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작가의 여정. 시작은 브런치 스토리.
글을 쓴 지 2년이 넘었다. 시작은 여기다. 브런치 스토리는 글은 쓸 수 있지만, 모두에게 발행 권한을 주지 않는다. 심사를 받고 나서야 글을 발행할 수 있다. 매력적이었다. 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 보기에 나쁘지 않은 글이라는 증표라 생각했다. 거기다, 깔끔하기 이를 데 없는 인터페이스도 마음에 들었다.
두 번 도전했다. 떨어졌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서평을 쓰고, 필사를 하며 글쓰기 근육을 조금씩 키워갔다. 세 번째 도전만에 난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설 수 있었다. 어렵사리 받은 기회에 감사하며 꾸준히 썼다. 서랍에는 글감이 쌓였다.
글을 쓸수록, 쓰고 싶은 말이 생겨나기도 하고, 때로는 한 문장 쓰기도 버겁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좋은 분들이 응원해 주시고, 글을 기다린다는 말에 썼다. 퇴적되어 가던 글이 두꺼워지던 차. 책으로 묶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세상이 흉흉하다지만, 조용하고 선한 분들 이 있기에 세상이 돌아간다는 말을 실감했다.
브런치 스토리에 감사했다. 플랫폼인지라 누구에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몰랐다. 내가 받은 만큼 다른 이에게 돌려주며 지내야지 라는 마음만 키웠다. 환경은 변해도 계속 썼다. 쓰는 주기는 길어졌지만, 멈추지 않았다. 글을 계속 썼다.
어느 날, 광고가 왔다. 브런치 스토리 성수 팝업 전시. 이번에 브런치 스토리를 만날 기회를 얻었다며 기뻤다. 예약했다. 브런치 스토리를 응원하고 싶었고, 작가님들의 여정을 보고 싶었다.
화창한 날씨. 성수동으로 향했다. 시원한 바람 따라 도착한 그곳에는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직원은 작가인지 아닌지를 확인하셨다. 설렜다. 온라인에서 불리던 작가를 현실에서 듣다니. 작가를 위한 워크북을 받았고, 브런치 스토리 카드에 내 얼굴을 박았다. 산책하듯 천천히 걸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수상하신 분들이 남긴 문장을 모았다. 작가님들의 소중한 물건들도 눈에 띄었다. 천천히 걷다 보니, 글을 쓸 수 있는 자리에 도착했다. 다른 작가님을 응원하는 글을 남겨달라는 말에 한참 고민하다 몇 자 적었다. "쓰십시오. 변하는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쓰십시오. 응원하겠습니다."
출구 앞. 함께한 여자친구는 인턴 작가가 되었다. 혼자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적던 내가 2년 뒤 지금, 새롭게 탄생한 작가들과 함께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을 적고 있다. 감사한 마음에 직원으로 보이시는 분께 말을 했다. 횡설수설했다.
"브런치 스토리 덕분에 제가 참 많이 변했습니다. 책도 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브런치 스토리가 승승장구하길 바라며 글을 쓰겠습니다."
활짝 웃으며 도리어 더 크게 감사하다고 하신다. 난 정수리가 보이도록 깊게 인사라도 돌아섰다. 글을 디디며 나가는 듯한 기분. 난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게 될까? 이 여정은 얼마나 지속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얼마나 멀리 가게 될까? 어디에 서든, 난 말할 테다.
긴 여정의 시작은 다름 아닌 여기, 브런치 스토리라고.
우연인지, 틈 시즌 2의 첫 글감을 글로 쓰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