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독서포인트제.
"바쁘시죠? 그래도 책 읽어야죠."
꾸준한 책 읽기의 비밀.
"언제 책 읽으세요?" 자주 듣는 이야기다. 서평을 남기는 인스타그램과 팟캐스트를 듣는 분들이라면 더 궁금해한다. "도대체 언제 책 읽으세요?" 잠깐 고민하다 답한다. "시간만 나면 읽어요."라고 한다. 사실 비밀이 있는데, 시간이 나서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는다.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라고들 한다. 챙겨야 할 사람은 숱하게 많고, 일들은 계속 밀려 들어온다. 물론 가짜 노동이 일부 혼합 되어 있지만, 우린 사실 바쁘다. 조선시대로 가볼까? 해가지면 자야만 한다. 칠흑 같은 어둠이 깔리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더 멀리 가볼까? 구석기시대에는 오직 붐비지 않은 인구가 수렵 채집만 해서인지, 하루에 2~3시간 정도만 일을 했다고 한다(물론 단순 비교는 어려울 테지만). 우린 모두 제한된 자원은 어디에 분배하고 어떤 순서로 할지 고민해야 한다. 시간도, 집중력도, 돈도 모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읽는다.
미라클 모닝의 허와 실.
'미라클 모닝.'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면 성공을 담보합니다.로 읽힌다. 정말일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고 느낀다. 직장인 루틴을 떠올려보자.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8~9시에 출근해서 5~6시 내외로 퇴근한다. 자율근무제, 탄력근무제가 있다고 하더라고 하루에 일정 시간은 회사에 걸리게 된다. 퇴근하고 꾸준히 하는 일도 쉽지 않다.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야근을 할 수도 있다. 때로는 힘겨운 친구와 밥 한 끼 먹어야 할 때도 있고, 가족과 시간을 나눠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 회사에서 에너지를 모두 소진해 아무것도 못할 때도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일이든 꾸준함이라는 물을 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핑계가 아니라 정당한 이유가 계속 나타나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아무에게도 간섭을 받지 않는 시간인 아침뿐이다. 유일한 틈이 거기에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시간을 낸다. 꾸준히 해야 하는 일들인 운동하기, 책 읽기, 영어공부하기. 시간 사용이 자유롭다면 굳이 아침에 일어나야만 한다는 이유는 없다. 아침에만 일어난다고 해서 모든 일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의미 없는 일은 아니다('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라는 말씀을 할 수 있지만,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으니...). 아침에 일찍 일어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일에 장점이 있다. 내가 회사 대표라고 해도 클라이언트가 주문하는 일을 해야 하고, 직원으로서는 상사가 지시하는 일을 해야만 한다. 주도권이 빼앗긴 일을 하고 있다 보면 힘들기 마련이다. 아침에 내가 주도하는 일을 시작한다면 하루를 활기차게 열 수 있다. 그런 일들은 보통 나에게 득이 된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물론 피곤해지지만) 책을 읽으면 잠시 다른 세계로 갈 수도 있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식을 빠르고 압축적으로 얻을 수도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아침을 잘 열면 하루도 꽤나 괜찮아진다. 아무리 거대한 일도 시작은 사소할 뿐이고,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는 것이 모든 일에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힘들어도 출근하듯, 힘들어도 책은 읽어야 한다.
곤충학자인 최재천 교수님이 하신 말이 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어떤 취미이든 시작은 놀이이지만 일정 수준이 넘어가면 '빡세게'해야 할 순간이 온다. '빡세게'는 '힘들다'보다 '열심히'에 가까운 단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곤해도 읽고, 기분이 별로일 때도 읽는다. 그렇다고 실질적인 이익이 바로 돌아올까? 그것도 아니다. 취미의 시작을 생각해야 한다. '놀이'다. 출근은 기분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하지 않을 수 없다. 피곤하다고 해서 출근을 미룰 수도 없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출근하듯 하는 일이 독서다. 안다. 어렵다. 그러니까 더 가치가 있는 건 아닐까? 쉽지 않지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혼자가 아닌 같이 읽기.
읽기에 재미를 붙이면 정말 끝이 없다. 계속해서 좋은 책은 쏟아져 나오고, 세월을 견디고 명작의 반열에 올라간 책은 끝이 없다. 거기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읽고 나서 다시 읽으면 완전히 새롭다(심지어 책에 써놓은 내 글도 생소하다). 오래도록 혼자 읽었다. 아쉬운 점이 무척 많았다. 좋은 문장을 나누고 싶지만, 말할 곳도 없었다. 책이 던진 질문을 나누고 싶지만, 말을 꺼냈다가는 무거운 이야기 한다고 모두들 도망친다. 책이 내 마음의 댐을 가득 채우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글쓰기다. 잘 쓰고 못쓰고를 떠나 쌓여있던 생각들이 문장이 되어 흘러내렸다. 콸콸. 다음으로 한 일은 오프라인 독서모임이다. 좋은 분들을 만나 지금까지 3년 차에 들어섰다. 책에 진심인 사람과 만나는 수다가 즐거웠다. 재미있는 수다를 나누고 싶어 팟캐스트도 열었다. <한 페이지의 수다>. 어려운 일도 함께 하는 이가 있으면 할 만한다. 거기다 책을 읽으면 돈으로 돌려주는 제도가 생겼다. "천권으로 독서포인트제"다.
경기도에서 야심 차게 준비한 도민 전체 책 읽기 유도 프로젝트! 도서 구매를 인증하거나, 도서관 대출을 확인받으면 포인트가 정립된다. 읽는 과정 동안 독서일지를 작성하고, 다 읽고 나서 서평을 남기고 독서 동아리 활동을 인증하면 포인트가 더해진다. 거기다, 꾸준함을 배양하기 위해 21일 동안 출석체크를 하면 또 포인트가 들어오게 된다. 차곡차곡 모인 포인트를 지역화폐로 교환하여 쓸 수 있게 된다.
책 읽기는 나를 변화시키는 디딤돌이 되고, 힘들게 하는 요소로부터 나를 지켜내는 든든한 장벽이 되며, 알 수 없는 미래에 담대한 마음을 기르는 기초가 된다. 변화한 내가 증거가 된다. 자! 이제 읽어보자. 이젠 돈도 준다니 더 열심히, 더 힘들게 읽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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