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전문가와의 대화.
"책 읽으면 뭐가 그렇게 좋아?"
어색한 사이에 만나 할 수 있는 작은 이야기가 여럿 있다. 대표라고 할 수 있는 건 취미가 아닐까? 꾸준히 책을 읽고, 아쉬워 인스타그램에 서평을 남기고 있다. 더해, 2년 동안 독서모임을 하고 있으니, 독서가 취미라고 말하는 일이 어색하진 않다.
취미가 독서라고 하면, 날카로운 눈이 번뜩이며 검사가 이어진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무엇이냐?" "가장 감동받은 책은 무엇이냐?" "책 하나 추천해 줘." 반복해서 질문을 받다 보니, 이젠 정형화된 답이 있다. 여기서 끝나면 좋겠지만, 어떤 분은 허세인지 진짜 책을 읽는지 점검하려 나서기도 한다. 그럼 어려운 제목과 작가 이름을 읊는다. 조사가 끝난다. 어떤 경로든, 질문의 끝은 비슷하다.
"책 읽으면 뭐가 그렇게 좋아?"
솔직한 내 답은 "그냥"이다. 질문에 책을 읽으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독서는 내게 취미라 그냥 한다. 종이 책을 들고, 넘기며 사각거리는 소리가 좋다. 시간을 들여 눈에 보이는 종이를 넘겨 쌓이는 일도 뿌듯하다. 우리가 시간을 드린 만큼 눈에 보이며 쌓이는 일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취미 중에 이득만을 위해 하는 일이 있을까? 낚시도, 자전거를 타는 일도, 등산을 하는 일도, 마라톤을 하는 일도, 이득만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자신이 하며 즐거움이 있기에 하는 일이니, 취미라고 불린다. 독서도 내겐 그렇다.
그렇다고 이익이 없느냐? 그건 아니다.
독서를 저자와의 대화라고 한다. 고루하다 할 수 있다. 계속 읽다 보니, 독서를 이렇게 잘 표현한 문장도 없다. 저자가 남긴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고, 내 생각이 피어난다. 그럼 책은 누가 쓸까? 사유를 깊게 한 사람, 나누고 싶은 정보가 있는 사람, 흔치 않은 경험을 한 사람, 흘러가는 일상을 잡아내는 사람이다. 독서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고전은 어떤가?
공자. 2,500 동안, 아니 현재도 동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는 분이다. 논어에는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사회에 우리가 고민해야 할 일들. 사람이라면 어떤 생각을 살아야 할까 라는 하나의 길을 보여준 글을 남겼다. 시간이 흘러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버려지지 않고, 읽을 가치가 있기에 남겨진 것이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철인황제. 철학자 황제라 불리는 사람이다. 당대 로마는 유럽 전체를 지배하고 그 정점에 황제로 있던 이가 쓴 책이 명상록이다. 어떤 내용이 있을까? 개인의 고민, 사람을 대할 때 고뇌가 있다. 황제라고 우리와 다른 고민을 하지 않다. 그는 사유하고, 책을 읽으며, 이야기 나누며 글을 써내려 갔다. 2,00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을 건너 책을 읽으며 그와 대화할 수 있다.
과거도 현재도 글을 쓸 정도의 내용을 가진 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기회는 좀처럼 잡기 어렵다. 공자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돌아가시고 없고, 현재에 있는 분들은 무척 바쁘다. 기회가 닿아 그분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긴 시간 이야기 나누기란 어렵다.
독서를 통해 그들과 대화를 한다면, 내가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들이 한 고민의 궤적을 따라 끝에 도달한 뒤, 내 생각을 이어 붙일 수 있다. 그럼 단박에 내 생각은 확장이 된다. 혼자 했다면, 그들의 고민 끝까지 가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는 이점이 바로 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책 읽는 일이 요즘에는 텍스트 힙이라는 단어를 붙여주며, 20~30대의 독서 문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무척 환영한다. 책을 읽어볼까 생각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분들에게 우선 첫 번째고 그냥 즐거움을 주는 책을 읽으라 하고 싶다. 다음으로 혹시 이점을 생각하고 싶거든, 당대 최고의 분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읽자. 만나자. 대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