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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rry Garden May 25. 2023

소설의 유용함에 대하여

생각을 거두게 합니다.

소설의 유용함에 대하여.


고민이 있었다. 아! 사실 고민은 끝났고, 시간이 흘러가는 일뿐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마음이 참 번다했다. 더 좋은 길이 있는 것은 아닌가, 아니면, 내가 혹시 잘못된 결정을 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커졌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참 무용한 생각이 현재의 발목을 잡는다. 생각이란 형체도, 무게도 없지만 참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독서모임에서 읽기로 한 책이 있다. 묵직하고 두껍다. 양장으로 만들어진 두꺼운 표지와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이 마음 따스하게 한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인쇄에 인쇄를 거듭했다고 한다. 110쇄. 베스트셀러를 아득히 뛰어넘은 스테디셀러. 


나이를 타는 책이 있고, 시대를 타는 책이 있다. 이 책은 나이를 타는 책이다. 지금보다 어린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이해하기 어렵고, 지금보다 시간이 흐른 뒤 읽었다면, 그럴 때가 있지 하고 가볍게 넘어갈 책. 지금 내 나이에 딱 맞는 책이다. 읽어 내려갔다. 오른쪽에 두껍게 있던 종이가 한 장씩 넘어가 왼쪽으로 쌓여간다. 속도는 빠르다. 세상과 차단되고,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진솔이 옆에 서있기도 하고, 건이 뒤에 서있기도 했다. 


몇 시간. 더 이상 왼쪽으로 넘길 페이지가 없는 순간, 이야기가 끝났다. 몇 시간 동안 난 고민을 떨쳐버렸다. 마음에 붙어 있던 생각이 떨어지고, 가뿐한 마음이 된다. 나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한 이야기. 바로 소설이다. 생각이 생각정원에서 반짝인다.


이래서 소설을 읽는구나.


생각을 거두게 합니다. 


고집이라고 해야 할까? 소설을 읽지 않는 기간이 참 길었다. 역사책이 더 소설 같았고, 실체 하지 않는 이야기를 읽어 무얼 하나라는 생각이 소설과 멀어진 이유다. 소설을 읽는 시간 동안 정보를 주는 책, 나를 빠르게 발전하는 길을 안내하는 책을 쫓아다녔다. 독서모임을 하고, 읽는 책이 참 변했는데, 바로 소설을 만난 일이다.


소설은 실체 하지 않다. 아니다. 소설은 현실을 한 조각 품고 있어야 하고, 우리 삶에 대한 깨달음의 파편을 가지고 있다. 실체 하지 않지만, 실체 할 만한 이야기가 바로 소설이다. 소설에 빠지면, 난 현실을 잊게 된다. 현실에서 한 발짝 떨어진다. 고민을 가만히 두니, 가벼워진다. 


소설을 읽을 이유는 참 여러 가지 일테다. 그중 하나를 알았다. 

빠르게 바뀌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시간. 

현실과 분리하는 시간을 갖는 일. 

생각을 거두게 하는 도구. 


오늘도 소설을 집어 든다. 어떤 이야기가 나를 이끌어갈지 기대하며 말이다.



한 줄 요약: 생각을 거두게 하는 소설. 소설이 참 재미있습니다. 



덧붙임.

소설을 읽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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