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별미래 Oct 20. 2023

가을 등산은 언제나 옳다

가을아! 가지마!

여름옷을 정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긴팔티를 몇 개 입지도 않았는데 외투를 꺼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길거리에 낙엽이 밟힌다. 은행들도 코끝을 자극하면서 존재감을 알리며 나무들이 옷을 갈아입기 바빠졌다.

서서히 시간이 흐르는 사이 잊고 있던 계절,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을가을한 날에는 집에 있는 시간이 안타깝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진다.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지금 당장 떠날 용기가 없다. 현실 속에서 발버둥 쳐본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건 자전거 라이딩과 등산이다.


아이를 등교시키기면서 산책을 하기 위해 같이 그 시간에 집을 나섰다.

가볍게 산책을 해서 몸을 풀고 얼마 전 수리받은 자전거를 타려고 했었다.

집 근처 공원으로 향하는 길, 볕은 따스하게 스며드는 데 바람이 차갑다. 요즘 아이 학교에서도 그렇고 주위 사람들이 독감으로 고생 중이다. 오늘 같은 날 자전거를 타고 찬바람을 직빵으로 쐬면 목감기라는 친구가 덤으로 올 것 같았다.


급하게 코스를 변경했다. 과감히 자전거를 패스했다.

가볍게 목수건을 두르면 등산은 괜찮겠지?

오랜만에 산길에 올랐다.

사실 등산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할 정도로 206m 정도의 낮은 산, 고봉산을 찾았다.

둘레길 조성도 잘 되어있어서 가볍게 오르락내리락하기 좋은 곳이다.

평소 산책을 자주 하는 편이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자주 걷는 편이라서 다행히 힘들지 않았다. 숨이 막 차오르지 않은걸 보니 아직 체력이 밑바닥은 아닌가 보다.


<한 걸음, 한 계단 천천히 내딛는 발끝마다 가을이 완연하다>


산에 오르면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 몰입을 경험하게 된다.

산에 오르면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다.

산에 오르면 숨통이 트인다.

- 꽉 막혀 있던 가슴이 뻥 뚫린다.

산에 오르면 온전히 나는 내가 된다.

- 엄마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수 있다.

산에 오르면 정상이 주는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

- 오늘은 선물을 2개나 받았다.



<A전망대에서 바라본 일산서구와 파주, 그리고 저 멀리 북한>


이 산에 오를 때, 날 좋은 날 운이 좋으면 북한까지 보이는 날이 있다고 들었다.

오늘 비로소 저 멀리 북한 땅까지 눈에 담을 수 있었다.

파란 하늘에 수놓은 뭉게구름까지 뭐 하나 빠진 게 없을 정도로 완벽한 풍경을 선물로 받았다.


<B전망대에서 바라본 고양시 덕양구와 서울, 저 멀리 보이는 북한산 백운대 정상>


동네 뒷산이라고 하기엔 전망대가 2개나 된다. 이곳에 서면 북한산의 온기가 느껴진다.

저 멀리 북한산 백운대가 나를 기다리는 것 같다.

북한산은 여성봉과 오봉, 쪽두리봉 정도만 가봤는데 언젠가 백운대 정상에 서서 반대쪽인 이곳을 바라보고 싶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제일 필요한 건 체력!

체력을 더 끌어올리도록 부지런히 내가 할 수 있는 범주 내에서 꾸준히 운동을 지속하고 싶다.


이 가을을 또 한 번 그저 그렇게 보내기 싫어서 오늘도 한 가지 추억을 더했다.

이 가을이 가기 전 자전거도 맘껏 타고 싶다. 등산도 자주 가서 체력을 키우며 다가올 겨울을 대비하고 싶다.

적어도 (초등) 학생을 키우는 엄마에게 겨울은 쥐약이니까.

(벌써부터 바람 불고 추워지니 겨울방학이 생각나서 두려워질 뿐이다)

그전에 맘껏 이 가을을 누리고 싶다.



가을아! 제발 가지 마!
시간아, 천천히 흘러라!!!

 



사진출처 : 오늘 직접 찍은 사진

매거진의 이전글 혓바늘의 고통이 두 배가 되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