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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r 15. 2024

20 년째 독서를 취미로 삼은 3가지 이유.

언제나, 어디서나, 늘 그랬듯 난 책을 읽습니다.

내가 20 년째 독서를 취미로 삼은 이유.


  책을 읽는다. 시작은 언제부터였을까? 내 과거를 나보다 또렷하게 기억하는 분에게 여쭤봤다. 어머니. 그녀와 내 기억의 조각을 어렵사리 맞췄다. 초등학교 5~6학년쯤? 그 뒤로 지금까지 취미는 독서였다. 물론 마음에 열이 날 정도로 읽는 날도 있고, 때로는 설렁설렁 읽기도 했다. 


  취미로 독서는 흔하다. 특출 나지 않고, 많은 이들이 쉽게 꼽는다. 1년 동안 한 권도 읽지 않는 성인이 50%가 넘는 지금. 독서를 취미 삼아 오래도록 유지하는 이가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 독서모임을 하기 전까지 참 오래도록 혼자 읽었다. 책 읽는 이를 만난 적도 거의 없다. 


  온갖 재미있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온다. 재미있는 영화, 흥미진진한 드라마, 거기다 나도 모르는 내 취향을 분석한 알고리즘이 영상을 턱턱 내어준다. 그러니, 세상 느리디 느리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독서는 낡아가는 취미처럼 보인다. 때로는 괴짜로 찍히기 일쑤다. 거기서 머물면 다행이다. 있어 보이려는 가짜 취미로 취급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독서를 취미로 가지고 있다. 이유는 여럿이다. 


  첫 번째. 종이를 넘기는 기분이 참 좋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쌓이는 페이지가 눈에 보인다. 세상에 시간을 들여 눈에 보이는 실적이 나오는 일이란 참 드물다. 그 드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서다. 거기다,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탓인지 전자책보다 종이의 사각거리는 소리, 종이에 닿는 촉감이 느껴져야 비로소 책을 읽는다고 느낀다. 


  두 번째. 다른 문화 활동에 비해 저렴하다. 요즘 영화도 비싸다. 할인을 받지 않으면 15,000원이고, 가서 팝콘이라도 하나 먹으면 20,000원은 훌쩍 넘는다. 거기다 2시간 남짓 즐길 수 있으니, 시간당 1만 원 정도라도 해야 할까? 연극도 뮤지컬은 더 비싸다. 그에 비해 책은 저렴한 비용으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 



  단순하게 계산해 볼까? 책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당 50 페이 지을 읽는다 가정하자. 2만 원 책이 400 페이지라 한다면. 8시간 동안 책을 즐길 수 있다. 시간당 2,500원 꼴이다. 책은 한 번에 읽고 끝나지 않는다. 시간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오니, 같은 책도 변화무쌍하다. 한번 더 읽는다면 시간당 가격을 반으로 떨어진다.


  무료로 즐길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도서관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가까운 지역 도서관에 가면 언제든 책을 읽을 수 있다. 없다면, 신청만 하면 읽을 수 있다. 물론, 무척 인기 있는 책이라면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은 다른 책을 만날 기회를 주기도 한다. 


  세 번째, 나를 언제나 지켜준다. 군대 가기 전 집이 어려워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당시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할 힘도 없고, 마음도 작았다. 그때 내겐 책이 있었다. <코스모스>를 읽으며, 우주를 여행했다. 내 앞에 놓인 커다란 불안이 무척 사소해 보였다. <셜록 홈스>를 읽으며 난 어느새 1,800년대 영국으로 날아가 범죄자를 쫓았다. 흥미진진해 걱정을 잊었다. <사기 열전>을 읽으며 아득히 먼 시간에 온갖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내 고민을 들어줬다. 


  단어를 수집하고, 문장을 채집하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난 단단해졌다. 군대에서도 버텼고, 제대 뒤에도 난 견디며 살았다. 독서는 재미가 아니라 나를 지키는 생존이 되었다. 


  앞으로도 언제나 난 독서를 취미란에 적어낼 것이다. 종이를 넘기는 느낌도 느끼며, 저렴한 취미. 나만의 세상을 구축해 지켜내는 독서. 오늘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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