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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미래 Oct 05. 2023

제 주인님을 도와주세요!

목격자 (1)

컹컹! 멍멍멍!!


이봐요! 저기요!!

여기 사람이 차에 치었는데 왜 다들 그냥 가시나요?

제 주인님이 지금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거 안보이시나요?  빨리 119에 신고 좀 해주세요! 제발요!

거기 할머니! 아까부터 그 정류장 의자에 앉아 계신 거 맞죠? 방금 횡단보도에서 일어난 일 보신 거 맞죠?

횡단보도 건너편에서 지금 막 버스 하차 후 이쪽으로 건너오려던 안경 쓴 아저씨!

 왜 건너오시지 않고 거기 서 계세요?

 아이 가방 들고 아이랑 같이 제 주인님 뒤에 서 계셨던 엄마랑 어린아이는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보신 거 맞죠? 저랑 제 주인님이 설마 빨간 불에서 미리 움직인 거 아니죠?

솔직히 말해보세요! 저랑 제 주인님 아니었으면 당신네들이 먼저 출발했을 수도 있다고요.


다른 분들도 이런 긴박한 순간을 직접 보고도 정작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회피하시는 건가요? 정녕 이렇게 '악'소리 내면서 비명만 내지르고 무섭다고 못 본 척 다들 그냥 가버리는 게 말이 되냐고요.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들었는데 아닌가요? 정말 저 같은 강아지만 상팔자였던가요?

사람이 이렇게 차에 치어서 의식을 잃은 채 길바닥에 쓰러져있는데 가던 길 그대로 쭉 가시는 게 맞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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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히도 그 사이 애절한 제 목소리를 듣고 근처에 계신 분들이 도와주러 오셨어요.

119에 신고해 주셨네요. 곧바로 구급차가 왔어요. 덕분에 안전하게 제 주인님이 병원으로 이송되었어요. 일단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단지, 언제 회복될지는 담당 의사도 알 수 없다네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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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시간이 꽤  흘렀지만 주인님은 여전히 차도가 없다네요. 계속해서 병원침대에 누워만 있는 상황이라 사건 수사도 원활하게 진행이 안 되나 봐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지요.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현재로선 그때 상황을 목격하신 분의 증언이 절실히 필요해요. 그때 그 운전자는 목격자가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런 거짓말을 하고도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을까요? 본인이 저지른 실수를 왜 인정하지 않을까요? 제 주인님이 차에 치어 굴러 떨어진 그 순간, 주인님이 횡단보도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처음부터 무단횡단을 했다고 우기다니요. 기가 찰 노릇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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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요, 경찰아저씨! 하필 그 현장에 CCTV가 없다고요?

더군다나 가해자 블랙박스가 고장 났다는 사실을 정녕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사건해결이 왜 진전이 없는지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그래도 우리에겐 목격자가 있잖아요. 상황은 1초 정도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죠.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도와주러 온 분들은 지금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냥 그런 것 같다고 어설프게 상상해서 증언하시는 분들은 도대체 뭘 바라고 그런 증언을 하시는 걸까요? 제발 그 현장에서 정확하게 본 목격자를 찾아달란 말이에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하루빨리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요! 다시 제 주인님과 함께 산책 나가고 싶어요. 평온한 일상의 행복이 그립다고요!  


뭐라고요? 그 버스 정류장에서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목격자가 아니라고요? 왜요? 할머니가 딸과 손주랑 영상통화 하시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고요? 그냥 '퍽' 하는 소리만 들었다고요? 아이고야! 통화 목록은 제대로 조회해 보신 거 맞으세요? 통화하면서 눈으로는 그 상황을 보신 거 아니래요? 설마 미리 겁먹고 두려워서 핑계 대시는 건 아니겠죠?


그럼 건너편 안경 쓴 아저씨는요? 그 아저씨는 봤을 거 아니에요?

엄마야! 그 아저씨도 못 봤다고요? 그 아저씨가 버스에서 내리고 나서 버스가 잽싸게 지나간 그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요? 그럼 버스도 신호위반 한 거예요? 당장 그 버스 기사님 잘라야 되는 거 아니에요? 참나! 그 도로에 CCTV가 없으니 이런 일이 계속 생기는 거였군요. 지금 거기 CCTV 설치되었나요?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려고요? 지금 당장 빨리 CCTV 설치해 주세요!


아! 맞다! 그럼 그 애엄마는 뭐래요? 찾았어요? 어머! 그 뒤로 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다구요? 그때 분명히 가방 같은 거 가지고 있었죠. 애가 어려 보이던데요. 아, 제가 산책하다가 봤는데 건너편 단지에 어린이집 있어요. 거기 원생 아닐까요?  분명 이 동네 사람 맞을 거예요.

그날 이후로 계속 잠복근무를 해도 나타나지 않는다고요? 그럼 다른 도로 쪽도 살펴보셨어요? 그 애엄마도 꽤나 충격이 컸나 보네요. 하긴, 어린애가 그걸 직접 봤으면 얼마나 무섭겠어요. 쯧쯧. 아니 내가 지금 누굴 걱정하는 거죠? 맞아요! 현장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은 걸 보니 뭔가 분명히 께름칙한 게 있으니까 그럴 거예요. 당장 그 애엄마를 찾아주세요! 이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그 아줌마 밖에 없단 말이에요.

제발이요!





- 다음 편에 계속 -






사진출처 :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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