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rry Garden Sep 01. 2022

내 삶의 궤적을 바꾼 작은 일.

나로호, 누리호, 다누리.

나로호, 누리호, 다누리


2022년 6월 21일은 우리나라 항공우주 분야에 기념비적인 순간이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긴 해도 과학과 가까운 일을 하다 보니, 그들의 노고가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12년간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로 점철된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끝났으니,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지르고 그들을 축하한다. 


누리호가 뜻깊은 건, 첫 번째는 나로호라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것, 두 번째는 우리나라 독자기술로 했다는 것, 마지막으로 누리호의 성공이 달로 가는 프로젝트인 '다누리'의 국민적 관심과 응원으로 이어진 것이다. 누리호라는 기념비적인 일이 또 다른 기념비적인 일인 다누리로 이어지니, 누리호의 성공은 여러 면에서 중요한 일이다.


우주를 향해가는 일은 설레는 일이다. 대항해시대에 위험을 무릅쓰고 떠나는 개척자를 보는 기분이 이럴까 싶다. 항공우주 분야에서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도전 자체로 대단한 일을 하고 계시다는 말과 함께.


나로호, 누리호, 그리고 다누리를 이야기한 건 발사체가 날아가는 궤적 때문이다. 시작은 붉은빛을 내며 힘차게 지구의 중력을 이겨낸다. 그 후에는 흰색의 궤적을 그리며 마침내 흰점으로 우리 시야에서 멀어진다. 발사체가 우리 같고, 흰색 궤적은 우리의 삶 같다.


내 삶의 궤적을 바꾼 작은 일


중력을 이겨내 지구를 떠나는 속도를 '지구탈출속도'라 하고 11.2 km/s이다. 지구의 궤도에 안착시키는 속도는 7.9 km/s이며 이를 '궤도 속도' 또는 '제1 우주 속도'라고 한다. 이 속도를 우리가 익숙한 km/h로 바꾸면, 40,320 km/h (지구탈출속도), 28,440 km/h (궤도 속도)이다. 지구탈출속도는 한 시간 만에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300 km를 더 가고, 궤도 속도는 한 시간 만에 지구를 반이상 가는 속도이다. 이렇게 빠른 속도 날아가는 발사체는 같은 시작점이라 하더라도 방향이 조금만 달라지면 다른 궤적을 그리며, 무척 다른 곳에 도착하게 된다.


발사체가 우리이고, 흰색 궤적이 우리의 삶이라 치환해서 보자. 그럼 우리의 삶도 아주 사소한 일의 변화가 10년 후, 20년 후에는 다른 삶의 궤적을 보이며,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지 않을까?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사소한 일뿐이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극적인 이벤트는 거의 없다. 극적인 이벤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자주 나올 뿐이다. 그리고 극적인 이벤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내가 지금 당장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아주 사소한 일뿐일 테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우리의 삶의 궤적을 바꾸는 건 아주 사소한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그저 사소한 일뿐이다.


사소한 일: 글쓰기, 책 읽기


내겐 그 작은 일이 글쓰기이고, 책 읽기다. 

내가 쓴 글이 100년 후 누군가에게 마음을 울리길 바라는 건 아니다. 지금의 책 읽기가 모든 이들을 압도할 정도로 지식을 쌓는 것도 아니다. 대단한 일을 원하는 게 아니다. 매일 적어내는 글은 내면을 꺼내어 잘 다듬는 일일 뿐이고, 책 읽기는 작가가 풀어놓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는 일일 뿐이다. 


거창하게 시작한 것도 아니고, 창대한 결과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작은 일들이 발사체처럼 빠르게 날아가는 내 삶이라는 궤적 변화의 시작은 아닐까라는 희망이 생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사소한 일들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진다. 변화한 내 삶의 궤도의 도착지도 기대가 되고.


다시 한번 말하자면, 내가 하는 사소한 일이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우리의 삶의 궤적을 바꾸는 건 아주 사소한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그저 사소한 일뿐이다. 그러니 내 삶을 작고 사소한 일이 무척 소중해진다. '나'라는 발사체가 수정된 멋진 궤도를 그리며 날아가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사소한 일이 정말 내 삶의 궤적을 바꿀까? 내년에 이 글을 본다면, 그 답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길.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 답장을 기다린다.



참고자료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습관 만들기 3단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