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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12. 2024

당신이 만들어둔 세상에서 행복했습니다.

소설의 유용함에 대하여 3

당신이 만들어둔 세상에서 행복했습니다. 


  소설. 내겐 꽤 오랜 시간 동안 읽지 않은 장르다. 최근 2년 동안 읽었다. 왜라고 하면, 다른 책을 읽을 시간에도 바빴다는 말 정도? 정말 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고,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남겨둔 책들이 나를 기다리니, 소설은 언제나 뒤로 밀렸다. 다른 이유를 하나 더 하자면, 작은 이야기, 가상 이야기, 가짜 이야기를 찾아 읽기보다는 역사 속 드라마와 영화를 본 덕분이리라.


  편향된 독서 기록을 보고 놀랐다. 2년 전부터 소설을 슬금슬금 읽기 시작했다. 급격히 늘어간 건, 독서모임 때문이다. 혼자 읽던 책 읽기를 나누는 책 읽기를 하는 기회가 되었다. 내가 고를 일 없는 책들을 읽으며 재미를 느꼈고, 다채로운 색을 마음에 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소설을 읽고 두 편의 글을 적었다. <소설의 유용함에 대하여 1>, <소설의 유용함에 대하여 2>. 유용함 두 가지를 적어볼까? 하나는 걱정을 덜어내고, 둘은 공감 능력이 올라간다. 조금만 구체적으로 짧게 이야기해 볼까? 몽테스키외가 한 말에서 단서를 찾았다.


  "한 시간 정도 독서하면 어떤 고통도 진정된다."


  소설이 가지는 흡입력은 대단하다. 인문학을 읽을 때 보다 쉽게 읽을 수 있으니, 어떤 고통이 있더라도 책의 세계로 빠르게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다른 세계로 다녀오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한 발 떨어져 바라본 불안은 생각보다 작았다. 걱정은 사그라드니 고통도 진정되는 기회가 된다. 



  다른 유용함은 뇌과학으로 힌트를 얻었다. 소설의 배경은 다양하다. 과거가 될 수 있고, 미래가 될 수 있다. 때로는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다. 마법을 쓰기도 하고, 세상이 멸망했을 수도 있다. 때로는 몽글몽글한 로맨스가 있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사건의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사건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오간다. 그들의 성격을 다르다. 현실처럼. 소설을 그들의 내면을 알려준다.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와 함께 선택들을 이해하게 된다. 물론 그런 면을 다 보여주지 않는 소설도 있다. 다만, 다양한 선택, 다채로운 상황이 있음을 알려준다. 읽는 내내 그들을 이해하려고 한다. 바로 공감능력이 올라가는 순간이 된다. 실제로 우리가 타인을 이해하는 뇌의 움직임과 소설에서 등장인물을 이해하는 뇌 움직임이 같다고 한다. 이게 소설을 읽는 두 번째 이유다.


  소설을 몇 번 쓰다 멈춘 뒤, 작가가 만들어 둔 세계인 소설이 더 대단해 보인다. 그들이 만든 세계를 다닌다. 한 명의 독자로 그들의 세계를 궁금해한다.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등장인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알았다. 아무리 마법을 쓰는 세계에서도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멸망한 세계에서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어렵다.


  그들의 세계 덕분에 나는 불안을 줄일 수 있었다. 그들의 세계 덕분에 많은 분들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감사하다. 오늘도 난 글을 쓰기 전에 책을 읽었다. 그들의 세계에 잠시 흠뻑 빠지고 나왔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어려운 출판 환경에서도 글을 쓰는 분들에게 드리는 연서이고, 소설을 적어내는 분들에 대한 고백이다. 


  "당신이 만들어 둔 세상에서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른 세계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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