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을 끄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떡볶이와 어묵을 주문했다.제일 빨리 먹을 수 있는 메뉴로 제격이다.
훅 들어온 매운맛 떡볶이가 정신을 번쩍 차리라고 경고를 줬다. 뜨끈한 어묵 국물로속을 달래 본다.
다시 출발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졸려하는 남편을 위해 백만 년 만에 운전대를 잡았다.
또다시 수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오른쪽 다리가 저려온다.
설상가상 갑자기 저 멀리서 먹구름이 밀려온다.
후드득 비가 오기 시작한다. 하늘도 어두컴컴해진다.
벌써 저녁인가?
라이트 때문에 눈부심과 빛 번짐이 심해진다. 이럴 때를 대비해 안경을 가지고 다닌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정신을 바짝 차린다.
다음 휴게소까지만 가면 내 역할을 끝이다.
조금만 더 버텨보자!
두 시간 넘게 꼬박 졸음과 사투를 했다.
기다리던 휴게소가 보이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를 반겨주지 않는다.
이런 써글!
죄다 나 같은 사람들인가?
휴게소를 앞에 두고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곳에 입성하면 오늘 안으로 도착 못할 것 같다.
하는 수없이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한 시간 가까이 또다시 지루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겨우내 다음 휴게소에 도착해서 주차까지 완료했다.
세 시간 넘게 운전을 한 적은 살면서처음이었다.
그런데도 아직 도착을 못하다니... 도착지가 아니라 휴게소라니, 참나!
시간상 저녁을 먹으려고 푸드코트에 들어갔다 끝이 없는 대기줄을 보고 여기서도 그냥 나왔다. 먹을 게 없다. 아까 먹었던 떡볶이가 다시금 눈에 들어왔다. 어쩔 수 없이 또 떡볶이를 주문했다. 옵션인 핫도그샌드위치는 아까 먹었던 어묵을 생각나게 만들었다. 헛배만 불렀다.제기랄!
내일 아침이면 엄마가 정성스레 해 주시는 따순 밥을 기대하며 이 순간을 꾹 참아본다.
다시 차에 올랐다. 역시나 마무리는 남편이다. 조수석에서 잠시 눈을 감아봤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참으로 긴 시간이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로 밤 10시에 도착했다.
경기 북부에서 전라도의 기본적인 물리적 거리는 어쩔 수 없지만 평소의 두 배, 7시간 반이 넘게 걸리다니 명절은 명절인가 보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 오랜 시간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나의 부모님이다.
7시 반 걸려서 온 친정집에 와서 아무 눈치 안 보고 편안하게 쉴 수 있다. 바로그 자리에서 누울 수도 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 늦잠을 잘 수있다.
늦잠 자고 일어나도 아침을 차려주시는 나의엄마가 계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찮으신 아빠도 우리를 결코 깨우지 않고 기다려주신다)
그러하기에 그 멀고도 지루한 길을 알면서도 각오하고 매년 명절 때마다 이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내일모레 추석 당일 아침 일찍 서둘러 왔던 길을 되돌아가야 할 뿐이다.
명절 당일에는 내집에서 7분 거리인 시댁에 최대한 빨리 가야 한다.
제사도 없고 음식 장만도 없는 시댁이지만
(너무나 가까워 매달 자주 보는 사이라도)
단지 달력에 '추석'이라고 콕 박힌 두 글자로인하여 우리 식구가 일찍 오지 않으면 매번 꽤나 서운해하시는 남편의 부모님도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시고 계신다.
덧붙임) 이번에 친정 아빠가 편찮으시고 사정상 친정에 먼저 오게 되었다. 추석날 사흘 뒤에 시어머님 생신이라 시댁은 친정 다녀 온 후계속 출퇴근할 예정이다. 시부모님께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친정에 먼저 내려왔지만긴~~ 연휴에 친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짧아도 너~~~무 짧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