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미래 Oct 16. 2023

혓바늘의 고통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어딘가 신경을 쓰거나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몸에서 금방 반응하는 편이다.

요즘 올해가 얼마 남지 않는 시점에서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그런지

가을이라 가을바람이 불어 가을을 타서 그런지

이유가 어찌 되었든

그저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이 또 찾아왔다.

녀석은 바로 입안의 혓바늘.


혓바늘 정의 : 혀 표면에 작은 궤양이 생기거나 맛을 느끼는 설유두가 염증으로 붉게 솟아오르는 증상으로 의학적 용어는 아니고, 혀의 찌르는 듯한 통증을 표현하는 용어이다.
혓바늘 증상 : 해당 염증 부위가 스치거나 자극될 때마다 찌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며, 음식을 먹거나 말을 할 때 방해가 되기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혓바늘 [aphthous ulcer, glossitis]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혓바늘 치료를 위해서 혹시라도 연고 하나 다 써본 사람이 있을까?

생각만 해도 무시무시한 녀석의 치료를 위해서 오*메디 연고를 기한 내에 끝까지 다 쓰고 다시 구매한 사람이 바로 나다.

혓바늘 증상이 하도 빈번하다 보니 한 때 지인이 추천해 줬던 알*칠이라는 약을 쓰고 지옥의 맛을 경험했었다.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의 고통을 경험하면서 희열을 느끼고 싶은 사람한테는 꼭 추천해주고 싶다)

바르고 나면 이물감이 느껴지고 뭔가 입안으로 꿀꺽 삼키기에는 다소 찝찝해도 지옥을 피하기 위해서는 순한 연고를 쓰게 된다.

며칠 째 (나이 먹고 환절기에 면역력까지 저하되었는지) 약발도 통하지 않고 나을 생각이 없다.

오히려 크기가 더 커졌다.

그래도 다행인 게 혓바닥이 아니라 오른쪽 송곳니 위쪽 잇몸에 자리 잡은 녀석이라 혓바닥 직격탄일 때보다는 비교적 고통은 적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간이라는 약을 추가로 덧바르면 나을 거라 생각했다.

시간이 더디게만 흘러간 걸까? 일주일이 한참이나 지났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양치질을 하는 도중 머릿속에서 복잡한 생각들이 또 치고 올라왔다.

생각만 가득하고 실행으로 옮기지 않는 뜬구름 같은 일들이 화장실 불빛아래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다.

그것들 중에 어떤 것을 먼저 잡아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다.

생각의 꼬리의 물꼬를 트지 못한 상태에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손가락이 잘 못 움직였다. 방심한 찰나, 나도 모르게 칫솔이 헛돌아 갑자기 잇몸 사이로 끼어들어가서 그 녀석을 긁어버렸다.


악!!

입안에서 피거품이 나왔다. 비명 소리와 함께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도 주르륵 같이 쏟아졌다.

도대체 정신을 어따둔건지 모르겠다.

요즘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복잡한 마음들이 뒤섞여 있다. 무엇부터 실행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고 방황 중이다.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 채 중구난방으로 이것저것 생각만 하고 아직까지 정작 아무것도 한 게 없다.

누가 보면 진짜 바보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나 스스로가 '정신 똑바로 차려라' 주의를 준 것 같다.




화장실에서 혼자서 한바탕 소동을 겪은 후 겨우내 감정을 추슬렀다.

나오기 직전 비루한 모습으로 잇몸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혓바늘은 좀 더 영역을 넓혔고 그 옆에 피맺힌 상처가 친구로 생겼다. 헛웃음이 나왔다.


야 이 바보야!

지금 딴생각할 때냐! 몸이 우선이지?

어차피 고민만 하면 해결되는 것도 없다. 약이나 듬뿍 처바르고 푹 자는 게 낫다.


대신 자고 나면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자! 생각나는 일을 제일 먼저 하자!

그게 정답이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친정 가는 길은 떡볶이만 먹어도 괜찮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