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엄마는 경찰을 만난 이후 집 밖을 나서지 않았다. 아니 더더욱 무섭고 두려워 외출을 할 수 없었다.
왜 하필 그 순간 거기를 지나쳤을까? 어쩌다 경찰을 만나게 되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후회의 날들이 계속되었다. 시간을 되돌리 순 없을까?
집안에서 애엄마가 점점 미친 사람이 되어갔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해졌다. 아이까지 분리불안 증세가 발현되었다. 그날의 공포와 충격에 휩싸인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죄지은 사람처럼 요리조리 피해 다녔던 극도의 불안했던 엄마의 행동이 아이에게도 나타났다. 내 아이를 지킨다고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정작 내 아이에게 더 큰 불안감을 안겨주었다. 오히려 어린아이의 마음을 더 크게 다치게 했다. 죄책감은 커져만 갔다.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 순간의 사고로 인하여 강아지와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하면서 소중한 일상을 보내던 피해자가 병원에서 고통받으며 누워만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광경을 목격한 모녀의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도 무너져갔다.
도저히 이대로는 못 살겠다고!
어느 날 밤이 깊어질 무렵, 애엄마는 눈물을 훔치며 터벅터벅 혼자 길을 나섰다.
익숙하면서도 그리웠던 횡단보도 앞에 서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때의 상황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도로에서 피 흘리며 흐느끼던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분명 그녀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 누군가의 소중한 딸이다. 정녕 '내 아이만 아니면 된다'라는 생각에 내 아이만을 보호하겠다고, 그저 우리만 괜찮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그 상황을 두 눈으로 정확하게 봤으면서도 못 본 척, 안 본 척 그 현장을 도망쳐버린 겁쟁이가 지금 그곳에 다시 서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초라하고 낯부끄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서 저절로 고개가 떨구어졌다. 한편으로는 섣불리 진술을 했다가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아이에게 해를 가할까 봐 그 부분이 제일 두렵고 겁이 나서 피할 수 있을 때까지 피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식으로 언제까지 도망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비겁한 겁쟁이의 속마음을 숨긴 채 과연 소중한 내 아이에게 떳떳한 엄마로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역시나 누군가의 소중한 딸인 그녀가 억울하게 사고를 당하고 병원 신세만 지는 상황을 정작 모른 척하고 평생 아이 앞에서 정의롭고 지혜로운 엄마가 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멍하니 도로의 자동차 불빛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시선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순간 혼잣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휴"
묵었던 속내가 깊은 한숨과 함께 공기 중으로 사라졌다.
꽤 오랜 시간 빠른 속도로 두근대던 심장소리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빨간불 VS 녹색불
횡단보도 바깥쪽 VS 횡단보도 안쪽
경찰관이 보내 준 예시문을 보고 그 현장에서 본 그대로만을 꾹꾹 눌러 담아 전송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차후 다른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제게 더 이상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멍멍!!
경찰관 아저씨!!
드디어 목격자가 나타났다고요? 연락이 왔다고요? 진짜죠? 진짜인 거 맞죠?! 도대체 누구예요? 그 목격자가?
그 안경 쓴 아저씨와 그 할머니는 아닐 것 같고 그 애엄마군요. 맞죠? 제가 말했죠? 그분은 분명히 봤을 거라고요. 근데 어차피 이렇게 진술할 거면서 왜 이리 시간을 끌었데요? (고맙긴 한데 너무하네요ㅜㅜ)
그나저나 그 애엄마한테 저희가 연락해서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은데 안될까요? 저도 그렇고 제 주인님도 꼭 이 은혜를 갚고 싶어 합니다. 저희에게도 보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수는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