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문제가 없습니다.
"과거 문제를 나타내는 경고등입니다. 지금이 아니라."
주말에 부모님 집에 머문다. 회사 생활을 하며 마음에난 생채기도, 고된 몸도 충전할 수 있는 집. 주말은 짧다. 당연하지만 일하는 시간은 5일, 주말을 2일이니 당연하다. 내려갈 때면, 월요병이 발 끝에서부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한참 달려 직장 근처 자취방 주차장에 왔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노란등이 볼록 켜진다. 검색해 보니 엔진 등이다.
'아~' 하며 앉은자리에서 검색했다. 지금 당장 카센터를 갈 수도 없고, 운행에도 문제가 없다고 하니 내렸다. 찝찝한 기분으로 일요일을 마무리했다. 다음날. 시동을 껐다가 한참 두면 경고등이 사라진다는 말에 희망을 걸고 주차장으로 갔다. 소망은 바사삭 깨졌다. 여전하다.
정신없이 회사 생활이 시작기 전, 점심시간을 쪼개 카센터를 가기로 했다. 카센터도 점심시간에 쉬기에 전화로 증상을 전했다. 차를 두고 가면, 점심시간이 끝난 뒤, 엔지니어가 보고 경과를 알려주겠다는 말씀에 보이지도 않는 허공에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맡기고, 점심을었다. 회사로 복귀. 회사생활이 시작된다. 전화가 왔다. 차에 신경을 쓰고 있던 터라 전화를 얼른 받았다. 전문적인 이야기를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고쳐 설명하셨다. 엔진 등이 들어오는 이유 중 심각한 사항은 아니라고 한다. 마음에 콕 들어온 문장이 하나 있다.
"과거 있던 문제를 나타내는 경고등입니다. 지금이 아니라. 차량을 리셋했습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그때 다시 카센터에 방문해 주세요."
경고등은 지금이 아니라 지난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는 말. 퇴근하고 차를 찾았다. 리셋된 차에 몸을 싣고 깔끔해진 계기판을 보며 자취방으로 향한다. 카르페 디엠. 맥락 없이 떠오른 문장. 오늘을 즐겨라는 말은 고대 로마 시인이 남겼다.
얼마나 현재를 놓치고 살면 카르페 디엠은 회자되고 회자되어 2,000년의 세월을 견딘 걸까? 이미 지난 간 때에 머물며 사는 경우가 잦다. 경고등처럼 이미 지나간 경고에 매달려 산다. 이미 끝난 일을 박제해서 잘 보이는 곳에 두어 꾸준히 자책하며 현재를 잊고 산다. 낮은 목소리로 라틴어로 낮게 이른다.
"카르페 디엠"
살아가며 숱한 실수, 문제를 일으키며 산다.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깔끔한 삶을 지향하지만, 불가하다. 누군에게 폐를 끼치고, 누군가에게는 작은 상처까지 주며 산다. 경고등이 눈앞에서 자주 깜빡인다. 그렇다고 과거를 모두 잊고, 없는 척은 안 된다. 다만, 계속 켜두어도 안된다. 흘러간 건 흘러간 대로 두어야 한다. 그것대로 의미를 기억하며.
과거에 했던 일들이 불쑥 떠올라 머리를 아릿하게 한다. 경고등이 켜졌다.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 오늘을 잡으며. 소소한 행복을 찾고, 웃음을 지으며 말이다. 리셋하자. 지나간 과거 경고등을 끄자. 우린 인간이고, 삶을 지저분하게 실수하며 사는 것이고, 우리는 언제까지나 살아가야 하니까. 경고등을 끄고, 활짝 미소 짓자. 과거 문제를 나타내는 경고등은 끄자. 계속 켤둘 필요는 없으니까.