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이탈리아 북부 여행. #2 돌로미티

렌터카, 미수리나 호수와 란드로 호수, 아우론조 산장

by Starrwy

[ 돌로미티로 ]


시차로 새벽 같은 아침 눈이 떠졌다. 엄마도 비슷하셨던 모양인지 나란히 누워 오늘의 일정을 복기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정신이 없을 것 같아 이동 방법이나 일정 등 촘촘히 계획을 짜두었는데, 잘 한 거 같다. 새로 무언가를 찾아볼 여력이 없다.


오랜만에 많이 걸어 아픔을 호소하는 곳곳을 스트레칭하고,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어제 기차역 매점에서 사온 것들을 펼쳤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들어간 빵과 간단한 샌드위치. 냉장고에 넣어둬서 빵이 조금 단단해졌지만 방에 있던 캡슐로 내린 따끈한 커피와 함께 먹으니 꽤 맛있다. 컵 과일 모둠에는 라즈베리와 블랙베리가 들어있어서 색다른 느낌이었다.


체크아웃 후 잠시 리셉션에 짐을 맡겨두고 렌터카를 인수하러 갔다. 걸어서 5분 남짓. 지금껏 봐왔던 렌터카 리셉션 중 가장 단촐해서, 처음엔 여기가 맞는지 조금 당황스러웠다. 딱 한 명 있는 직원은 예약 정보들을 묻고 필요한 서류들을 달라고 하더니 모든 것을 일사천리로 처리해줬다. 자동차는 다시 걸어서 5분 거리의 주차 타워에 주차되어 있다며 자동차키와 영수증, 주차장 출차카드를 건네받었다. 건물 6층에 올라가자마자 오른쪽에 주차된 피아트의 하이브리드 SUV. 외관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계기판 사진도 하나 찍어두고 출발을 위한 간단한 세팅을 마쳤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렌터카를 반납할 곳이 밀라노 시내이기 때문에 신청했던 가솔린이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을 받은 듯 했다. 밀라노 시내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전기차거나 하이브리드여야 하기 때문이다.



호텔 앞에 잠시 정차해서 캐리어를 싣고 작년에 했던 것처럼 준비해온 자물쇠로 단단히 채웠다. 트렁크에 큰 캐리어 두 개가 모두 들어가진 않아서 뒷자리에도 싣고 담요로 덮어뒀다. 돌로미티는 트렁크 도난 사고가 거의 없다고 듣긴 했는데, 가는 길에 휴게소도 들르고 점심도 먹을 예정이라 예방 차원에서 만전을 기했다.


이제 진짜 돌로미티로 출발이다.



[ 첫 번째 렌터카 에피소드 ]


시내를 지나 고속도로에 들어가려고 티켓을 톨게이트 기계에서 뽑으려고 하는데, 이게 웬일! 티켓이 기계에서 나오질 않는다. 직원 연결 버튼을 연신 눌러도 대답도 없고 내 뒤로 차들이 점점 늘어선다. 한국에서는 하이패스로 다니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해프닝을 겪어본지 너무 오래라 더 놀랐던 거 같다.


기계와 한참을 씨름하던 와중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바이커 한 명이 조언을 해줬다. 티켓 없이 가도 되긴 하는데 어디로 들어왔는지 기억하면 된다고. 당황스러움에 기계만 쳐다보고 있어서 바로 앞의 차단기가 올라간지도 몰랐다. 엄마도 처음 겪는 사건에 당황하신 모양.한국에서 블로그를 찾아봤을 때도 고속도로를 나갈 때 절대 티켓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는 얘기가 대부분이지 티켓이 안 나오는 케이스를 경험했다는 글은 보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우리가 어떤 나들목에서 고속도로에 들어왔다고 얘기를 해야하는 건지 찾아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운전 중이라 엄마께 가능하시다면 구글 지도로 한번 찾아달라고 말씀드렸더니, 그걸 또 너무 대단하게도 찾아주셨다. 이제 한 시름 놓았다.


작년에 왔을 때에도 느꼈지만 한국의 고속도로와 비슷해서 운전할 때 위화감이 별로 없다. 약 한 시간 여를 달리다가 휴게소에 들렀다. 주말이라 그런지,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북적였다. 진열대를 가득 채운 과자, 초콜릿, 술 등을 구경하다가 에스프레소 마키아토를 한 잔 주문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털어마셨다. 다시 한 번 카페인을 충전했으니 목적지까지 문제 없이 갈 수 있을 거다.


이제 고속도로를 나가야 한다. 조금 긴장하며 톨게이트에 돌입! 이탈리아 버전의 하이패스 전용, 카드만 되는 곳, 사람이 있는 곳 등으로 나뉘어 있어 나는 사람이 있는 창구 줄에 줄을 섰다. 안내원에게 티켓 부스가 고장나서 티켓을 못 받았는데, 우리는 북 베네치아에서 왔고 엄마가 찾아주신 곳을 이야기했더니 비용을 산정해준다. 카드로 탭하여 계산을 마치고 무사히 통과했다. 벌금처럼 큰 금액이 결제되지도 않았다. 결국 별 일은 아니었다. 렌터카로 운전을 하자마자 생긴 짧은 에피소드는 이렇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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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수리나 호수와 피자 ]


저 멀리 병풍처럼 있던 산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지대가 높아져서 귀도 먹먹해진다. 돌, 바위와 나무로 이뤄진 높은 산 속으로, 산 속으로 들어간다. 1차선 도로의 양 옆으로 베네치아에서 보던 것과는 색다른 알프스 식의 건물들이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원래는 란드로 호수 근처에서 식사를 하려고 목적지를 설정하여 가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눈 앞에 호수가 등장했다. 감탄이 연이어 나오는 풍경에 일단 차를 세워보기로 했다. 지도를 보니 이곳은 미수리나 호수. 여기에서 우리가 오늘 저녁에 묵을 산장이 가깝기 때문에 조금 더 멀리 있는 란드로 호수에 먼저 들렀다가 이곳을 구경한 뒤 바로 산장에 가려 했었는데, 배도 슬슬 고프고 마침 주차할 자리도 하나 딱 나와서 미수리나 호수를 먼저 구경하기로 했다.



조각 구름이 떠 있는 파란 하늘, 반짝이는 푸른 호수, 그리고 그걸 둘러싼 산의 조합은 대자연 그 자체였다. 가끔 윈도우 배경화면에서나 보던 풍경 그 안에 들어와 있는 기분은 너무나 비현실적이다. 작은 벤치에 앉아 산을 바라보며 피크닉 하는 사람들, 잔디밭에 앉아 저 멀리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들 모두 즐거워보였다. 일상에서 쉬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경험하는 것은 아마 여행을 하는 이유 중 가장 찾기 쉬운 이유일 거다. 어찌되었든 잊기 힘들 정도로 미수리나 호수의 풍경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신 사진을 찍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 호수 근처의 피자집을 찾았다. 알프스 풍의 노란 건물에 들어가니 조금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가게가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조금 기다린 끝에 자리를 안내 받았는데, 엄마와 나 둘 다 식사량이 많지는 않지만 일단 1인 1피자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피자 메뉴는 굉장히 많았는데, 이 가게의 이름을 딴 에델바이스 피자와 피칸티 피자를 주문했다. 그리고 음료로 엄마는 콜라, 나는 레드 비어. 와인 향이 나는 걸로 보아, 맥주와 와인을 섞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부터 운전은 엄마가 하실 거다.



배고픔으로 음식을 맛있게 먹게 하려는 전략인지 자리에 앉고 주문을 하기까지는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그에 비해 피자는 아주 금방 나왔다. 치즈가 잔뜩 올라간 피자 두 판! 엄마와 반씩 나눠 교환했다. 양이 너무 많아서 곤란하다. 페퍼로니에 아스파라거스, 올리브, 브리 치즈까지 올라간 야무진 맛! 엄마는 파프리카와 치즈, 페퍼로니가 올라간 피자를 고르셨다. 너무 맛있는데 조금 짜서, 맥주를 자꾸 들이켰다.



배가 점점 불러온다. 한국에서라면 남은 피자를 포장해갔을 테지만, 오늘의 숙소인 산장의 컨디션이 어떤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괜히 냄새 풍기는 짐이 될까봐 아쉽지만 남기기로 했다.


경치를 천천히 감상하고 싶어 소화도 시킬 겸 미수리나 호수를 한바퀴 걷기로 했다. 산책길이 호수 바로 옆으로 잘 닦여있었다. 카메라로 어딘가를 찍을 때마다 마치 달력 사진처럼 멋지다. 저 멀리 한가로이 배를 타는 사람들, 물 위를 떠다니는 새들. 햇살이 물 위에 쏟아져내려 반짝인다. 물가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누워 낮잠을 자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다. 그 여유가 부러웠다. 잠시 호숫가의 벤치에 앉아 우리도 그림 같은 풍경을 감상했다.




[ 란드로 호수와 아포가토 ]


이제 란드로 호수로 출발! 차로 10분 정도를 달려 도착했다. 란드로 호수의 물빛은 미수리나 호수와 다르게 옥색이다. 물 맑은 한국에선 오히려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에 엄마와 나 모두 매료되었다. 미수리나 호수와 달리 여기엔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궁금해서 손을 담가보았는데, 꽤 차가웠다. 호수 건너편 폭포처럼 보였던 하얀 줄기는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니 그냥 흰 모래였다.


호숫가에 식당 겸 카페의 테라스에 앉았다. 말 그대로 풍경 맛집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없을테니 베네치아에서 먹어봤던 샤케라또를 주문하고 싶었는데, 그마저도 이 가게에는 없었다. 아쉬운 대로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를 넣은 아포가토를 골랐다. 날이 꽤 더워서 자꾸 차가운 걸 먹고 싶다. 엄마와 나 둘 다 한참 동안 여유를 즐겼다.



[ 두 번째 렌터카 에피소드와 아우론조 산장에서의 두 번째 천사님 ]


이제 산장에 체크인을 하러 갈 시간. 그런데 차에서 작게 경고음이 나며 자동차 대시보드의 사인이 깜빡인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잠시 길가에 차를 세우고 시동을 껐다가 켜봤다. 가만히 정차하고 있을 때는 소리가 안 난다. 다시 조금 달리면 처음엔 소리가 간헐적으로 나더니 점점 주기가 잦아지고 음량도 커져서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되었다. 차에 있던 매뉴얼을 급히 꺼내서 어떤 사인인지를 대조해보는데, 설명이 전부 이탈리아아로 되어있어 구글 렌즈로 번역을 해가며 읽었다. 오토 브레이크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건 노란색 경고라는 점.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빨간색 사인이라고 쓰여있다. 조금 이상한 건, 비포장 도로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는데 멀쩡한 포장 도로에 올라오면 소리가 난다는 것. 주변에 정비소도 없고 일단은 산장에 가서 도움을 청하려고 산길을 올라가는데, 실은 중간에 브레이크가 고장난 걸까봐 너무나 무서웠다. 운전을 하는 엄마도 내심 무서우셨을 것 같은데, 둘 다 내색은 하지 않았다.



주차장 입구에서 프린트해뒀던 산장 주차장 결제 영수증을 보여주고 산장으로 올라갔다. 예약한 시간보다 더 빨리 도착하지만 않으면 확인 후 들여보내는 듯했다. 주차장 입구에서 주차장까지는 경사가 어마어마하다. 계속해서 울려대는 경고음을 애써 무시한채 산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마쳤다.


아우론조 산장 도착! 체크인을 하기 위해 1층 리셉션에 갔다. 예약 관리가 전산화되어 있지는 않은지 직원이 한참 헤매다가 내가 프린트한 예약 내역과 가격을 알려주니 방 열쇠와 저녁, 아침 식권을 건네주었다. 샤워를 하려면 별도 금액을 내고 코인을 사야한다. 다행히 물 부족 사태는 아닌가보다. 우리는 2층방을 받았는데 지층은 빼고 계산돼서 한국식으로는 3층이었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없고, 마치 도봉순이 된 것처럼 캐리어를 번쩍 들어서 방에 도착했다. 열쇠를 360도로 두 번을 연이어 돌려야 문이 열린다. 싱글 침대 두 개가 양 쪽 벽에 붙어있고, 옷장과 거울, 작은 탁자, 의자 하나가 있는 단촐한 방이다. 그래도 엄마와 단둘이 쓸 수 있어서 마음이 편했다. 화장실은 방 바깥에 있는 공용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복도에는 추울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여분의 담요가 있었다.



침구에 혹시 베드버그가 있을지도 몰라 한국에서 가져온 약을 뿌려두고 자동차 문제를 해결하려 일단 프론트로 향했다. 대강의 문제를 설명하니, 본인은 좀 바쁜지 다른 직원을 한 명 인계해준다. (그는 음료도 만들고, 서빙도 하고, 체크인도 하고 정말 바빠보이긴 했다)


두 번째 직원은 밖에 나와 손수 말아만든 담배를 피며 나에게 이것저것 묻고 문제를 살피더니 여기 저기에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여긴 이탈리아고, 오늘은 대부분의 가게가 닫는 토요일, 그리고 내일은 더 많은 가게가 닫는 일요일이라 전화로 우선 문의해보겠다고 했다. 전화를 해보고 차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으면 어차피 움직일 수 없으니 렌터카의 사고 SOS를 산장으로 부르는 게 낫겠다고. 전부 납득이 되는 말이라 그가 전화를 마치길 기다렸고, 마지막엔 나도 렌터카 업체의 직원과 통화를 했다.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해당 알림은 내가 렌트한 차종에서 가끔 발생하는 에러이고, 차에 시동이 걸리는 거라면 큰 문제는 아니어서 일단 계속 타라는 것.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한 건 아닌듯 하지만, 당장 여기서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어보여 이쯤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무사히 산장까지는 도착했고, 여기에서 움직이려면 내일까지는 되어야하니까. 차근차근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준 그가 이번 여행에서 만난 두 번째 천사다. 너무나 고마워 산장에서 마주칠 때마다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렌터카 문제에 대해 마음 정리가 일단락되고 나니, 그제서야 산장을 둘러싼 멋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마음이 어지러우면 주변에 아무리 좋은 게 있어도 눈치를 못 챈다. 힘든 상황일 땐 잠시 그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한 듯 하다.


아우론조 산장을 바위 산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이른바 첩첩산중은 한국에서도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풍경이다. 오후 6시가 지난 시간이라 한낮에 비해 꽤 낮아진 해가 파란 하늘에서 강렬하게 내리쬔다. 여기는 해발 2333미터로, 구름이 거의 내 시선에 있다. 꽤나 세찬 바람이 산장 옆의 이탈리아 국기를 가로지른다. 들판엔 오밀조밀한 꽃들이 펴있는데, 큼직한 바위들과 대비되어 아주 귀엽다.




저 멀리 들판에 돌로 쌓아 남겨둔 이름이 보였다. 남겨진 저 이름들은 본인의 것일까? 아님 사랑하는 이의 것일까? 저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이름을 남겼을까? 이렇게 높은 곳에 닿았다는 자랑스러움일지,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일지, 혹은 또 다른 어떤 갈망일지 모르겠다.




[ 아우론조 산장에서의 저녁 식사 ]


산장 주변을 구경하다보니 슬슬 저녁 시간이 되었다. 1층 카페테리아에 식권을 들고 길게 늘어선 줄 뒤에 따라섰다. 구내식당처럼 식판을 들고 이동하며 메인 메뉴+ 서브 메뉴 하나와 파스타 종류 하나를 고를 수 있는데 나는 라자냐와 닭다리 구이, 익힌 채소를 골랐다. 엄마는 뇨끼와 미트볼, 버섯 모듬을 고르셨다. 음료는 마지막 계산 단계에서 추가로 구매할 수 있어, 둘 다 맥주를 주문했다.



창가 옆의 뷰가 좋은 자리는 먼저 온 사람들이 선점하여, 안쪽의 테이블 하나를 잡았다. 짠-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오늘 있었던 해프닝들을 씻어내린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돌로미티에 무사히 도착한 거다. 얼른 잊어버리고 지금에 집중해야 내 여행이 더 즐거워질 수 있다. 받아온 음식은 무난한 맛. 그래도 이 뷰에, 이 위생 상태에, 이 편안함을 고려하면 썩 훌륭하다.


하나 둘 테이블이 비고, 창가 자리 하나가 났다. 운 좋게도 핸드폰 충전까지 가능한 콘센트가 있는 자리다. 엄마는 엄마의 소셜 계정에 어제 오늘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여 올리고 계시고, 나는 내일의 일정을 다시 살펴본다. 내일의 계획은 두 가지 옵션이 있는데, 하이킹을 하는 버전과 하지 않는 버전이다. 하이킹을 하는 버전은 아우론조 산장에서 라바레도 산장을 지나 로카텔리 산장까지 편도 2시간을 올라가는 코스인데, 트레치메에 오면 모두가 찍는다는 동굴샷을 찍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이킹하지 않는 코스는 돌로미티 동부의 거점 도시 코르티나 담페초를 구경하고 다음 숙소로 가는 길에 있는 리프트를 두 세 개 타는 코스. 엄마는 여기까지 온 거 하이킹은 한번 해봐야하지 않겠냐며 첫 번째 코스를 고르셨다.



창 밖으로 점점 붉어지는 산의 풍경을 바라본다. 나무가 있는 산이 아니라 바위산이어서 시시각각 색이 더 확연히 변한다. 옆 테이블의 할아버지는 커다란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해두시곤 드문드문 산의 모습을 찍으신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추억하기에도 좋을 거 같다.


씻고 왔더니 이제 슬슬 잠이 쏟아진다. 밤하늘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추워서 밖에 나가기가 싫어졌다. 긴팔, 긴바지를 입고 여분의 담요도 추가로 덮었더니 좀 낫다.

오늘도 Good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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