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nsoria Dolomites 에서 푹 쉬는 하루
오르티세이에서 차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오늘의 숙소, 센소리아 돌로미테스에 도착했다. 완전한 휴식만을 위해 찾은 웰니스 리조트다. 알페 디 시우시 바로 아래 Schlern 산맥 발치에 위치해서, 리조트에서 휴식하며 알프스 산맥을 감상할 수 있다. 식사는 올 인클루시브에 가까운 형태라, 원하는 만큼 먹고 마시고 쉴 예정.
주차 후 조용한 내부로 들어가니 따사로운 햇살이 리셉션에 가득 들어차있다. 밝은 색의 목재, 큰 창을 사용해 개방감이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북유럽과 일본 건축에서 영감을 받았다더니, 처마 같은 곳에서 일본식 건축 스타일이 보여 묘하게 친숙한 감정이 들었다. 건물 가운데의 중정에는 자연 친화적인 조경이 잘 가꿔져 있어 싱그러웠다. 어떤 창문을 바라보든 파란 하늘 또는 초록 식물이 눈에 걸린다. 직원들의 환영 인사와 함께 간단히 체크인 과정을 거쳤다. 차키를 맡기면 차도 다른 곳으로 옮겨두고, 짐도 전부 방으로 올려주겠다고 한다.
체크인 시간까지는 조금 남은 시점이라, 잠시 맘에 드는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오늘 저녁 식사의 요리를 고를 수 있는 메뉴판을 가져다주었다. 웰컴 드링크는 이것저것 고를 수 있었는데, 이제 완전한 휴식이 가능하단 생각에 밝은 대낮이지만 엄마와 나 둘 다 시원한 스파클링 와인을 골랐다. 지금까지의 무사 여행을 자축하며 한모금 축배!
저녁은 6코스로, 기본적으로는 오늘의 메뉴 구성이 있고 원하면 양 옆에 기재되어 있는 다른 구성으로 교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옵션이 꽤 많아서 뭘 먹을지 고민하느라 최종 결정에 시간이 은근히 오래 걸렸다. 하우스 와인은 모두 포함이며 이따 식사할 때 요청해도 된다고 했다. 와인 리스트나 다른 음료 메뉴도 별도로 있어 원하면 구매할 수도 있다고. 일단은 메뉴를 고심하여 골라 직원에게 전달했다.
다음은 리조트 시설 가이드. 먼저 1층의 리셉션 근처에는 바가 있어서 직원에게 물, 술, 음료, 차 등을 요청하면 바로 준비해준다. 그리고 신문, 잡지, 책이 진열되어 있는 구역도 있는데, 1층에서 읽어도 되고, 책은 대여할 수도 있다. 간단한 보드게임도 몇 가지 있어 빌릴 수 있는 모양. 조금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하는 레스토랑이 있다. 통창으로 둘러싸여 풍경 감상하기에도 좋고 채광도 아주 좋았다.
한 층 아래로 내려가면 사우나, 헬스장, 스파(마사지)룸과 같은 부대시설이 있다. 숲을 바라보며 명상할 수 있는 공간도 야외에 있어서, 몇몇 사람들이 비치 체어에 누워 풍경을 감상하거나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다시 한 층 올라가면 수영장이 있는 구조. 수영장은 크지 않은데, 하나의 풀이 실내와 실외가 연결되는 구조다. 실내에는 마찬가지로 통창 옆으로 침대가 있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윗층의 숙소로 들어갔다. 차에 있던 짐도 다 잘 도착해있고, 작은 거실의 커피테이블에 손수 이름을 적은 웰컴 노트가 있다. 전반적으로 화이트와 우드 톤, 검정 포인트로 아주 깔끔한 인테리어여서 마음에 쏙 들었다. 간단히 짐을 풀었다.
조금 뒤부터 수영장 근처에서 바베큐와 샐러드 뷔페가 열린다. 바베큐 존은 외부, 샐러드 뷔페는 1층 내부에 준비된다. 실내엔 샐러드, 치즈, 빵 종류, 온갖 드레싱, 술, 주스등이 있다. 바베큐 존에서는 호쾌한 직원이 채소, 소시지, 양갈비, 닭고기, 돼지고기 등을 계속 구워준다. 몇 가지 칵테일을 포함한 주스 옆의 술들은 무료인데, 여러 종류의 와인을 직접 따라 마실 수 있었다. 진토닉으로 시작하고 싶어 직원에게 문의했더니 로컬 진을 사용하면 무료지만 헨드릭스나 탱커레이 같은 진을 원하면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다. 오히려 로컬 진이 더 궁금하여 로컬로 요청했다.
채소들이 굉장히 신선하고, 고기나 소시지도 잡내 없이 아주 맛있었다. 특히 양고기가 맘에 들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편인데, 맛있어서 두 어 번 손이 갔다. 다만 빵들은 생각보다 단단해서 손으로 거의 잡아 뜯어야 했는데, 맛은 고소했다.
이것 저것 조금씩 맛을 보다보니 금세 배가 불러 의자에 늘어져버렸다. 바람이 살살 불어 날도 좋고 모든 게 쾌적하다. 기분 좋은 상태로 멍하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근처를 날아다니는 새들을 바라봤다. 다음엔 뭐하지, 다음엔 어디로 어떻게 가지, 등을 찾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어 몸과 마음이 여유롭다.
방에서 쉬다가 수영장을 이용해보고 싶어서 출동했다. 물은 차갑지는 않고 적당히 시원하여 리프레시하기에 좋았다. 물 위에 둥둥 떠서 하늘과, 산과, 리조트의 초록을 눈에 담았다. 늦게나마 수영을 배우길 정말 잘했지, 싶다. 아무 생각없이 둥둥 떠다니기에 튜브만큼 좋은 게 없긴 하지만, 여기는 수영장 규모가 크지 않아서 튜브가 다른 사람의 휴식을 방해할 것 같았다. 수영을 아주 잘 하는 건 아니라, 머리를 물 밖으로 내민 평형이나 깊은 물 속에서 수직으로 떠 있을 수 있는 입영을 연마하고 싶은데, 도통 다른 할 일들에 우선 순위가 밀려 하기가 쉽지 않다는 변명을 해본다. 일단 오늘은 수영장의 가장자리에 안착하여 따뜻한 햇살을 잠시 즐겼다.
실내에 산쪽을 향해 휴식용 베드가 여러개 준비되어 있어 빈 자리에 누웠다. 밀리의 서재에 다운받은 책도 주변 분위기에 맞춰 느낌 내느라 조금 읽고, 이번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일들을 기록하기도 하고, 저 멀리 갖가지 초록색을 보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났다. 주변의 베드도 하나둘 비워지는 듯 하여 아래층에 있는 사우나에 가보기로 했다.
아주 어두운 사우나 내부는 건식 사우나, 습식 사우나, 휴식 공간, 씻는 곳 등이 작은 공간들로 나뉘어있었다. 예약제는 아니지만 공간들이 워낙 작아 꽤 프라이빗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사우나에서 진행되는 웰니스 프로그램 같은 것도 있는 듯 했다. 다만 남녀 구분이 되지 않는 점이 조금 불편해서, 공간에 오래 있지는 못하고 대충 물기를 제거한 뒤 방에 올라와서 씻었다.
잠시 방에서 쉬다가 저녁을 먹기 위해 1층의 식당으로 내려갔다. 기분을 내려고 엄마와 나 둘 다 옷차림에 신경썼다. 준비된 자리에 안내받았는데, 바로 옆 테이블에 앉은 분들도 한국 분들이었다. 신혼을 즐기는 느낌이라 딱히 교류하지는 않았다. 서버가 메뉴를 한번 확인하고, 와인을 고른 뒤 본격적으로 식사가 시작됐다. 모든 음식이 전부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지만 특히 버터넛 스프가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배가 좀 더 커서 나온 음식을 다 먹을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른 배를 소화를 시킬 겸 어두워진 리조트 부지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벽난로에 불을 켜두어 따뜻한 느낌이 났다.
간밤은 아주 푹 잤다. 역시나 조금 추운 듯해 따뜻한 물주머니를 끼고 잤더니 포근한 침구에 녹아내렸던 것 같다. 엄마도 오늘은 다행히 푹 주무신 듯. 스트레칭 후 간단히 씻고 1층으로 내려갔다.
어제 낮에 뷔페가 차려졌던 공간에 아침 식사를 위한 음식들이 차려져있다. 갖가지 빵, 요거트, 그래놀라, 견과류, 우유와 치즈, 과일, 소시지, 훈제 연어 등등이 먹음직스럽다.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야외 테이블에 앉으며 커피와 달걀 요리-오믈렛-을 하나 주문했다. Egg-cellent!
어제 저녁을 워낙 맛있게 많이 먹은 바람에 아침식사는 양조절이 필요해 가볍게 먹으려고 했다. 눈여겨 보았던 건 여러 종류의 그래놀라. 그 중 튀밥 같은 식감의 아주 작고 고소한 종류가 있어 요거트와 함께 아주 맛있게 먹었다. 한 켠에 당근, 사과 등을 넣고 직접 주스를 만들어먹을 수도 있었는데, 그 과정을 생각하니 좀 귀찮아서 이미 만들어진 주스를 조금 따라마셨다.
식사 후엔 부지 근처를 크게 산책했다. 산책로가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길 건너에 넓은 공터도 있고, 숙소 바로 옆엔 계곡도 있다. 수량이 많아 수영장에서도 계곡물 소리가 크게 들렸던 것 같다. 깊은 산골짜기에 온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데 큰 몫을 차지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산 쪽으로 걸어올라가면 알페 디 시우시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나온다.
여유롭게 오전 시간을 보내고, 이제 모든 짐을 챙겨 밀라노로 이동한다. 밀라노까지는 3시간 30분 정도.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의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