실 그 누구와도 껄끄러운 관계로 남고 싶지 않다.

그냥 한 걸음 뒤로 물러서주길 바랄 뿐이다.

그저 내 아이에 대한 지나 친 관심을 조금만 덜어 주길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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