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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Jul 20. 2023

우리만의 특별한 방학 계획을 세웠습니다.

부러우시죠?

다음 주 화요일이면 무시무시한 녀석이 우리 동네를 습격한다. 그날은 온 동네 아이들 급식도 안 주는 무서운 날이다. 예고는 이미 되어서 알고 있지만 막상 닥치면 피할 도리가 없다. 특히나 이번 여름처럼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비와 발맞추어 하루에도 기분이 수십 번 오르락내리락하는 40대 아줌마의 컨디션 관리에 괜한 태클을 걸어올까 봐 두렵다. 기능이 저하된 아줌마의 감정 조절 능력이 그 녀석을 만나면 바닥을 친다. 언제 '욱'하고 터질지 모르는 폭발의 위험을 안겨주는 맘에 안 드는 녀석이다. 이름만 들어도 현기증 나는 그 녀석은 바로  '여름방학'이다. 드디어 녀석이 코 앞에 배수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건 이번 우리 애 학교 여름 방학은 매우 짧다. 주말 포함 고작 16일이다.

(대신 겨울방학은 70일이다. 생각해 보니 불행 중 다행이 아니다. 겨울 방학에는 미치지만 말자)

아직까지 공식적인 휴가는 방학이 짧아 개학 이후로 잡혔다. 지인들과 1박 2일로 예정되어 있다.

아이는 왜 방학이 끝나고 뒤늦게 가냐고 툴툴거린다.(그 얘기를 벌써 내 입으로 왜 했는지 후회가 밀려온다) 체험학습 보고서를 써야 해서 날짜를 당기고 싶어 한다. 우리끼리 가는 게 아니라서 엄마도 어쩔 수 없다.


보통 당일캠핑이나 바닷가도 급하게 출발하는 스타일이다. 애가 있다 보니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즉흥적으로 떠날 때가 더 많다.  주말부터 또 비소식이 있으니 갈 생각도 아직 없다.


지난주부터 계속 유튜브에서 한창 여름 방학과 관련된 내용이 계속 업로드되고 있다. 여름 방학을 잘 보내는 방법(학년 별 로드맵부터 학습 결손을 보충하는 방법, 시간 관리 방법, 건강관리법 등 주제도 다양하다)에 관한 영상들이 수천가지다. 괜히 영상의 썸네일에 현혹되어 보고 있으면 또 머리가 지끈지끈 울릴 것 같다. 저 얘기는 우리 집 애 이야기가 아닌데 알면서도 쉽게 빠져든다. 뭐라도 지금 당장 결제하고 내일 택배로 받아야 할 것 같다. 여름방학 계획 준비완료라고 남들처럼 SNS에 인증이라도 해야 좀 마음이 놓이려나? 막상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니 슬슬 불안감이 엄습해 오는 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초3 여름방학이라는데...


유튜브 창을 닫고 산책을 다녀왔다. 짧은 방학을 앞두고 무슨 계획을 얼마나 세울 수 있을까? 더군다나 습관 형성은 최소한 21일 정도는 지속되어야 한다는데 고작 우린 16일이다. 16일 동안 뭔가를 계획하고 추가하면서까지 굳이 애랑 실랑이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결심했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아무 계획이 없는 것을 우리만의 특별한 계획으로 세웠다. 

집에서 에어컨 틀어놓고 자다가 먹다가 놀다가 잠깐 학원 한 군데 바람 쐬러(?) 갔다 오고 또 노는 게 전부다. 이보다 더 좋은 계획이 또 어디 있으랴? 고객만족 100%가 예상된다.


학기 중에 다니는 주 3회 피아노(월, 수, 금)와 주 2회 운동(화, 목)은 그대로 간다.

 (방학이 짧아서 학원 방학도 개학 이후에 방학이다) 특별한 일이 없으니 학원을 빠질 일도 없다. 그냥 평소대로 움직이고 오전 시간만 좀 여유 있게 보내면 된다. (이 오전 시간에 뭘 해야 하는데, 하...)

단, 아파트 1층이라 베란다 앞에 나무에 붙어 있는 매미들 덕분에 자동 알람이 울린다. 늦잠도 불가능하다. 고로 아침밥부터 삼시 세 끼는 꼬박 차려내야 한다. 엄마만 아침부터 바빠진다. 다음 주를 대비해서 냉장고를 채워야겠다. 지웠던 마켓컬리를 다시 다운받고 대리 만족 하면서 맘 편히 계란찜을 능가하는 초 간단 요리 유튜브나 봐야겠다.


덧붙임 ) 혹시 모르니 장바구니에 2학기 수학 문제집도 하나 추가는 해놔야겠다. 아주 어쩌면 아이가 놀다가 먹다가 또 놀다가 너무 심심해서 미쳐버리면 수학 풀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0.000001% 정도 있을지 모르니 철저히 대비해야겠다.



사진출처 : 직접 찍은 아이학교 년간 계획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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