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기라도 읽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늘어나길.
쇼츠와 릴스가 지배하는 지금, 독서열풍? 텍스트 힙?
"요즘엔 '쇼츠'만 본다? '의외'의 독서 열풍."
썸네일에 낚여 보게 된 영상이 있다. 쇼츠와 릴스로 정보, 재미, 시간을 소비하는 요즘. 독서 열풍이 커지고, 텍스트 힙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뉴스다. 우선 텍스트힙. 텍스트와 힙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소수의 사람들이 하는 덕분에 이제는 책을 읽는 일 자체가 무언가 있어 보이는 행위로 보인다고 한다.
열풍은 최근 있었던 국제도서전으로 증명된다. 역대 최다인 15만 명이 방문했고 거기의 70%가 20~30대가 차지한다고 한다. 성인 독서율은 낮아지지만, 20대 독서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통계도 내어 놓았다. 계속 책을 읽고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독서모임을 하고 있는 내가 보였다.
난 그대로인데, 갑자기 힙한 사람이 되었다. 뉴스를 돌려 보며 우쭐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오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 현상이 무척 반갑다. 허세로 시작했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러다 취미로 독서가 된다면 시작이 어디이든 무슨 상관일까? 이제 막 책에 관심을 가진 이들에게 조금 더 책을 읽는 내가 해두고 싶은 말이 있다 (많은 책을 읽고, 깊이 사유하시는 분들 앞에서는 여전히 부끄럽습니다).
어떤 책을 읽으셔도 좋습니다.
만화책이건, 짧은 문장이 있는 책이건 상관없습니다. 책을 읽겠다는 시작이 이미 절반 이상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존중하되, 숭상하지는 마십시오.
책을 소중히 다루긴 해야 되지만, 티끌하나 없이 읽으려 하지 마십시오. 좋은 문장이 있다면 줄을 긋고, 떠오른 생각이 있다면 생각을 적어두셔도 됩니다. 책을 읽는다는 자체가 이미 책을 존중하는 일입니다.
완독이라는 압박에 시달리지 마십시오.
완독 하는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습니다. 나만의 책 취향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완독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완독을 할 수밖에 없는 책이 생깁니다. 편하게 몇 페이지 읽다가 아니다 싶으면 덮고 다른 책을 만나보십시오.
산 책이 많지만, 장식처럼 있다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책은 사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사두면 언젠가 읽게 됩니다. 정말입니다. 시간이 흐른 뒤 만난 책이 새로운 의미를 주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사주신 책으로 출판 산업이 살 수 있고, 그 덕분에 더 좋은 책을 만날 기회가 되거든요.
보여주기 식이라고 누가 이야기해도 무시하십시오.
내가 읽고 있는 책을 나누고 싶은 마음은 책 읽다 보면 다 생기기 마련입니다. 좋은 문장을 두고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고, 때로는 멋진 글을 쓰는 작가를 알리고 싶기도 합니다. 나누면 기쁨이 두 배가 되는 것처럼 말이죠. 시작은 보여주기 식이라도 하다 보면 독서에 진심이 될 수 있습니다. 읽고 마음껏 나누십시오.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책을 읽는 목적이 시험이 아닙니다. 감동을 받기도 하고,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 엮어 세상을 보는 통찰을 얻을 수도 있고, 우리 곁에 일어나는 평범한 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나를 마주할 수도 있습니다. 내용을 기억하기보다는 읽으며 느낀 감정을 소중히 마음 기록하시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모두 잊고 다시 읽으면 또 다른 감동이 옵니다.
독서가 유행이라는 사실에 무척 반갑다. 많은 분들이 유입되어 책을 읽고, 책을 부담 없이 곁에 두길 바랄 뿐이다. 책이 인생을 바꾼다는 거창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왜냐하면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타인을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사고의 흐름을 가질 수도 있으며, 편하게 쉬는 도구를 가졌으니 말이다.
텍스트 힙.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참고 자료]
- 요즘엔 '쇼츠'만 본다? '의외'의 독서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